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이지혜(업사이클러, ‘이면지의 꿈 프로젝트’ 진행)),
멘토(이준서(에코준컴퍼니 대표))를 만나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 가치와 스토리를 함께 담아야 합니다

정리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자원의 재사용과 재활용에 관심이 높은 요즘, 업사이클링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을 입혀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으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달 멘토링의 주인공은 ‘업사이클러’라는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혜(한양대 독문과 휴학 중)씨와 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 이 대표는 국내 손꼽히는 그린 디자이너로, 옥수수 전분을 주재료로 한 친환경 컵으로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비롯한 세계 3대 디자인 대회를 석권했다.
이지혜_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만들고 있는 이면지 노트인데요. 한 권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이준서_ 감사합니다. 이면지라면 나도 인연이 깊어요(웃음). 2008년에 이면지 활용을 권장하는 광고를 만들어 공익광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거든요.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요.

이지혜_ 저도 그 광고 알아요. 학교 복사실에 붙어 있어서 자주 봤거든요. 한 줄로도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해주는 광고라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광고를 하셨었나요?

이준서_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광고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공모전에도 많이 나갔고요. 공익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환경 문제를 탐구하게 된 것이 진로를 바꾼 계기였어요. 티셔츠에 친환경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주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윤호섭 교수님을 보며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대학원에서는 디자인 실무보다 그린 디자이너로서의 역할과 사명, 윤리 의식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했어요.

이지혜_ 윤호섭 교수님의 ‘티셔츠 프로젝트’는 저도 알고 있어요. 그 덕분에 에코준컴퍼니와 대표님을 알게 됐고요. 이후 에코준컴퍼니의 홈페이지에 종종 들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그린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아 문화적으로 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이준서_ 인식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이해시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그동안 디자이너도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농담처럼 ‘지구를 살리려다 내가 먼저 굶어죽겠다’는 말도 해요.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부족합니다. 결국 가치의 문제인데,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이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해요. 그게 바로 디자이너와 소비자 간의 소통입니다. 저는 그걸 국내에만 국한시키지 않았어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호도를 고려하면,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지요. 그래서 레드닷디자인어워드, IDEA, iF 등 해외 유명 디자인전에 출품하게 된 거예요. 세계 3대 메이저 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더군요. 제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을 찾게 된 거죠. 환경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아 관심을 끌려고 했던 전략이 맞아떨어졌어요.


이지혜_ 저는 요즘 개그맨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재사용·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매체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준서_ 맞아요. 한 포털사이트에 우리 제품이 몇 번 노출된 적이 있는데, 그때 홈페이지 트래픽이 초과돼 일순간 다운됐어요. 덕분에 해외에 있는 한인 바이어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지요. 제품이 궁금하다고 해서 e-카탈로그를 보내줬어요.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확산시키는 데 매체의 힘은 매우 커요. 소통 매개체로서 아주 유용하지요. 그런데 이면지 노트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나요?

이지혜_ 작은 카페에서 이면지 노트 제작 워크숍을 하고 있어요. 처음엔 몇 명이 함께 모여 프로젝트 팀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저 혼자 남았어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취업 준비도 해봤는데 그게 전혀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어요. 워크숍 참가자는 노트 두 권을 만들어 한 권은 가져가고, 한 권은 기부해 카페에서 판매합니다. 권당 1500~2000원 정도 받는데 수익을 내는 정도는 아니에요. 교육생들에게 참가비 2만원을 받지만 이것도 재료비랑 음료수 값 등을 제하고 나면 이익이 나지는 않아요. 한편으론 이걸로 수익을 내면 처음에 가졌던 마음가짐이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주수입원을 따로 두고, 이건 부수적으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일로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준서_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걸로 수익을 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퀄리티를 더 높여야 해요. 그건 곧 가치를 높이는 일이죠.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해서 적당히 만들어 싸게 내놓으면 사람들의 눈높이도 거기에 맞춰집니다. 퀄리티를 끌어올리고 가격도 거기에 맞게 매기세요. 이건 자원봉사가 아니잖아요.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그린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품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자기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제가 얼마 전에 사회적기업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어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고, 케이터링에 우리 컵 증정 등 참가자들에게 받은 참가비 4000원으로는 어림도 없었죠. 하지만 그건 수익을 내려고 한 게 아니라 일종의 서비스였어요. 우리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어떻게 알리고 확산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기획한 행사였죠. 또 디자이너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회적 기업은 디자인 능력이 부족하니 이들을 연결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품을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꾸준히 이런 노력을 해야 해요.


이지혜_ 컵을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를 아프리카 우물 파기에 지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소통과 공감 노력의 일환인지요? 아프리카 우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준서_ 마실 물이 없어 컵이 필요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환경 문제는 아랑곳없이 생활의 편리만 추구하며 무분별하게 개발한 선진국·개발도상국들로 인해 결국 아프리카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거죠. 그 잘못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우물 파기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현재 돈을 모으는 중입니다. 저희는 NGO 단체에 위탁하지 않고 저희가 직접 할 거예요. 제품에 그런 가치와 스토리를 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지혜_ 그런 활동들이 인식을 확대하고 가치를 알리는 데는 제품 판매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모토가 ‘자발적인 업사이클러의 무한 증식’입니다. 자원과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싶은데, 아직은 생각만큼 잘 안 되고 있어요.

이준서_ 남이 하지 않는 걸 해야 합니다. 독창적이어야 해요. 다른 데서 하고 있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그만큼 끝도 쉽게 찾아옵니다. 시장을 예측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독특한 방법으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제가 요즘 멘토링 요청을 많이 받아요. 저는 냉철하게 이야기합니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좋게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특히 요즘은 여기저기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젊은 친구들이 너무 쉽게 사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어요. 좀 걱정스럽죠.


이지혜_ 제가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도움을 받다 보면 절실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이준서_ 창업을 하면서 초창기에 배고픔을 겪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저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처음 시작한 아이템은 친환경 야구 응원막대였어요. 개발비와 시간이 엄청나게 들었는데 딱 500개 팔고 끝났어요.
일반적으로 쓰는 PVC 소재는 공기주입기로 바람을 넣으면 어느 정도 팽창해도 터지지 않는데, 이건 터지거든요. 그래서 꼭 사람이 입으로 불어야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걸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고, 힘들어하더라고요. 결국 ‘쫄딱’ 망했다가 오리지널 그린 컵으로 재기했어요. 이제 저는 국내 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9월에 신제품으로 물병을 내놓는데, 일본과 프랑스에서 먼저 론칭해요. 앞으로 유럽 시장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준비 중이에요. 국내 시장, 우리 문화에 한정하지 말고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경 문제와 그린 디자인은 세계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좋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지혜_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에코준컴퍼니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대표님의 행보가 제게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준서
대학원에서 그린 디자인을 전공하고 2010년 ‘에코준컴퍼니’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오리지널 그린 컵’이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잇달아 수상하면서 해외시장에도 진출,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프랑스 유명 편집매장인 메르시(merci)에서 판매 중이다. ‘오리지널 그린 컵’은 플라스틱과 유사한 질감이지만 뜨거운 음료를 넣어도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고, 흙 속에서 자연 분해된다. 수익금의 일부는 아프리카 우물 건립에 쓰기 위해 적립 중이다.

이지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11월까지, 업사이클링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창조캠퍼스 사업에 지원해 ‘업사이클러:업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팀으로 활동했다. 2013년에는 ‘자발적 업사이클러의 무한 증식’을 목표로 1인 기업 ‘업사이클러’를 만들어 이면지 노트 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201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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