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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음식과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심야식당 두 곳

소년상회 / 심야오뎅

오후 9시가 조금 넘으면 야속하게 주방을 닫아버리는 레스토랑들. 늦은 시간 문득 출출할 때 편안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그리워진다. 문지방이 닳도록 단골들이 드나든다는 심야식당을 찾았다.


파스타에 소주를 곁들이는 퓨전 심야식당, 소년상회

서울 광진구 뚝섬로41길 8, 02-447-5669


“쏘니니랑 올리오파스타 주세요.”

쏘니니가 무엇인가 했더니 소주와 시판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를 섞어 먹는 것을 뜻한단다. 쏘니니도 갸우뚱한데, 여기에 파스타를 곁들인다. 대표적인 이탈리아 요리 파스타와 우리나라 국민 술 소주를 매치한 ‘소년상회’다.

2010년 건국대 앞에 트럭포장마차 하나가 등장했다. 여느 포장마차처럼 자정이 넘도록 사람이 붐비는 그곳에서는 오돌뼈・닭발・꼼장어 같은 전형적인 포장마차 음식 대신 제육푸실리파스타, 겉절이샐러드 등 퓨전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이곳이 건국대 인근 맛집으로 자리 잡으면서 파스타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명 길거리 레스토랑으로 불리며 각종 매체에 오르내리다 조그만 가게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테이블이 둘밖에 없다. 그 외의 손님들은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다란 키친 바 앞에 앉는다. 각종 만화책과 재규어 등이 즐비한 발랄한 분위기가 소년상회라는 가게 이름과 꼭 닮았다. 주인장은 쉴 새 없이 음식을 만드는 와중에도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키친 바에 앉은 손님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거리낌 없이 수다를 떤다.

이 집의 파스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담백한 오일과 쫄깃한 닭고기로 만든 치킨올리오파스타는 이곳의 인기 메뉴. 청양고추와 마늘종을 넣어 느끼한 맛을 없애고 부드럽고 칼칼한 맛을 살렸다. 이탈리아 음식에 자주 쓰이는 아스파라거스 대신 마늘종을 이용해 한국식으로 만들어서인지 어르신들 입맛에도 맞는다고 한다. 지중해크림파스타는 가쓰오부시의 감칠맛에 새싹채소의 싱그러움을 더해 느끼함을 중화시킨다. 매달 새롭게 선보이는 메뉴는 제철 재료로 여러 조리법을 뒤섞어 내는 창작요리다. 인터뷰 도중 그는 ‘로맨스가 필요한 파프리카’를 선보였다. 파프리카 씨를 제거한 후 쇠고기, 채소, 허브 스파이스를 토마토와 로제소스로 볶아서 채워 넣고 가지와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워낸 요리다.

“이탈리아 파스타를 기본으로 다양한 요리를 접목시키고 싶어 소년상회만의 퓨전 레시피를 생각했습니다.”

소주와 스파클링 와인을 섞은 ‘쏘니니’, 소주에 탄산수 페리에를 섞은 ‘쏘리에,’ 소주와 샴페인을 섞은 ‘쏘페인’ 등 술도 대부분 퓨전인데, 와인잔에 따라 마신다.

“술을 원샷으로 털어 넣는 게 아니라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붓하게 즐기는 술 문화가 되었으면 해요.”

이곳은 따뜻하게 한 끼 식사를 하면서 도시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싱글족과 회사원들의 발길이 잦다.


주인장에게 “이직하고 싶다” “직장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고민을 털어놓곤 하는데, 단골손님들과 함께 워크숍을 가기도 한다. 벽면 한켠에 붙어 있는 워크숍 공지가 눈에 띄었다.

“단골들끼리 소풍도 가요. 정육점 하는 형은 고기를 가져오고 저는 요리를 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분은 악기를 가져오는 그런 소풍요.”

소년상회의 직원 역시 손님으로 왔다 일하게 됐다고 한다.

“바쁠 땐 손님들이 자진해서 서빙을 하기도 하고 제가 ‘이거 팔아야 해’ 하면서 남은 메뉴를 줄 때도 있어요. 한가할 땐 손님한테 빨리 오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하.”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방송에서 구본길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셰프의 꿈을 키웠다는 그. 조리과를 전공하고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차근차근 셰프의 경력을 쌓아오다 요리사로서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한 명장의 요리를 맛보았다.

“음식이 환상이었어요. 그런데 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더 좋더라고요. 그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그저 멋을 내고 싶은 건지, 과연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했죠. 초심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요리를 즐겁게 하자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양식, 한식 등의 경계를 긋지 않고 퓨전요리를 내는 소년상회를 열었다.

“이곳저곳에 소년상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메뉴는 달라도 되죠. 구의동에서 중국요리를 하는 소년상회, 강남에서 일식을 내는 소년상회 식으로요. 요리와 사람을 좋아하면서 저와 요리철학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플로리스트가 끓여내는 특별한 오뎅탕, 심야오뎅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56, twitter.com/royalsketch


해가 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할 무렵, 부암동 언덕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산중턱에 가게 하나가 문을 연다.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본 가게 안은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10석 남짓한 공간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인의 손놀림은 바쁘기 그지없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오붓한 이곳은 낮에는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는 주인장이 꽃집이자 강의실로 활용하고, 밤이면 오뎅집으로 변신하는 ‘심야오뎅’이다.

