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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생황의 신비로운 소리, 현대에 되살리다

생황 연주자 김효영

사진제공 : 비온뒤(www.beondi.org)
장소협찬 : 베르에블랑(02-3143-7761)
수천 년 역사를 지닌 동양의 전통악기로, 둥근 통에 여러 개의 대나무관이 꽂혀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한 관악기인 생황.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기생들이 불고 있는 악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기생이 부는 악기도 생황이다. 맑고 신비롭고 매혹적인 소리에 반해 생황 연주자의 길에 접어들었고, 생황을 널리 알리기 위해 클래식과 탱고・발레・영화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이가 있다. 김효영씨다.

국악고등학교와 추계예대에서 피리를 불었던 그는 대학원에서 생황을 만났다.

“생황을 처음 본 순간 강하게 이끌렸어요. 피리도 음색에 반해 연주하게 되었는데, 생황의 신비로운 음색은 정말 매혹적이었습니다. 생황은 중국 소수민족의 악기로 알려져 있어요. 봉황이 날개를 접은 모양이라고 해서 ‘봉생(鳳笙)’이라고도 부르죠. 생황은 영혼을 담고 있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기를 불어넣어야 비로소 소리를 내기 때문에 호흡이 중요합니다.”

생황은 대나무관에 떨림판을 장착한 후 몸통에 꽂아서 부는데, 유일하게 화성을 낼 수 있는 관악기다. 입으로 숨을 불어넣으면 울림통에 꽂힌 여러 개의 대나무관을 통과하면서 독특한 소리를 낸다. 은나라 시대 갑골문자에 우(芋)라는 글자가 있는 것을 보면 34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7세기 백제 금동향로, 8세기 신라 에밀레종의 부조에도 생황이 등장한다.


현대인에게 신비로운 소리로 다가오는 생황은 ‘천상의 악기’로도 불린다. 그는 오대산 상원사의 동종(국보 제36호)에 새겨져 있는, 생황을 타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비천상(飛天像)의 이미지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 정면 벽의 부조 ‘비천상’에서 천녀가 불고 있는 악기도 생황이다.

“비천상을 본 후 ‘어떻게 연주했을까’ 상상을 하곤 해요. 그렇게 악기와 한 몸이 된 듯 연주하고 싶어요.”

그는 생황이 또한 굉장히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프・반도네온과 같은 악기, 클래식・재즈・탱고 같은 음악 장르까지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주와 작곡을 겸하면서 <환생> <향가(鄕歌):향(香)> 등의 앨범을 낸 그는 영화 〈방자전〉에서 긴장감을 돋우는 대목, 국립발레단의 공연 〈왕자호동〉 등에 생황음악을 끼워 넣어 극적인 효과를 냈다. 그는 〈왕자호동〉 작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왕자호동〉에서 신비로운 새인 비조가 춤추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나올 때 무대 밑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황홀했어요. 생황과 잘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이기도 하다. 2005년에는 고양국악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아트 프런티어로 선정되었다.


‘서동요’ ‘처용가’ ‘헌화가’ ‘찬기파랑가’ 등 신라시대 향가 6곡을 생황음악으로 재구성한 창작곡을 발표(생황음악 음반 <향가(鄕歌):향(香)>)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11년째 생황의 레퍼토리를 넓혀왔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 피아졸라의 ‘탱고’, 비발디의 〈사계〉 등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생황으로 연주하고, 17관인 한국 전통생황에서 음역을 확대한 37관 생황을 과감히 도입했다. 2011년 상하이음악학원의 생황전공 교수인 쉬 라오스를 찾아가 37관 생황 연주법을 배웠다.

“쉬 선생은 저의 연주를 듣고는 빠르고 화려하고 경쾌한 중국 생황과 달리 우리 생황 소리는 좀 더 깊고 느리다고 하셨죠.”

문화적 배경에 따라 악기 소리도 달라진다고 그는 생각한다.

<김효영의 생황, 단편영화 ‘herstory’> 공연에서 초연된 ‘笙-improvisation’의 작업노트에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生은 笙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끊임없는 반복 속에 두 개의 고리가 연결되어 있다. 신화 속의 비천인도 여인으로 세상에 돌아온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연주회를 하고 틈을 내어 여행을 할 때였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성당은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모두 달라요. 생황의 소리도 그처럼 다양합니다.”


그의 고민은 대중이 낯설어하는 생황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가다. 2013년 봄 빈에서 그는 직접 작곡한 ‘고즈-넋’을 연주했다. 빈은 음악의 도시답게 낯선 악기를 받아들이는 데도 선입견이 없었다.

“신비로운 소리 자체를 그냥 느끼는 것 같았어요.”

페루 연주회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잉카음악이 있기 때문인지 낯설지 않고 익숙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는 생황이 의외로 현대음악・월드뮤직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연주자・창작자로서 어떻게 이 장점을 살릴지 늘 고민한다고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작업노트뿐 아니라 연주회 프로그램북의 글도 직접 쓴다.

“올해에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파리에서 3개월 정도 머무를 예정이에요. 우리 생황을 더 적극적으로 유럽 무대에 알리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를 통해 수천 년 전 생황이 우리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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