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人] NLL 지역인 서해 5도 사진전 연 옹진군청
원지영

평화로운 자연 속에 깃든 팽팽한 긴장감

6·25 전쟁의 포화를 멈춘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60주년인 올해, 남북 사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해상경계선인 NLL(Northern Limit Line)을 사이에 두고 북과 마주하고 있는 서해 5도(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모습을 촬영해 사진전을 연 원지영씨.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지없이 평화로운데, 그 속에는 팽팽한 긴장감을 안고 있는 이곳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만개한 봄을 알리는 붉은빛 해당화가 핀 해변. 그 뒤에는 철책선이 놓여 있고, 철책선 너머 군인들은 북한 쪽 바다를 바라보며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다. 푸른 하늘과 녹색 들판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자세히 보니, 군사시설인 초소가 작은 구릉 모양으로 위장한 채 숨어 있다. 콘크리트 초소 안에서 사각의 프레임을 통해 내다본 바다와 들판 역시 아름답다. 해안선을 따라 쳐놓은 철책선. 철책선 바깥쪽 바닷가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은 청년들이 물놀이를 하는 듯 보인다. 저 멀리 고무보트도 보인다. 알고 보니 해병대원들이 전투수영을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해변이라고 하면 보통 물놀이를 떠올린다. 사진 속 사람들도 물놀이를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속 크게 부각된 철책선이 그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을 진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 그걸 높다란 철책선이 가로막고 있고, 국군장병들은 철책선에 딱 붙어 보초를 서고 있다. 바다를 향해 겨누고 있는 포대, 기울어가는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에 삐죽이 솟아 있는 인공구조물(북한 선박에 대지 못하도록 설치해놓은)이 이곳이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 바다 위를 갈매기는 무심하게 날아다닌다. 갈매기에게는 NLL도, 남과 북의 경계도 없을 것이다. 남북이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서해 5도. 평화로운 자연이 팽팽한 긴장감과 공존하고 있는 이 지역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의 사진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일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사실은 긴장이 내재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메타포이기도 한다.


지난 2월 말 인천시 부평아트센터에서 〈NLL〉이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연 원지영씨를 만났다. 2005년부터 옹진군청 직원으로 사진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일 때문에 옹진군청의 여러 섬을 다니는데, NLL을 주제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였다”고 말한다. 그는 옹진군청과 묘한 인연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6・25 때 이북에서 피난 내려오신 분들인데, 아버지 고향이 옹진군이라 합니다. 지금은 북한에 속해 있는 황해도 옹진군이었지요. 할아버지가 식구들을 배에 태워 노를 저어서 피난 내려오셨다 합니다. 가보진 못했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 고향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요. 아버지와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중 늙은호박을 끓여서 향초를 넣어 먹는 게 있었는데, 냄새가 심해 저는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백령도에 가보니 그곳 주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더라고요. 서해 5도가 이북에 있는 아버지 고향과 가까운 곳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했지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 그는 처음으로 연평도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한 작가였다.

“뉴스가 보도되기 전, 북한이 대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는 소식을 군청에서 들었습니다. 그곳 부면장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이곳이 공격을 당했어’라고 소리 지르시더니 전화가 뚝 끊기더라고요. 마음이 불안해졌지요. 오후 9시에 병원선을 타고 섬에 들어갔는데, 5시간 가까이 걸려 새벽에 배에서 내렸습니다. 원래 3시간 반이면 되는 거리인데, 언제 또 공격을 당할지 불안한 때라 뱃길을 멀리 돌아가느라고요. 섬에 배를 대는데, 구릉 위로 벌겋게 화염이 타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민가는 불을 껐지만, 산불은 아직 진화되기 전이었지요. 다음날 새벽 주민들이 배를 타고 피난 가겠다며 몰려들었습니다. 리어카에 짐을 싣고 애들 손을 잡고 오는 피난행렬을 보면서 말로만 들었던 부모님 피난시절을 보는 듯했습니다. 쾌청한 날이면 북한 땅이 뚜렷하게 보이는 지역이라, ‘저 바다 어디에 남과 북을 가르는 NLL이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남북대치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된 때였죠.”


서해 5도가 자신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 그는 ‘이곳의 특수상황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처음에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을까 생각했는데, 바닷가 일이라는 게 서해든 남해든 다를 게 없어 이곳의 장소성, 특수성을 드러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일상생활과 군사시설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담는 게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올해가 정전 60년 주년이라 지난해에 더욱 작업에 박차를 가했고요.”

다음 작업으로 그는 “서해 5도에서 묵묵히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주민들의 초상사진을 한 사람 한 사람 촬영할까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긴장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우리 땅을 지키고 있는 분들의 내면을 담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백제예술대 사진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인천대 대학원에서 뉴미디어를 전공했다. 경기일보 사진기자를 거쳐 옹진군청 홍보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그가 사진을 전공하게 된 데는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영향이 컸다. 사진촬영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사진과 진학을 권한 것. “사진전이 끝난 후 아버지 묘소에 도록을 바쳤다”는 그의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부모님이 백령도와 대청도 관광을 가셔서 찍은 사진이 집에 걸려 있었어요. 아버지가 7개월 동안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 ‘대청도에서 먹었던 우럭미역국이 생각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못 드시고 가셨는데’라는 생각에 그 음식을 더이상 먹을 수가 없게 되었지요.”

그는 “‘서해 5도, 옹진군의 사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되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이곳 모습을 렌즈에 담겠다”고 말한다.

끝나지 않은 전쟁 제1, 2차 연평해전(6·15, 6·29)

제1차 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우리 해군 고속정이 선체를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밀어내던 중 갑작스러운 북한 경비정의 사격에 대한 반격으로 북한 경비정이 반파하여 퇴각한 사건입니다.

또한 제2차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 시작되어 해군 참수리 357호가 침몰하고 6명이 전사, 18명이 부상당한 사건입니다.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신 국가유공자분들과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나라사랑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국가보훈처 제공)
  •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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