자취방을 개조해 작은 규모지만 손님들이 20~30분씩 기다리는 건 다반사다. 오뎅・야끼소바와 같은 소박한 메뉴 3~4가지가 전부지만 미식가들의 평이 꽤 괜찮다.

심야오뎅의 대표 메뉴인 오뎅은 다시마와 멸치・파・ 간장・가쓰오부시 등을 넣고 우려낸 진한 육수에 부산에서 공수해 온, 생선 함량이 높은 도톰한 오뎅을 넣어 끓여낸다. 종류도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이 깊게 밴 진한 국물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 오뎅우동은 원래 메뉴에는 없었는데 국물과 면발을 함께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의 요청에 못 이겨 만들었다.

메뉴판의 ‘미식가클럽’이라고 적힌 까만 종이를 들추면 그날의 특별 메뉴가 보인다. 통영에서 직송한 물 좋은 민어・광어 등이 들어올 때만 맛볼 수 있다. 미식가클럽의 메뉴가 개설되는 날은 미리 트위터에 공지한다.

심야오뎅에는 자취방의 한 면을 차지했던 책장이 그대로 남아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도 그가 사용하던 물건 그대로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편한 분위기이지만 10명만 넘어도 모르는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그런데 옹기종기 붙어 앉다보니 모르는 사이끼리도 금세 친근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단골손님이 많은 것도 이곳의 특징.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오뎅 한 그릇을 즐길 수 있어서일까. 항상 혼자 오던 남자손님이 있었다. 말수도 없고 묵묵히 먹기만 하던 손님이었는데 어느 날 SNS로 친구신청이 들어왔다.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다 독일로 유학을 갔는데 주인장은 그 손님에게 편지로 안부를 건네며 소식을 주고받았다.

“외로운 타지생활에 편지가 큰 힘이 됐다며 귀국하자마자 선물을 들고 한달음에 오셔서는 포옹을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때 인연으로 호형호제해요.”

초창기에 왔던 손님 중에는 공간을 잠시 빌리고 싶다며 꽃까지 부탁한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프러포즈해 결혼한 아내와 이제는 함께 오뎅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연령대는 20~40대. 커플과 가족이 주를 이룬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도 있어요. 처음엔 늦은 시간이라 아이들이 힘들고 불편할 텐데 왜 데리고 오는가 했더니, 아이들이 오뎅을 좋아하더라고요. 초등학교 1학년생이 두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갔죠. 오뎅도 오뎅이지만 저녁에 가족들끼리 부암동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들르는 것 같아요.”


이곳은 오기 전에 반드시 트위터에서 공지를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 오후 10시쯤 오픈하는 데다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금-토요일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데, 최근에는 기다리다 돌아가는 손님들을 위해 수・목요일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는 그의 스케줄에 따라 문 여는 시간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는 헛걸음하고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하고 올 것을 당부했다.

“워낙 아날로그적이다보니 SNS도 하지 않았어요. 전화도 잘 받지 않으니 한 손님은 ‘그러면 봉화로라도 알려달라’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트위터에 공지하기 시작했어요. ‘조금 더 일찍 열어줄 수 없느냐’고 해서 오후 8시에 연 적도 있는데, 새벽부터 플로리스트로 뛰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좀 쉬었다 나와야 음식도 맛있게 할 수 있어 늦은 시간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로 오픈 공지를 확인하게 만드는 심야오뎅만의 일방적인 ‘밀당’에도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음식이 늦게 나와도 기다려주고, 기다리는 다른 손님을 배려해 자리를 내주기도 한단다.

“그런 게 고마워요. 산꼭대기 집이라 불편할 텐데 많이 좋아해주시니 감사하죠. 심야오뎅을 하면서 돈보다도 사람을 번 기분이라 행복해요.”

그는 매주 국회의 실내 조경을 맡아 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플로리스트.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텔에 살 때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던 중 우연히 찾은 부암동의 조용한 분위기에 매료돼 적막하리만큼 고요한 부암동 언덕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인근 카페가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왔다. 어차피 잠을 이루기 어려워지자 그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뎅집을 열기로 했다. 요즘에는 낮에도 문을 열어 에스프레소 한잔을 하면서 편지를 쓸 수 있는 편지 방으로 꾸몄다.

“편지 쓰는 방에서 편지를 쓰면 저희가 대신 발송해줘요. 일종의 편지장려운동이랄까요?”

그는 심야오뎅이 편안한 공간이길 바란다. “오뎅을 파는 작은 공간이지만 서로 따뜻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살롱 같은 분식집이 되었으면 해요. 난로가 꺼져도 손님이 가득 찬 날은 춥지 않아요(웃음). 계속 이렇게 따뜻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201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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