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 내놓은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당신이 무슨 영화를 좋아할지 추천해드려요

글 : 최용준 인턴기자(경희대 2)  / 사진 : 김선아 

박태훈 대표를 만나기 위해 프로그램스 사무실을 찾았다. 눈이 벌건 청년이 맞아준다. ‘존-나 좋은 제품’이라고 적힌 후드 티를 입고 있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머리가 부스스한 김민경 이사는 소파에서 자고 있다. 오전 11시, 아침의 분주함이 가득한 일반 회사와 사뭇 다르다. 24명의 직원 중 세 명만 출근했다.
박태훈 대표(맨 오른쪽)와 프로그램스 직원들.
네이버는 골리앗이다. 특히 영화 평가에 있어 네이버의 영화 별점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배급사들은 네이버 영화 별점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골리앗은 다윗의 돌팔매질에 무너진다. ‘왓챠’의 돌팔매질은 강하다. 지난해 8월 프로그램스는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를 내놓았다. 올 1월 480만 건이던 네이버 영화 평가 수를 6개월 만에 제쳤다. ‘왓챠’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6월 말 현재 영화 평가 건수가 2000만 개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지표로도 네이버를 이긴 스타트업은 없다. 프로그램스가 유일무이하다. 박태훈 대표는 “좋은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스의 홈페이지에는 “존-나 좋은 제품”이라는 글귀가 정면에 적혀 있다.

“조오오온나! 재방문율이 높은 제품이 좋은 제품이죠(웃음). 네이버가 있는데 생소한 왓챠를 써본 후 다시 사용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만족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게 제품의 효용과 가치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5월 말에 왓챠 앱을 출시했는데 재방문율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태훈 대표는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불편했다. 오래된 정보, 중복 정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모바일에서 쏟아지는 정보 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해결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개별화라고 생각했어요. 개별적으로 추천을 잘했을 때 소비자가 만족하는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을 할 때 시장조사를 했어요. 소비자들이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영화를 검색하는 것이 짜증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영화는 온라인상에서 자주 추천이 이루어지는 미디어예요. 영화를 고르려는 사람에게 추천 서비스는 명확한 가치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왓챠 앱에 접속한 후 자신이 본 영화 20편을 별점으로 평가한다. 평가가 끝나면 자동으로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준다. 추천된 영화에 자신의 예상 별점이 뜬다. 영화 정보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마이페이지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 자신이 평가한 영화, 100자 평을 각각 저장할 수 있다. SNS로 연동돼 친구가 평가한 영화의 정보도 볼 수 있다. 자신이 높이 평가한 감독의 작품이나 비슷한 스토리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앱을 통해 기자가 추천받은 영화들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만족감을 높이는 왓챠의 추천은 복잡한 알고리즘에서 시작된다.

“추천에 알고리즘을 많이 써요. 최초에 서비스 유저가 영화 별점을 매겼을 때 평가 패턴을 분석해요. 예를 들면 A, B, C라는 영화를 다 5점으로 평가한 사람의 90%가 D라는 영화를 5점으로 평가합니다. 한 유저가 A, B, C에 5점을 줬어요. 그러면 서비스는 D를 추천해주는 방식인 거죠.”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는 꼼꼼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스는 기술에 자부심이 있는 개발자 중심의 스타트업 기업이다. 24명 직원 중 3분의 2인 16명이 개발자다.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 명문대 출신으로 유능한 인재들이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대회 월드파이널 출전, 국제해킹대회(DEFCON) 3위 등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는 최고의 엔지니어들로 구성된다. 박태훈 대표 역시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했다. 그는 주변 학구파 친구들과 달랐다. 공부보다 온갖 것들에 호기심이 많았다. 거울이 좌우로 바뀌지만 상하로는 왜 바뀌지 않는지를 궁금해했다.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것은 어디서 주입된 것인가 같은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웃음). 예를 들면 ‘장님은 똥을 다 닦은 것을 어떻게 알까?’ 식의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곤 했죠.”

질문이 많은 만큼 불만도 많았다.

“저는 속칭 IT ‘덕후’인데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꼭 써본 후에 ‘이건 왜 이렇게 바보같이 만들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야구기사를 보기 위해 뉴스에 접속하고 스포츠를 클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어요.”

프로그램스에서 그의 직책은 크리에이티브 퀘스처너(Creative Questioner)다. 대학방송국에서 국장을 하며 창조적인 일을 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아카데믹한 길보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펼쳐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창업에 끌렸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경영 동아리에서 공부했다. 그 와중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스를 창업했다.


창업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창업 초기, 카페에서 밤을 샜다. 아메리카노를 하도 리필해서 리필은 세 번까지라는 카페 룰이 생기기도 했다. 2010년 9월 프로그램스의 첫 서비스는 소셜 커머스 메타사이트인 ‘쿠폰잇수다’였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돼 실패했다. 크게 좌절했다. 실패를 딛고 재기하기 위해 외주 사업을 하며 돈을 모았다. 작년 8월 왓챠를 내놓기까지 수차례 회의와 시장조사를 거쳤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결국 네이버를 앞질렀고 구글과 제휴했다. 구글에서 영화 검색 시 왓챠의 영화 평가 정보를 볼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에서 1호 투자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었다. 8억원을 투자받았다. 좋은 제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좋은 제품은 또 좋은 팀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 박태훈 대표의 지론. 좋은 팀이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ROWE(Results-Only Work Environment)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발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직원 24명의 평균 나이는 28세 정도. 출퇴근 시간에 연연하지 않는다. 휴가, 월차, 연차 모두 자유다. 직원들은 회의할 때 잠시 얼굴을 비추곤 다시 어디론가 나가버린다. 그에 반해 집에 가지 않고 회사에서 사는 직원들도 있다. 밤을 꼴딱 새우며 회사 소파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호칭은 알아서다. 대게 ‘형, 누나’라고 부른다. 직급도 거의 없다.

“재밌게 일하는 게 좋아요. 그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요. 위트가 마음을 열어주거든요. 그래서 사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밝고 왁자지껄한 것 같아요.”

개구리처럼 통통 튀는 기업이 되기 위해 회사 이름도 frograms(frog+programs)로 지었다. 서비스 이름도 영화를 찾았을 때 신나는 기분을 표현하기 위한 ‘왓챠!’다.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워크숍을 갈 때 입는 단체 티셔츠에서도 잘 드러난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퀼리티에 개같이 집착하자, 존-나 좋은 제품” 등을 티셔츠에 새긴다.

think less, enjoy more. 프로그램스의 비전이다.

“저희가 콘텐츠 분야에서 추천을 잘해줬을 때 사용자는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즐기는 것 이외의 고민은 줄이는 서비스를 꾸준히 계획 중입니다. 영화를 시작으로 올 8월에는 드라마 추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만화,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죠. 사용자들이 꾸준히 재사용해주시면서 저희 직원들이 행복해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좋은 제품, 좋은 팀이 꼭 필요합니다.”
  • 201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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