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人] 정전 60주년,
분단 현실 보여주는
강원도 고성군 DMZ박물관

글 : 이선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1953년 7월 27일 오전 판문점,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유엔군 수석대표 해리슨 중장과 공산군 수석대표 남일(南日) 북한군 대장이 3조 63항의 휴전 조인문에 합의·서명하고,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金日成),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최종적으로 서명함으로써 협정은 체결되고 6・25 전쟁도 정지되었다. 159차례 본회의와 500여 회가 넘는 소위원회를 거친, 길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이로써 포성은 멈췄지만, 국토는 반 동강으로 분단됐다.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군사분계선은 서쪽으로 예성강과 한강 어귀의 교동도에서부터 개성 남쪽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금화를 거쳐 동해안 고성의 명호리에 이르는 248km 길이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과 북으로 각각 2km까지는 군대 주둔이나 무기 배치, 군사시설 설치가 금지되는 비무장지대 (Demilitarized Zone)라는 완충지대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또 DMZ 후방 5~20km까지 민간인 출입통제선 (Civilian Control Line)이란 또 다른 선도 생겼다. 휴전선 일대의 군작전 및 군사시설 보호와 보안유지를 목적으로 민간인 출입을 제한하는 구역이다.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로 369번지 DMZ박물관을 찾았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에 자리한 독특한 박물관이다. 출입신고와 간단한 안보교육을 받은 후 군 검문소를 거쳐 민통선 북쪽으로 들어섰다.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은 푸르렀다. 첩첩이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신록이 짙어가고 있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좋게 서 있는 산들이 앞쪽은 남한, 뒤쪽은 북한이라 했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에는 어느 쪽 어선도 들어오지 못해 물고기들에게는 안전지대일 것이다.

DMZ박물관은 남북화해 무드 가운데 원래 남북관광교류타운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추진 과정 중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9년 8월, DMZ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6・25 전쟁의 산물이자 분단과 이산의 고통을 상징하는 DMZ의 역사와 그 의미, 생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곳. 박물관은 4개의 존으로 나뉘는데, 해방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어지러운 시대상과 DMZ의 탄생과정이 재현되어 있는 ‘축복받지 못한 탄생, DMZ’, 정전협정 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과 남북한 긴장상태를 보여주는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 DMZ의 역사와 문화유적지,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되고 있는 DMZ의 현재를 보여주는 ‘그러나 DMZ는 살아 있다’,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류와 협력사업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다시 꿈꾸는 땅, DMZ’ 등이다.


북한 포로수용소에 있던 미군이 가족에게 보낸 영문편지,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장병의 실종자 통지서, 6・25 전쟁 발발 당시 사흘간 버티며 북한군의 남하를 막아낸 춘천지구 연대장 임부택 장군의 참전기, 군인들의 배급통장, 정전협정문 사본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록 등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벌써 전우들은 삼팔선을 넘어 싸우고 있고, 교대하게 되면 그새 많이 쉬었으니 한바탕 해야지요. 어차피 우리는 대한민국의 거름이 될 것이니, 삼팔선은 수삼차 넘었다 또 나왔다 합니다. 매일 같이 짬만 있으면 애들 사진 꺼내놓고 쳐다보지요. 이번에 삼팔선 진지에서 교대하고 있으면서 사진을 내놓고 애들에게 말하듯이 구경시켜주다가 우스움도 받았지요. 애들 보고 싶어 못 견디겠소.”

1951년 전사한 고 임춘수 소령이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가슴을 울린다. 고인의 큰딸이 유품으로 간직해오던 편지와 사진을 기증했다 한다.


