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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라 불리는 청년들의 세상을 향한 격투기!

독립영화 <잉투기>로 첫 장편 도전한 엄태화 감독

인터넷 세상에서 ‘잉여’란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 비주류를 뜻한다. 온종일 PC방을 전전하는 청년들, 뚜렷한 일과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주로 잉여라는 딱지가 붙는다. 특이한 듯하지만 평범하고, 주변에 없을 것 같지만 어디에나 있는 이런 잉여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감독이 있다. <잉투기>로 첫 장편영화에 도전한 엄태화(32) 감독이다. 엄태화 감독은 전작 <숲>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예. 영화는 자신들을 잉여라고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코믹하게 그렸다. 박찬욱 감독은 <잉투기>에 대해 “한국 독립영화 역사의 또 한 챕터가 시작되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평했다.

“‘잉여’라고 하면 우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고, 우리 자신이 잉여일 수도 있죠. 요즘에는 스스로를 잉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원래는 주류를 제외한 나머지를 잉여라고 했지만 지금은 잉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류인 것 같은?(웃음) 누구에게나 ‘한심하고 찌질해 보이는’ 면은 있거든요. 특히 20대 친구들이 그래요. 뭘해야 할지도 모르고,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러다보면 뭔가 되겠지’ 생각하면서 사는. 그런 친구들이 사실은 전부 잉여인 셈이죠(웃음).”


<잉투기>의 주인공 ‘태식(칡콩팥)’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팔러 나갔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젖존슨’에게 속아 급습을 당한다. 태식이 얻어맞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고,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종합격투기를 배운다. 젖존슨을 찾아다니던 태식은 취미로 먹방을 하는 격투소녀 ‘영자’를 만나고, 젖존슨에게 공개 결투를 제안한다. 그리고 비로소 진짜 ‘잉투기’가 시작된다.

잉투기는 ‘잉여들의 격투기 대회’를 일컫는 말로, 2011년 실제로 개최됐다. 디시인사이드의 격투갤러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격갤러’들이 이 대회를 통해 오프라인 세상으로 나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닉네임 역시 실제로 활동하던 회원들의 닉네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엄 감독은 처음 이 대회를 접하곤 ‘이거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갔어요. 그런데 대회가 너무 진지하더라고요. 참가자들은 모두 장비를 갖추고 있고, 심판도 있고, 심지어 의료진도 대기하고 있었어요. ‘이런 걸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웹상에서 서로 욕하고 싸우던 사람들이니까 그들이 싸우면 마냥 웃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대회에 참가한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정성 있게 다루지 않으면 그저 소재로만 남는 이야기가 돼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인공 태식은 자신을 때린 젖존슨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중간중간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잉투기에 임한다.

‘쓸모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쓸데없이 너무 진지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것, 남들이 보기엔 굉장히 사소한 부분인데 목숨을 거는 것, 이런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인물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고, 현실과 부딪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영화에는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개그 코드가 여럿 등장한다. ‘볼케이노’의 등장도 그중 하나. 볼케이노는 잉여가 되기 전의 젖존슨이 활동했던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다. 그들이 “친구여, 너와 나는 데칼코마니”라며 부르는 노래는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어 큰 웃음을 준다. 젖존슨의 행방을 알고 망연자실한 태식이 돌연 영자의 가슴을 움켜쥐곤 “좋아해”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엄 감독의 기지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충무로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엄태화 감독은 사실 홍익대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미대에 입학했지만 정작 그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갔다.

“적성에 안 맞았어요. 웹디자인을 하는데 창의력은 필요 없고 그저 틀만, 유행만 따라가면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르바이트로 영화미술팀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제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갈 때 그 느낌을 잊지 못해요. 이후 광고디자인과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수업은 전부 영상・영화 수업을 들었어요. 그러면서 연출을 배우기 시작했죠.”


엄 감독은 어릴 때부터 남다른 이야기꾼이었다. 상황극 만들기를 즐겼고, 만화를 보곤 뒷이야기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학예회를 하면 항상 제가 연극이나 콩트 같은 것을 짰어요. 중학교 때는 거짓말을 진짜 많이 했고요(웃음). 아직 뒷이야기가 안 나온 만화를 미리 봤다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이를테면 《슬램덩크》의 서태웅이 자전거를 타다가 졸음병 때문에 차에 치여 죽는다는 결말을 만들어내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이상한 애였어요, 제가(웃음). 그때부터 이야기를 만드는 데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감독으로서의 세계관이 있는지를 물었다.

“글쎄요. 세계관은 앞으로 영화를 계속하면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다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있어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스즈키 세이준 감독이 방문했을 때를 잊지 못해요.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이라는 영화의 GV 시간이었는데, 스즈키 감독이 휠체어를 타고 산소호흡기를 낀 채 무대에 올랐죠. 어떤 관객이 ‘신선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그분이 ‘미래의 내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걸 알려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머리가 멍할 정도로 멋있었어요. <잉투기>를 볼 관객들에게도 어떤 세계관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앞에 있으면 그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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