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들에게 요리 가르쳐주는 블로거 이상희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드는 자취 요리 맛보실래요?

라면 외에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는 자취생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블로그가 있다.

‘자취왕 꿀키의 꿀맛 나는 자취일기’(이하 ‘꿀키’)라는 이름의 블로그다. 하루 평균 2만 명의 배고픈 자취생들이 ‘꿀키’를 찾는다. 이 블로그에는 올해로 자취경력 8년 차인 블로거 이상희씨가 2년 동안 틈틈이 올린 400여 가지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고슬고슬한 현미밥, 삼겹살에 고추장 양념을 넣고 버무린 제육볶음, 아삭한 오이소박이와 부추무침까지 곁들이면 먹음직스러운 한상 차림이 된다. 알싸한 매운맛이 그리울 때는 비빔국수, 칼칼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김치콩나물국, 간만에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스테이크와 토마토샐러드까지 메뉴의 종류도 다양하다. ‘꿀키’의 레시피는 올해 《꿀키의 자취생 레시피》라는 제목을 달고 세 권의 전자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블로거 이상희씨를 만나기로 한 곳은 돌담을 끼고 있는 주택이었다. 자그마한 화분에는 손톱만 한 초록색 싹이 가득하다. 요리할 때 쓰려고 심어둔 바질과 루콜라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널찍한 식탁이 보인다. “오늘은 뭘 만드실 거예요?”라고 묻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부엌에서 재료를 주섬주섬 들고 와 식탁에 내려놓는다. 잘 익은 김치와 달걀, 소시지와 치즈, 그리고 밥 한 공기다. “컵밥을 만들어 보려고요. 별다른 재료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거든요.”

‘딸깍’.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 그가 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른다.

요리를 시작한 지 10분이 채 안 되어 ‘컵밥’이 완성됐다. 새콤한 김치, 짭짤한 소시지, 고소한 치즈와 달걀의 맛이 입 안에서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간단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 그것은 ‘꿀키’의 목표이기도 하다.

“스무 살에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었어요. 마음먹고 차린 식탁에는 밥이랑 김치, 달걀프라이가 다였죠. 요리를 배우려고 요리블로그를 자주 기웃거렸는데, 정작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는 별로 없더라고요. 첫 문장에 ‘냉장고에서 날치알을 꺼내세요’라고 적혀 있는데, 제 냉장고에는 날치알이 없는 식이었죠.”

자취생을 위한 요리 블로그인 만큼, 구하기 쉬운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가 주를 이룬다. 최근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는 묵은지무침. 김치냉장고가 없는 자취생들에게 쉰내 나는 묵은지는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다. 하지만 묵은지를 찬물에 헹궈 꼭 짜서 참기름을 넣고 무치면 단무지 대신 김밥 안에 넣어도 맛있고, 김치말이국수를 해 먹어도 별미가 된다.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주변에 있는 재료로 대체해 만들기도 한다.

“육류의 잡냄새를 없앨 때는 맛술이나 청주를 넣는데, 저는 그런 게 없거든요. 그래서 마시다 남은 소주를 넣어요. 빵을 발효시킬 때는 이스트 대신 막걸리를 넣어서 막걸리빵을 만들고요.”


대학시절, 주머니가 가벼운 탓에 식빵 한 줄과 양파 한 망으로 양파샌드위치를 만들어 1주일을 버티기도 했다는 그. 취업 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요리였다. 먹는 것만큼은 마음껏 해먹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요리 실력은 늘어갔고, 재미로 블로그에 올린 레시피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일상도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손을 뻗어서 휴대전화를 찾아요. 밤새 올라온 댓글을 확인하고 싶어서요. 각양각색의 댓글이 달려요.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를 해봤는데 맛이 좋더라는 댓글도 있고,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데 도전해보고 싶다는 댓글도 있어요. 물론 악플도 있죠. 자취생이 너무 잘 먹으니까 대뜸 ‘너 몇 킬로냐’고 묻는 분도 계세요(웃음).”

‘꿀키’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새로운 메뉴의 레시피가 올라온다. 매번 다른 메뉴를 떠올리는 것이 힘에 부치지 않은지 물었더니 ‘깔깔’ 웃으며 대답한다.

“메뉴 걱정은 안 해요. 밤이 되면 먹고 싶은 게 끊임없이 생각나거든요. 그때 종이에 생각난 음식들의 이름을 잔뜩 적어요. 밤에 적어놓은 음식 중에 같은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을 묶어서 하나씩 요리하죠.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해먹으면 질리지 않고, 재료비도 절약돼요.”

한식・양식・일식은 물론 베이킹까지 척척 해내는 그지만, 그의 전공분야는 요리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그는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의 제품디자인 부서에서 근무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요리를 했고, 그렇게 10년 넘게 한길을 걷다보니 그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요리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때 더 맛있어요. 주말에 친구들을 불러서 요리하기도 하고, 빵을 구워서 선물하기도 해요. 집에 초대하거나 직접 선물할 수는 없지만, 제가 만드는 요리의 레시피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올해 연말 즈음 그의 이름을 건 잡지가 제작될 예정이다. 매달 콘셉트를 정해서 요리를 소개하는 잡지다. 휑한 자취방을 달큰한 밥냄새로 채워준 ‘자취왕’의 변신이 궁금해진다.

자취왕 꿀키가 추천하는 초간단 요리 ‘컵밥’

재료
밥, 김치, 달걀 1개, 소시지 4개, 치즈 1장(토핑 재료는 냉장고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1. 김치를 썰어 볶는다.
   (편의점에서 볶은김치를 사서 요리해도 된다.)
2. 달걀프라이를 한다.
   (달걀프라이를 할 때, 흰자에 피자치즈를 뿌리면 더 고소하다.)
3. 소시지를 굽는다.
   (소시지에 칼집을 내면 보기에는 좋지만, 칼집을 내지 않는 게 맛은 더 좋다.)
4. 컵이나 오목한 그릇에 밥을 눌러 담고, 준비한 토핑 재료를 마음대로 쌓는다.
   (컵이나 그릇이 없다면 컵라면 용기를 이용해도 좋다.)
5. 긴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는다.
   (아래부터 위까지 떠서 모든 재료의 맛을 한꺼번에 느끼는 게 포인트.)
  • 2013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