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인씨엠예술단 노희섭 단장

누구든 문화예술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예술을 통한 문화나눔’을 기치로 내걸고 무료로 공연 봉사를 해온 단체가 있다. 사단법인 인씨엠예술단이다. 인씨엠예술단은 2006년 창단한 이래 병원, 양로원, 지자체 등을 다니며 소외 계층을 위한 음악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인씨엠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영남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 상임단원을 역임한 성악가 노희섭 단장. 노 단장을 만난 날도 그는 며칠 뒤에 있을 거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씨엠예술단은 2006년 창단한 민간 공연단체로, 산하에 인씨엠오페라단・ 인씨엠필하모닉오케스트라・인씨엠무용단・인씨엠오페라합창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인씨엠예술단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인씨엠오페라단의 경우 연 2회 이상 오페라 정기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다윗왕>을 세계 초연했고, 얼마 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였다.

“정기 공연을 통해 얻은 수익 중 일부를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공연에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병원이나 양로원, 백화점 앞에서 공연을 합니다. 2013년 1월부터는 강서구에서 ‘강서아츠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전석 무료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매달 평균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큰 행사예요.”


인씨엠예술단은 현재 ‘러브인씨엠트리’라는 문화 나눔 운동도 벌이고 있다. 1만원을 후원하면 한 그루의 인씨엠나무를 심게 되는데, 그 후원금은 사회적 취약 계층에 문화 나눔을 하는 데 쓰인다. 현재 1600여 그루의 후원 나무가 심어졌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인데 문화는 그 수준을 못 따라가고 있어요. 미국이나 일본만 봐도 문화 기부와 캠페인이 일상화돼 있거든요. 러브인씨엠트리 운동을 전 국민 문화운동으로 확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노 단장이 공연단체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2005년이다.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예술가들이 설 무대는 많지 않았다.

“외국에서 10년, 20년 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와도 성악가들이 설 자리가 없었어요. 먹고살기도 힘들었죠. 갈 수 있는 자리는 교수나 시립음악단 정도가 전부였거든요. 그런 현실이 답답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공연을 하기 위한 오케스트라도 전무했어요. 오페라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인 거죠. 음악가들이 설 수 있는 민간 음악단체를 만들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고, 대중에 오페라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노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 상임단원으로 근무하던 2006년 인씨엠예술단을 창단했다. 그에게는 수십 차례 무대에 서본 경험과 오페라단 제작 총괄까지 맡았던 관록이 있었다.

“비용은 낮추면서 공연의 퀄리티는 떨어뜨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어요. 저희 인씨엠예술단 공연 무대에 서는 친구들은 모두 전문가예요. 그것도 현재 활동 중인 A급 전문가죠(웃음). 저희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대극장에만 서는 것은 아니기에 무대 환경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연의 퀄리티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처음 노 단장이 무료 거리 공연에 나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성악가의 격을 떨어뜨리는 짓이라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음악하는 사람들, 더군다나 큰 극장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은 길에서 노래하는 걸 꺼려요. 목에도 무리가 가고,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거든요. 보수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성악가가 아무 데서나 노래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거리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고 즐긴다면 그게 곧 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죠. 친구들 모임이나 행사에 가서 노래를 불러줬을 때 주위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쉽게 들을 수 없는 노래라고 하면서 다들 좋아하거든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어요. 저랑 같이 활동하던 한 성악가는 거리 공연 때문에 자기 실력이 늘었다고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인씨엠오페라단의 거리 공연은 100%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스케줄이 맞는 성악가들이 번갈아가며 참여한다. 물론 모두 노 단장이 검증한 실력파 음악가다.

“저를 알고, 제가 걸어온 길을 아는 분들은 제 취지에 공감하고 돕겠다고 나섰어요. 인씨엠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는 단원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에요.”


몇 년간 거리 공연을 해오면서 노 단장은 문화 나눔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큰 수익 없이도 지금껏 인씨엠예술단을 운영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7월 영등포 롯데백화점 앞에서 3일간 무료 공연을 할 때였어요. 주변에 노숙자가 굉장히 많았는데, 그중 한 분이 하루 종일 박스를 팔아서 번 돈 1000원을 후원함에 넣어주고 가셨어요.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맙다면서요. 어찌나 짠하던지, 잊을 수가 없어요. 거리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면 주변이 밝아져요. 길을 걷던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죠. 노래하는 저희도 덩달아 행복해요. 영등포 롯데백화점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전부 관객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져요. 속으로 ‘오늘 관객이 몇 만 명은 되겠구나’ 생각했죠. 가끔 저희 공연을 보려고 몇 시간 걸려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게 음악이고, 문화 나눔이죠.”

인씨엠예술단의 목표는 공연 예술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고, 궁극적으로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물론 수익도 내야겠죠. 그래야 더 좋은 무료 공연을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부끄럽지만 지금까지는 거의 사비를 털어서 공연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서울시나 기업체의 후원을 받으려고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돈을 벌어야겠다거나 사업가적인 마인드로 임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그냥 좋으니까, 좋으니까 한 거죠.”
  •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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