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휘 ‘빈티지 아울’ 대표

괴산 시골마을에 들어선 빈티지숍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앤티크나 빈티지숍은 으레 서울의 이태원이나 양재동 카페 길에 있으려니 하는 편견을 깨는 곳이 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작은 마을에서 지난해 9월 문을 연 영국 빈티지 쇼룸&숍 ‘빈티지 아울(Vintage Owl)’. 의외의 장소에 있는 이 곳을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이상휘씨(30)가 영국에서 앤티크 가구복원과 가구제작을 공부하고 돌아와 연 가게다.
그는 영국의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본 앤티크숍, 런던에서 옥스퍼드 가는 길에 들른 카부츠(Car Boots)마켓이 ‘빈티지 아울’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빈티지 가구에 빠져들기 전 그는 대기업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무려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회사였지만 그는 그 생활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언제나 무한경쟁에 놓여 있는 기분이었어요. ‘이런 생활을 하면서 내가 도착하게 될 종착점은 어디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정말 좋아한 것이 무엇이었지?’라는 질문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지요.”

직장을 그만둔 그는 ‘좋아하는 것을 일단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공부를 했지만 선뜻 이 길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1년 동안 방황했어요. 그때 영국에서 가구디자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둘째 누나가 영국으로 건너오라고 제안했어요. ‘가구복원’을 공부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학교도 알아봐주었고요.”

영국은 그가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가서 공부한 곳이기도 하다. 그때도 박물관이나 정원, 빈티지 마켓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빈티지 마니아는 아니었다고 한다.

“빈티지 마켓에 가서도 ‘먼지 폴폴 나는 저 물건을 누가 살까?’ 했거든요. 지금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의 가치를 알게 되었지만요.”

그는 2011년 말부터 영국 벅스 뉴 유니버시티 가구복원 단기코스에서 공부했다.

“영국의 가구복원은 원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어요. 직장에서 퇴직한 후 공부를 시작한 학생도 있었는데,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복원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매력을 느꼈습니다.”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5파운드 정도에 산 빈티지 가구를 잘 복원하면 50파운드 정도의 가치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공부를 마친 후 웨스트 딘 컬리지에서 가구제작을 공부했다.

“윈저체어를 만들었는데 나무 자르는 일부터 디자인, 설계, 제작까지 하다보니 가구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국은 앤티크의 성지로 통한다. 영국 중산층의 거실을 엿볼 수 있는 제프리 박물관, 19세기 후반에 미술공예운동을 벌였던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 하우스, 도자기와 고악기를 볼 수 있는 펜튼 하우스, 로코코 양식을 볼 수 있는 클레이든 하우스 등 옛 가구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런던을 중심으로 한 앤티크, 빈티지 마켓은 필수 여행코스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앤티크와 빈티지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에게 빈티지는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한다.

“영국의 디자인은 업사이클링을 중요시하고, 정부지원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오래된 의자를 그대로 폐기하는 게 아니라 그중 멀쩡한 다리를 활용해 램프를 만드는 식이지요.”

‘빈티지 아울’의 심벌은 부엉이인데, 뒷모습만 보인다. 빈티지 아울의 로고, 고목재의 껍질을 사용해 질감을 살린 간판은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만들어줬다.

“친구에게 부탁했는데 부엉이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그려왔어요. 부엉이를 생각할 때 항상 앞모습만 상상하는 우리 선입견을 뒤엎은 신선한 발상이라 좋았습니다.”

대신 지혜의 여신을 상징하는 부엉이의 눈 역시 상상에 맡겨야 한다.


그는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빈티지&앤티크숍을 본 후 줄곧 지금 같은 가게를 꿈꿨다고 한다.

“시골마을에서 조그만 앤티크숍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런던 최고의 엔티크마켓은 런던 근교에서 열리는 섬버리 마켓이에요.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빈티지에 평소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영국의 테이트모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사이언스 뮤지엄 등 박물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한다. ‘빈티지 아울’의 쇼룸은 원래 샌드위치패널 창고였다. 창고는 기본 골조만 남겨놓고 완전히 탈바꿈했는데, 고목재와 나무 창틀, 조명 등 빈티지숍에 맞는 재료를 구해오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영국식 창틀이다.

“영국에 있을 때 현지인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새것과 빈티지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경이 좋았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돌출된 창문이 마음에 들었고요. 꼭 저렇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가구를 전공한 누나와 저의 취향이 골고루 반영된 가게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군수물자로 쓰던 군용 테이블처럼 다양한 가구가 있지요.”


영국 현지에 있는 파트너의 도움으로 쇼룸을 꾸려 가는데, 올해도 두 번 출장을 가서 수집해왔다. 1920년에 디자이너 루시안 에롤라니가 만든 ‘얼콜’은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 필수 수집품목으로 꼽히는 물건. 전 제품이 핸드메이드로 제작되어 희소성이 높은 1960년대 빈티지 얼콜 체어도 인기 품목이다.

제품의 생산시기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웨지우드의 스페셜 에디션, 빈티지 거울, 램프, 시계, 여행 트렁크 등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눈길이 가는 품목이다. 이외에 휠 백 암체어, 빈티지 박스 트렁크, 1900년대 초・중반 등나무로 만든 아기 유모차인 위커 프람, 빈티지 책과 잡지도 눈에 띈다. 이외에 빈티지 카메라와 안경, 포크 등도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꿈은 가구복원 클래스를 여는 거예요. 그리고 정원을 잘 가꾸어 조그만 비스트로도 함께 운영하고 싶어요. 먼 길을 찾아온 빈티지-앤티크 애호가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공간’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오래된 집, 앤티크 문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말한다. 시골마을에 들어선 빈티지숍은 우리에게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일깨울 것이다.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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