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잡지 <그린마인드> 만드는 김현정・장혜영・전지민

환경을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해요

글 : 최용준 인턴기자(경희대 2)  / 사진 : 김선아 

인터뷰 장소에 현정·혜영이 먼저 왔다. 커피 마시겠냐고 물었더니 그냥 물만 마시겠단다. 종이컵 두 개를 꺼내왔다.
“한 컵에 주시면 나눠 마실게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몇 분 후 지민이 왔다.
“커피 드릴까요?” “아니요. 여기 있는 물 마실게요.”
인터뷰하고 사진 촬영하는 내내 ‘그린마인드를 만드는 여자’, ‘그마녀’ 세 사람은 종이컵 하나에 담긴 물을 나누어 마셨다.
왼쪽부터 전지민·장혜영·김현정
〈그린마인드〉는 환경 잡지다. 그린마인드 홈페이지에는 초록빛 들판 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그린마인드’는 삶과 삶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환경은 인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삶의 무대이며, 인간은 그 무대를 수놓는 주인공입니다. 세상은 시간을 더해갈수록 더 특별한 것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저희는 묵묵히 버티고 있는 오늘의 ‘그냥’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도 열심히 사는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당신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그린마인드는 ‘우리의 환경’을 담는다. 산골짜기 맑은 시냇물을 포함해 오늘을 둘러싼 일상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마음의 환경이 바뀌면 주변의 환경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보다 보여주고자 한다. 환경오염에 관한 빼곡한 수치보다는 바닷물이 출렁이는 사진이 가득하다. 나무가 쭉쭉 뻗은 사진이 시원하다. 재생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환경을 사랑하는 평범한 이에 대한 글이 싱그럽다. 매호 신발, 이웃, 첫사랑 같은 익숙한 소재에 대해 독자들이 글과 사진을 보내온다. 소소한 글과 사진을 보다 보면 저절로 감수성이 반짝인다. 독일의 유명 사진작가도 자신의 사진을 재능 기부한다.

“책을 만들기도 전이었는데 어설픈 영어로 (사진작가에게) 아이처럼 이메일을 보냈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책을 만드는데 당신의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그게 나의 꿈이 될 것 같다고 보냈죠. 그런데 답이 왔어요. ‘드림스 컴 트루’ 라고(웃음).”

환경전문가가 보면 “뭐야!”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이들은 좀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생각을 담으려고 한다. 마치 바퀴가 여러 개의 바퀴살로 굴러가는 것처럼, 정답이 아닐지라도 환경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보통 권위 있는 사람이 잡지에 실리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주변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따뜻한 사람을 알리고 싶었어요.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듣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린마인드 전시회 모습
〈그린마인드〉는 우연한 인연이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조경디자인을 전공한 현정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쓰던 지민을 아르바이트하다 만났고, 여기에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혜영이 합류했다. 동갑내기인 세 사람은 잡지 관련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함께 잡지를 만들기로 했다. 세 사람 모두 관심 있던 소재는 환경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어바웃북스 독립출판마켓에서 창간호를 선보였다. 2주 만에 의기투합해서 만든 첫 책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어바웃북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것이다. 더욱이 영화배우 김효진씨가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100권을 덜컥 사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바지런히 달렸다.

세 명이서 잡지를 기획, 인쇄, 배송까지 해야 했다. 소규모 독립잡지여서 모든 일을 책임지다 보니 손이 달리고 시간은 부족했다. 이들은 원래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잡지에 매달렸다. 잡지수익만으로는 생계가 유지되지 않아 각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따로 사무실이 없으니 모여 앉아 회의하는 곳이 곧 사무실이 되었다. 잡지를 내면서 전시회를 두 번 열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컨퍼런스에도 참여했다.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마냥 고마워 밤을 새며 부록도 만들었다. 동대문에서 버려진 천을 모아 팔찌를 만들고, 재활용 벽지를 오려 노트를 제작했다.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들이 때로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대형서점에 입점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서점에 찾아가서는 “영업을 하러 왔는데, 영업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고 물어 담당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추억이 풋풋하다. 서툴지만 씩씩했다.

올 7월 1주년 기념호가 나왔다. 이들은 여전히 하나하나 경험하며 배우고 있다. 재정적으로 쉽지 않지만 신념 하나로 버틴다. 수익원이 될 지면광고를 받을 때도 잡지 색깔과 맞는 친환경 기업인지를 따져본다. 그들의 진심 어린 고민 덕분에 독자들도 ‘그린마인드’가 된다고 한다. 이들은 ‘이효리’가 나오지 않는 환경 잡지라며, 특별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 더 특별한 잡지라고 이야기한다. 뒷동산에서 이 잡지를 펼쳐 들고 쉬고 싶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그마녀’들을 감동시켰다.

‘그마녀’들이 직접 제작한 부록.
<그린마인드>를 만들며 그마녀들도 점차 초록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 불필요한 콘센트를 뽑고, 휴지 대신 손수건을,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기려고 한다. 환경은 내 것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내밀면 유별나고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보이잖아요. 그렇게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떳떳하고 당당해야 환경을 보살피는 마음이 든다고 믿어요.”

〈그린마인드〉는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해 만든다. 비용이 많이 들고, 재생지에 인쇄하다 보니 사진의 색감이 쨍하지 않지만, 환경을 생각해서다. 이들은 잡지를 만드는 게 나무를 훼손하는 일이 아닌가 고민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만 인쇄하고 딱 한 부씩만 갖는다.

“최대한 재고를 남기지 않으려고 해요.”

<그린마인드>는 연둣빛일 것 같지만 그마녀들은 오히려 블랙이라고 말한다. 자연의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빛깔의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말할 때 역설적으로 블랙이 되는 것이다. 현란한 네온사인과 쇼윈도 속에서 가게의 불을 끄면 어둠은 도드라진다. 서로가 빛이 되려는 곳에서 조용히 검은색이 된 그린마인드. 좀 더 평범한 사람과 함께 환경을 말하고 싶다.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도 실은 촉촉한 흙이 숨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길 바라는 것이다.
  • 201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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