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백민서 부대표

새로운 아이디어로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해마다 해외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여행 서비스가 등장했다. ‘현지인과 떠나는 진짜 여행’을 표방하고 있는 ‘마이리얼트립(myrealtrip)’이 그 주인공. 마이리얼트립은 기존 여행사와 달리 여행객과 가이드를 직접 연결한다.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언어가 익숙지 않아 막막하거나 사전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은 사람이 주요 고객이다.

현지 생활 경험이 풍부한 한국인 가이드가 여행 일정과 비용을 책정해 홈페이지에 올리면 여행객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방식.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지만 개별 행동에 제약이 따르고 강매에 가까운 쇼핑과 옵션 투어 등을 감수해야 하는 패키지 여행의 단점과 자유여행의 장점을 조합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끼리 여행할 수 있고, 개인적인 요청에 따라 일정도 조정할 수 있다. 여행객과 가이드는 SNS를 통해 의견을 나눈다.

마이리얼트립은 중개 플랫폼을 제공할 뿐, 여행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주체는 가이드다. 따라서 매력적인 여행 코스를 개발해 상품화하는 것 역시 가이드의 몫이다. 마이리얼트립 홈페이지에서 색다른 여행상품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이유다. 파티시에와 함께하는 파리 디저트 여행, 영화 <레 미제라블>의 주요 촬영지와 작가 빅토르 위고의 흔적을 더듬는 ‘레미제라블의 파리’, 호주 사막투어,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와 개썰매 투어, 루마니아 탐방 등 여행지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수익은 마이리얼트립과 가이드가 2대 8의 비율로 나눈다.

창업자인 이동건(27) 대표는 “젊은 층보다 구매력이 있는 40~50대의 수요가 더 많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비롯해 여러 유명인이 마이리얼트립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 덕분에 마이리얼트립은 창업 2년 만에 누적 여행객 수 1만 명을 돌파했다. 여행 비수기로 꼽히는 요즘도 매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가이드의 수와 여행 지역도 크게 늘어 현재 40개국, 164개 도시에서 320명이 활동하고 있다. 가이드는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교포, 유학생, 전문 여행 가이드 등 직업과 연령대가 다양하다.

사업의 핵심인 만큼 가이드 선발 과정은 꽤 까다롭다. 이 대표는 “총 4단계에 걸쳐 심사한다”며, “자기소개와 여행 계획을 제출하는 1차 심사에서부터 워낙 질문이 많아 ‘재미 삼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한 지원자는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분증 사본도 받고, 지원자와 화상 인터뷰도 하는 등 검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지에 가서 면접을 보기도 해요. 제가 세계 각국을 다 돌 수는 없기 때문에 대도시에는 한 명씩 글로벌 마케터를 두고 있습니다. 이들이 직접 투어에 참여해 현장 점검을 합니다. 가이드 모집 전략은 계속 바뀌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보면서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를 찾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 알아본 벤처 투자사, 4억 투자

마이리얼트립을 만든 이동건 대표와 백민서 부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05학번 동기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소셜펀딩 회사를 만들었다. 일반인에게 십시일반 후원을 받아 창작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개념 자체가 생소한 탓에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군복무, 창업 등으로 졸업이 늦어진 이 대표와 달리 백민서 부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사회복지 정책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프랑스에 있는 회사에 입사가 결정된 상태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이 대표의 창업 소식을 들었다.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친구의 사무실을 찾아 “도울 일이 없는지”를 물었다. 그때 이 대표는 소셜펀딩 사업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 무렵 새로운 투자자 겸 멘토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소셜 여행상품 모델을 한번 만들어보라’는 제안이 두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백 부대표는 프랑스행을 취소하고 한국에 남았다. 대학교 3학년 때 포스코 입사가 확정되었던 이 대표 역시 취업 대신 창업의 길을 택했다. 여행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마이리얼트립’은 그렇게 탄생했다.

백민서 부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을 “여행사라기보다는 IT 업종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여행이지만 내부에 여행기획자도 없고, 콘텐츠 제공자는 모두 외부에 있는 구조”라며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여행상품을 사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IT와 접목한 여행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도는 여행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일찌감치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벤처 투자사 본엔젤스파트너스는 지난해 4월 마이리얼트립에 4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본엔젤스파트너스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포착하고 고객 눈높이에 맞는 기획력과 IT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 KBS에서 처음 진행한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여행을 더 이상 사치재로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고려하면 마이리얼트립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 사업 영역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으로 나가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아웃바운드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위한 ‘인바운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으로 여행은 필연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행할 때 이서진・이승기 같은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잖아요.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구석구석 돌아보는 일은 색다른 매력이 있어요. 저희는 뻔한 관광지를 정신없이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닌, 짧은 일정이지만 현지 문화를 제대로 보고 느끼는 ‘리얼트립(real trip)’을 지향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그런 여행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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