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트랙터 타고 전국일주, 실크로드 횡단하며 농촌 현실을 알리다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제공 : 강기태 

  • 글씨 더 크게 보기
  • 글씨 더 작게 보기
2005년 여름, 대학교 4학년이었던 강기태씨는 젊은 시절 체 게바라가 남미를 일주하면서 현실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다 ‘20대를 여행으로 보내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겪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체 게바라가 모터사이클을 탔다면 그는 트랙터를 타기로 했다. 트랙터는 농민의 아들인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물로, 농촌의 얼굴이란 생각에서였다.
“제가 경남 하동 토박이인 만큼, 트랙터를 타고 전국을 돌며 어려움에 처한 농촌과 농민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에게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청년으로서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도전정신도 키우고 싶었고요. 사람이 떠난 농촌을 지키는 게 트랙터입니다. 논과 밭을 갈고 벼를 심고, 비료를 뿌리고 추수하고, 다시 짚을 거두는 모든 작업에 트랙터가 쓰이니까요.”

그는 트랙터야말로 한국 농촌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맨 얼굴’이라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까지 마친 2008년, 그는 트랙터로 전국일주에 나섰다. 그러나 출발이 쉽지 않았다. 트랙터 협찬을 받기 위해 전국일주 여행계획서를 들고 농기계 제작업체를 돌며 설득하길 2개월여. 마침내 트랙터를 지원받아 2008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경남 하동을 시작으로 마산・진해・부산・경주・포항・청송・단양・울릉도・삼척・고성・철원・동두천・서울・강화도・태안반도・땅끝마을・완도・제주・여수 등 5000km를 돌았다.


그는 트랙터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하동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홍보했다.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 경로당이나 고아원에 닿으면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트랙터를 이용해 일손을 보탰다.

“벼 추수나 과수원 일, 한우 농가의 일 등을 도왔는데, ‘비료값, 인건비, 유가가 올라 이렇게 고생해도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봉사활동을 한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지만, 보통은 텐트에서 잠을 자거나 꽁꽁 언 호수의 얼음을 녹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트랙터의 최고 속력은 시속 30km. 그는 느리게 굴러가는 트랙터 바퀴처럼 그렇게 느리게 굴러가는 시간을 한껏 즐겼다. 트랙터를 타고 가다 광활한 대지를 만나면 황홀감과 만족감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체 게바라가 여행 중 알게 된 남미의 사회적 모순에 대해 갈등하면서 성장했듯이 그도 트랙터 여행을 하면서 부쩍 성장했다. ‘전국일주 트랙터 티셔츠’를 만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수익금을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길에서 인연도 많이 만났다.


“여행 중 ‘밥퍼’의 최일도 목사를 만나기도 하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하던 서울대 학생들에게 강연도 했습니다. 울릉도에서는 저를 예쁘게 봐주신 분과 부자(父子)의 연도 맺었고요. 제가 아는 한의사 형을 초대해 전남 고흥군 산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의료봉사도 했지요. 어르신들께 발마사지를 해드리기도 했는데, 그분들의 따뜻한 미소를 보는 것이 여행에서 최고의 기쁨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행 전에도 봉사활동을 많이 했지만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로 몰랐어요. 트랙터 여행을 하면서 ‘힘들더라도 조금만 힘을 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큰 기쁨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전국일주를 끝낸 후 바로 트랙터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농업국가인 터키를 시작으로 총 4만km의 대장정에 올랐다. 2012년 7월 그는 터키에서 출발해 중국, 중앙아시아로 실크로드 투어에 나섰다. 이번에도 농촌을 방문해 현지 농업인들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는 곳마다 농사일을 도우면서 그 지역 농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농업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다. 하동군의 대표 농산물인 녹차를 가는 곳마다 알리기도 했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이 농업기술을 교류했던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을 트랙터로 달리며 미래 한국농업의 해법과 대안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한국교원대를 졸업해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여행자로 떠돌겠다는 그에 대해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과 농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다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트랙터로 여행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말도 안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가능성을 봤고 분명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지만 저의 이런 도전으로 ‘열정과 꿈을 가지고 있다면 하고자 하는 일을 꼭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20대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져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의 트랙터 여행 계획은 2014년까지 꽉 차 있다. 트랙터의 속도는 시속 30km. 그것도 하루 2시간 이상 달리지 않는다. 그 외 시간에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는 이렇게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쌓는 일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트랙터 여행가로 살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농업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농업정책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 또 묻히고 싶은 곳이 하동이라, 저는 하동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가슴 뛰는 삶, 저만의 ‘로드무비’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2013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