북한의 금강산과 해금강이 지척에서 보이는 박물관


‘DMZ는 살아 있다’ 존에서는 6・25 때 가장 치열한 전장(戰場)이었으나 60년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으면서 온갖 식물과 동물들의 서식지로 변신, 자연생태공원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DMZ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 떠난 마을에 각종 동식물이 깃들어 살면서 청정한 자연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 땅을 지키는 주인은 고라니・노루・고슴도치・다람쥐・멧돼지・산양・수달・너구리・살쾡이・물범 등 동물들과 꾀꼬리・까막딱따구리・딱새・두루미・소쩍새・독수리・청둥오리 등 갖가지 새들, 벌노랑이・복수초・금강초롱・금계화・함박꽃・앵초 등 각종 식물들이다. DMZ 영상실에서 상영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DMZ의 자연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옆 야생화 동산에 올라가면 DMZ에 서식하는 노란색 야생화가 뒤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즈음 노란색 벌노랑이와 금계화가 번갈아 피면서 6600㎡(2000평)에 이르는 동산을 노랗게 뒤덮는데, 벌노랑이의 꽃말이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야생화 동산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녘 땅의 낙타봉(구선봉)과 해금강, 금강산이 지척이다. 바로 눈앞에 두고도 오가지 못하는 현실이 이상스럽고, 아프게 다가온다. 야생화 동산에 함께 오른 DMZ박물관의 한 직원은 남쪽을 가리키며 “저게 동해안 최북단 저도 어장입니다. 겨울엔 조업이 중단되었다 4월 1일, 어부들이 해군의 인도로 일제히 바다로 나가죠. 그런데 일정한 선을 두고 이쪽으로 넘어오지는 못해요”라고 설명했다. 산과 바다, 동식물에는 경계가 없는데, 인간의 발길은 이렇게 묶여 있다.


박물관 야외에는 2010년 동부전선에서 철거된 남방한계선 철책선, 2004년 6월 남북장성급 회담에 따라 철거된 대북심리전 확성기 및 문자전광판이 놓여 있어 남북대치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탈북 주민들이 타고 온 목선과 생필품도 볼 수 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박물관은 강원도 작가 모임인 아트 인 강원(Art in Gangwon)과 함께 <아! DMZ, 오! DMZ>를 주제로 6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 DMZ박물관은 출입신고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관람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김수산 관장은 “저희 박물관을 찾으시는 분 중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이 절반 정도 됩니다. 설악산과 동해안 여행 중 찾으시는 분이 많은 거지요. 올해는 특히 정전 60주년을 맞는 때라, 피서 철에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출입절차 간소화와 통일전망대와의 이중 매표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요. 또 전국의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DMZ평화탐험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철책선 걷기, 전투식량 먹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넣을 생각입니다. 6월 3일부터 20일까지 〈DMZ 학생미술 공모전〉도 열고요”라고 말한다.

속초에서 나고 자란 김수산 관장은 “부모님 고향이 함경남도 이원군 동면 문성리”라고 한다. 6・25 전쟁 때 월남, 속초에 자리 잡은 부모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고향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DMZ박물관이 개관할 때 강원도청의 담당계장이었다는 그는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DMZ박물관과 제가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DMZ박물관은 미완성 박물관입니다. 통일이 되어 북쪽 지역을 포함해 DMZ의 모든 것이 마저 채워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현재진행형 박물관이지요. DMZ박물관은 암울했던 분단의 역사를 올바로 알리고, 냉전과 갈등의 아픔을 평화와 화합의 미래로 승화시켜나가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DMZ의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건립된 거니까요.”

베티고지전투(7월 15~16일) 의 신화 김만술 대위

김만술 대위는 6·25 전쟁 당시 하사관으로 입대하여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던 중 소위로 임관하여 34명의 소대원을 이끌고 임진강 건너편 베티고지에 투입되었습니다. 당시 1대 11의 열세한 병력으로 중공군 2개 대대의 공격을 막아내어 356명의 적군을 사살했으나 아군의 피해는 전사 6명, 전상 18명에 불과한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올해는 6·25 전쟁이 휴전한 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신 국가유공자분들께 감사하며, 우리나라를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나라사랑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국가보훈처 제공)
  • 201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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