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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하는 스타일이죠

<피끓는 청춘> 이종석

이종석은 솔직했다. 그의 입에서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뉴스가 되는 상황에서 “소속사가 자주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밋밋하다는 둥, 배우 하기 안 좋은 얼굴이라는 둥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연기에 대한 평가는 특히나 객관적이고 냉철했다.
“안녕하세요, 누나.”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이종석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넨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대뜸 누나란다. 명함을 내밀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보더니 이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뜨고 나서 변했다’는 세간의 소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소문의 당사자에게 직접 물었다. “저도 그 얘기 들었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변했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해요. 변할 수 있죠. 어떻게 사람이 안 변합니까(웃음).”

1월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이종석은 충남 홍성지역의 고등학생 카사노바 ‘중길’ 역을 맡았다. 중길은 그동안 이종석이 연기했던 차도남과는 180도 달랐다. 일진 ‘광식(김영광 분)’에게 굴복하는 것은 물론, 맞기 싫어서 ‘영숙(박보영 분)’이 뒤에 숨기도 하며, 심지어 팬티 차림으로 춤도 춘다. 그야말로 찌질남의 전형이다. “‘더 망가져야지, 더 찌질해져야지’ 결심했어요. 근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보시는 분들이 너무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까 싶고. 연기 패턴도 많이 달랐어요. 계속 업 돼 있어야 하는 캐릭터라.”


그간 그에게는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유독 고등학생 역을 많이 맡다 보니 교복을 입고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일이 잦았고, 외형이 비슷해 혼란스러워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너무 똑같은 역할만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랑 <노브레싱>에서는 심지어 겉모습도 비슷했죠. 스스로도 답답했어요. 학생이라는 점만 같을 뿐 전부 다른 캐릭터인데, 표현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항상 뒤따랐죠. <피끓는 청춘>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선택한 작품이에요. 다른 것,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 컸거든요. 비록 교복을 입긴 했지만 캐릭터는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좀 아쉽기도 해요. 더 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피끓는 청춘>을 선택하기 전 그는 고민이 많았다. 잘 할 수 있는 걸 계속 해야 할지, 해보지 않은 걸 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결국 모험 쪽을 택했다. 모험의 결과가 썩 좋지 않다고 해도 뚫고 나갈 자신이 있었다. “사실 <피끓는 청춘>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어요. <너목들>의 여운을 좀 가지고 가도 되지 않겠냐는 거였죠. 그때 선배들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하나 터지고 나면 서너 개는 말아먹어 봐야 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종석 <너목들>로 반짝 하더니 거품 다 빠지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거품이 빠지는’ 것 역시 선배들이 겪었던 과정이잖아요. 저도 겪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피끓는 청춘>은 이종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다. <관상>에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고, <너목들>에는 버팀목 이보영이 있었다. <노브레싱>은 투톱이었기에 부담도 반이었다. 그러나 <피끓는 청춘>은 달랐다. 이종석이 ‘끌고 나가야’ 했다. 그는 “심지어 홍보조차도 쉽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저는 모니터를 심하게 하는 편이거든요. 안 그러면 성에 안 차요. 숙소에 돌아와서도 캠코더를 보고, 또 보고, 연기도 다시 해 보고 그래야 잠이 와요. 그런데 감독님이 모니터를 못 보게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답답했죠,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내려놓고 나니 나중엔 오히려 편했어요(웃음).”


영화 <관상> 개봉 후 그가 괴로움에 몸서리쳤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부족한 연기가 선배들에게 누를 끼쳤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 <관상>을 <학교 2013>과 병행해 찍었어요. 선배들께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하면서 찍었죠. 저 나름대로는 그럭저럭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관상> 촬영이 끝나고 개봉하기까지 몇 작품을 더 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관상>을 보니까 너무 괴롭더라고요. 저만 나오면 흐름이 뚝뚝 끊기는 거예요. 못 봐줄 정도였죠. <피끓는 청춘>을 찍을 때였는데, 촬영장에 가는 게 무서웠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풀어주는 스타일이라 금방 누그러졌지만요.”

송강호·김혜수·이정재 같은 당대 최고의 배우들 옆에서 20대 배우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 게다가 이종석은 현재 가장 핫한, 대세 배우가 아닌가. 그런 그가 왜 이렇게 겸손하다 못해 자신감이 없는지 의아했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제 단점을 듣는 것보다 제 입으로 말하는 게 낫잖아요(웃음). 사실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제가 잘 될지 몰랐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영화도 딱히 잘 된 게 없고, <학교 2013>이나 <너목들> 같은 드라마도 방송사에서 크게 기대를 안 한 작품이었거든요. 저는 그냥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했던 건데 잘 돼서 다행이죠.”

