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만든 뭐든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곳,
‘서울라이트러닝’

이곳에서는 누구나 선생님이자 학생이 됩니다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매우 신성하다. 한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과 식견을 갖춰야 가르치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라이트러닝(Seoulite Learning)’은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열린 교육을 지향한다. 미대생이 현대미술을 어떻게 해석할지 이야기하고, 와인동호회 회원이 자신의 와인지식을 나누면서 학생들과 함께 시음을 한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알 뿐 평범한 사람이 가르침을 맡는 것이다. 그들의 지식이 깊지 않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사람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왼쪽부터) 현재 활동 중인 김근수(고려대 3), 박서연(이화여대 2), 장석현(명지대 3), 이소담(이화여대 2), 이송은(이화여대 2), 임두현(서강대 4), 이지민(서울대 4), 노소영(이화여대 1), 이효주(이화여대 1), 이영경(고려대 4)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수강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강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세 가지 가치가 ‘fun’ ‘easy’ ‘affordable’이었죠.”

이수경씨는 1년 전 알음알음으로 모인 고민지・안치원・박준희・강유진・이성현・차예리・박기훈・김재곤과 함께 서울라이트러닝을 창립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교환학생으로 찾았던 런던은 달랐다. 예술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런던에 있는 동안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 예술교육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도 이런 단체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그 꿈은 인터넷에서 해외 사례를 찾으면서 점점 구체화되었다.

호주 멜버른의 레인웨이 러닝(Laneway Learning)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브레이너리(Brooklyn Brainery) 두 단체 모두 지식나눔을 목적으로 소규모 강의를 여는 곳이다. 그는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했다.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제가 음악에 열정이 있듯 다른 사람들도 열정이 하나씩은 있을 텐데, 그런 열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다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fun
2012년 9월 4일 첫 강의였던 ‘음악 바보를 위한 나만의 노래 만들기’를 시작으로 서울라이트러닝은 다양한 강연을 열었다. 주제는 예술뿐 아니라 맥북 사용법, 셀프 네일아트, 디제잉, 프레젠테이션 노하우, 인권, 티백 만들기, 관상 보기 등으로 그 범위를 계속 넓혀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시야를 넓힘으로써 삶에 ‘즐거운’ 활력을 주는 것. 이것이 서울라이트러닝의 기본 목표다.


easy
서울라이트러닝의 수업은 이론보다 실습이 많다. 수강생은 2시간 동안 해당 주제를 체험한다. 강의가 재미있으려면 우선 ‘쉬워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라이트러닝은 본 강의 전 여러 단계를 거친다. 강의계획서를 검토하고, 강사 미팅을 하고, 마지막으로 리허설을 한다.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사에게 중간중간 가감 없이 피드백을 전달한다. 강사의 발성과 몸짓을 교정하고 수강생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같이 기획한다.

“사진촬영 강의에서 운영진 중 한 명이 게릴라 사진전 아이디어를 냈었어요. 강의 도중에 잠깐 밖으로 나가 30분가량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서로 찍은 걸 보는 것이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중동문화 강의는 딱딱할 수 있었는데, 일부러 수강생들에게 검은색 스카프를 하나씩 가져와서 히잡처럼 두르게 하고, 아랍 전통 춤추기나 아랍어로 이름 쓰기도 저희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여기에 강사님이 아랍 인디밴드의 음악을 틀자는 아이디어를 덧붙였지요.”(이수경)


affordable
쉽고 재미있는 서울라이트러닝의 강의를 듣기 위해선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통 회당 5000원. 비영리 단체이지만 장소대관 및 재료구입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적정한 가격’의 수강료가 가지는 의미는 의외로 크다.

“5000원이면 커피 한 잔 가격이죠. 적은 돈은 아니지만 큰돈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견문을 넓히는 데 그 정도는 지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야 수강생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요.”(장석현)


서울라이트러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룬 것보다 이루어야 할 것이 더 많다. 고정적인 대관장소가 없고 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해 종종 강의진행에 차질을 빚을 때가 있다. 무엇보다 지인 위주의 강사 섭외 및 수강생 유치는 가능한 한 빨리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장석현씨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사실 단체 규모를 키우려면 유명한 강사를 초대해 수강생을 많이 받고, 수강료도 비싸게 받으면 돼요. 하지만 그건 저희가 당초 생각했던 ‘새로운 배움의 문화’의 그림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일관성 있게 꾸준히 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신뢰도 쌓고 저희도 성장하겠죠.”

그는 더 큰 그림을 내다보고 도약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서울라이트러닝이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공동체다. 이미 운영진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 종종 업무분담을 하며 얼굴을 붉히곤 하지만, 최대한 딱딱한 분위기를 배제하고 즐겁게 활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회의 지각 벌금은 기부금이란 명칭으로 바꾸었고, 생일에는 아기자기한 포스트잇 이벤트를 연다. 애정 넘치는 분위기 때문인지 이미 운영진에서 두 커플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꿈꾸는 공동체는 이 울타리를 넘어선다. 강사와 수강생까지 포함하여 강의의 세 주체가 함께 소통하고 공존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문화 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마술 강의 때 만났던 수강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연령대가 굉장히 넓었는데 마술사가 꿈인 초등학생이 엄마 손을 잡고 오기도 했고, 60대 할아버지도 취미 삼아 배우고 싶다고 오셨어요. 감동이었죠. 뿌듯했어요. 그때 처음 저희의 영향력을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어요.”(박서연)

“지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탄산음료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마시면 갈증이 나서 더 마시고 싶어지듯 서울라이트러닝을 더 많은 사람이 갈구해줬으면 합니다.”(장석현)

서울라이트러닝의 운영진은 현재 모두 대학생이다. 직장인이 활동할 경우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사나 수강생은 연령과 직업에서 어떤 제한도 없다.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장벽 없이 교육을 실현하는 것. 그것이 변하지 않는 한 서울라이트러닝은 교육의 인식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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