이종석은 TV광이다. 그는 틈만 나면 TV를 튼다. “가끔은 내가 TV 속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이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리모콘이 가는 드라마가 있어요. 그리고 볼 때 재미있는 드라마가 연기할 때도 재미있죠. 저는 TV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어요.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게 더 좋아요. 집에 있으면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에도 답장을 잘 안 해요.” 그러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냐고 했더니 인터뷰로 푼단다. “인터뷰를 하면 제 얘길 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제가 말을 가려서 못하기도 해요. 그래서 종종 오해도 받고, 회사에서 놀랄 때가 많죠(웃음).”

그의 말처럼 이종석은 돌발적인 언행으로 종종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인기가요>를 진행할 당시 분장을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해 공동 MC인 아이유와 불화설에 휩싸인 적도 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이 오해를 부른 셈이다. “거짓말을 잘 못해요. 싫으면 싫은 티가 나요. 그런데 제가 직접 출연을 결정한 방송에서 하기 싫은 티를 낼 리는 없잖아요. 다만 무덤덤하게 했을 뿐이죠. 그런데 보는 분들은 그게 더 어색했나 봐요. 덕분에 ‘소울리스(soulless)’라는 별명이 생겼죠. 사실 당시엔 일요일이 오는 게 싫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것도 좀 컸다고 얘기하는 거지만요(웃음).”


이토록 솔직한 이종석이 연애를 할 때는 어떤 모습일까. 대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밀어붙이는 타입일까. “저는 항상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하고, 확인해야 되는 스타일이에요. 보영 누나가 ‘너는 연애하면 정말 별로일 스타일’이라고 했어요. 애정결핍도 심해요. 어찌 보면 중길이랑 비슷한 찌질한 스타일이죠. 외로움을 표현하고 관심을 받으려다 보니까 애교가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이상하다, 내가 애교 있는 타입은 아닌데?’ 해놓고 제 모습을 보면 또 누군가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어요. 정말 외로운가 봐요. 그래서 한 동안 인터뷰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얘길 많이 했어요. 옆에 항상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거죠. 결혼하면 법적으로 내 옆에 묶어놓는 거니까.”

최근 몇 년 간 누구보다 바쁜 그였지만 데뷔 시절 이종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 “연기 시켜준다고 해서 들어간 회사에서 모델이나 아이돌을 하라고 했어요. 시작부터 쉽지 않았죠. 힘들게 회사를 옮겨 지금 있는 곳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2~3년 동안 일을 주지 않았어요. <검사 프린세스>로 데뷔하고 나서도 상황이 크게 바뀌진 않더라고요. 데뷔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움직여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 경험이 제가 다작을 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몸은 방전된 상태인데 한 작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몇 번의 오디션을 거쳐야 역할 하나를 받을 수 있었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한 작품 끝낼 때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늘거든요. 그게 참 행복해요.”

그의 롤모델은 유준상이다. 유준상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닮고 싶다. <알투비:리턴투베이스>를 함께 촬영할 때 유준상은 이종석에게 공연도 보여주고, 연기도 가르쳐줬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소심해서 표현을 잘 못해요. 연락을 드리는 게 실례가 될까봐 조심스럽거든요. 이번 영화 시사회에도 선배님을 꼭 초대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같이 작품 했던 윤계상 형이나 조정석 형도요. 이 자리를 빌어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우빈이는 살갑게 잘하던데, 나는 왜 잘 안 되지?(웃음)”


이종석은 현재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직 확정 전이지만 이전보다 무게 있는 역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게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쉬는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해요. <너목들>이랑 <노브레싱> 찍을 때는 몸이 곯았는지 시원한 데 서 있어도 땀이 계속 났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슬쩍 피부 관리법과 스타일링 팁을 물었다. 피부 얘기가 나오자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피부과”란다. 그러곤 “집 밖에 잘 안 나가서 얼굴이 하얀 거”라고 덧붙인다. “피부과 다녀요. 일주일에 한 번은 가죠. 어릴 때부터 밖에 나가는 거 안 좋아했고, 체육 시간에도 거의 안 나갔어요. 주번은 안 나가잖아요. 주번한테 빵 사주고 대신 교실에 있었죠. 쇼핑은 원체 좋아해요. 예전엔 인터넷 쇼핑도 많이 했고요. 맨즈 컬렉션을 보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찾아 입곤 했어요. 저는 바지랑 신발을 매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지통에 따라서 신발을 맞춰 신는 게 예쁘더라고요. 아, 바지 밑단이 특히 중요해요.”
  • 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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