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CEO]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CEO를 키우는 젊은 CEO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는 티켓몬스터의 투자자들이 모여 설립한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다. 컴퍼니 빌더란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만들고, 투자하고, 성장시키는 회사다. 더 쉽게 말하면 ‘새로 출발하는 회사가 세상에 나와 어른이 될 때까지 곁에서 돕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박지웅(31) 대표는 3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유명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와 동영상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엔써즈’ 투자를 리드한 관록이 있다.
청년 CEO들을 몇 차례 만나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들의 성공 뒤에는 남다른 모험 정신과 결단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가 경영학을 공부한 ‘경영학도’가 아니라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소위 ‘공돌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시절을 평범한 공대생으로 보내지 않았다. 전략컨설팅과 벤처캐피털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정작 전공은 후순위였다. 학교만 8년을 다녔고, 그중 절반은 전략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벤처캐피털에서는 세 차례나 인턴 경험을 했다.

이 공대생의 공모전 수상 경력은 더욱 화려했다. 13개 공모전에 나갔고, 그중 8개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현대카드 마케팅 공모전에서는 1등도 차지했다.

“몇 번 나가다 보면 감이 와요. ‘이렇게 하면 붙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나중엔 거의 기계적으로 참가했죠.(웃음) 처음 현대카드에 알파벳 콘셉트 카드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마케팅 활성화 방안 아이디어를 내는 공모전이었는데, 알파벳을 조합해서 새로운 카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알파벳을 조합해서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의 콘셉트에 맞는 카드를 만들자는 이야기였죠. 단어는 무한대로 조합할 수 있으니까, 카드도 무한대로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쉽게도 현대카드에서 이 아이디어를 쓰진 않았어요.(웃음)”

박 대표는 졸업 이후에도 벤처캐피털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대학 8년간 관련 경험을 하면서 진짜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발견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후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투자팀장을 역임하며 주로 IT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해왔다.

그리고 여기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했다.

그는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일하는 4년 동안 시장과 트렌드를 보는 눈을 키웠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경영진이 핵심적인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사, 홍보, 재무, 회계 등 다른 영역을 서포트하죠. ‘이미 창업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막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면 그만큼 시행착오가 줄지 않을까, 더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패스트트랙아시아입니다. 스타트업의 성공에 있어 속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꾸준히 상승가도를 달리는 것에 대해 “시장을 잘 정했기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저희는 마구잡이식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마켓플레이스나 e커머스 쪽만 주로 취급합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경쟁력을 찾는 거죠. 티켓몬스터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저희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고요.”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사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나 ‘벤처캐피털’과는 성격이 다른 회사다. 기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3개월 단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구상부터 투자 유치까지만 서포트하고,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 자금만 댄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사업을 구상하고 개발하는 것은 물론, 홍보와 마케팅, 회계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때로는 이미 설립돼 있는 회사를 사기도 하고, CEO를 선발해 그들과 함께 공동창업을 하기도 한다. ‘CEO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CEO를 선택할 때 박 대표는 그의 경력과 근성, 겸손함을 본다.

“경험이 너무 많지 않은 사람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경력이 너무 많으면 해당 분야에 대해 편견을 갖기 쉽거든요. 그래서 정보와 지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되, 마인드는 열려 있는 사람을 선호하죠. 대개 3~5년차 경력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다방면을 두루두루 알고 있는 제너럴리스트보다는 한 분야에 뛰어난 스페셜리스트가 적합합니다. 기획이나 영업에 능한 분이면 더욱 좋죠. 저희가 만드는 서비스는 철저히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들이기 때문에 초반 영업이 특히 중요합니다. 반면 스펙은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얼마나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겸손한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현재 각기 다른 5개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국내 최초의 의료분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굿닥’, 프리미엄 유아 쇼핑몰 ‘퀸시’, 유기농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인 ‘헬로네이처’ 등이다. ‘굿닥’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 앱에 접속하면 의사와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고, 내원 예약도 할 수 있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건수 25만 건을 돌파했고, 등록된 의사만 800명이 넘는다. 유아 쇼핑몰인 ‘퀸시’는 아기 엄마들이 믿고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이 없다는 데서 착안했다. 대형 인터넷 쇼핑몰은 오픈마켓 형태여서 신뢰도가 낮았다. ‘퀸시’는 모든 상품을 MD들이 직접 골라 업로드하고, 교환·반품을 용이하게 했다. ‘헬로네이처’는 친환경 농수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사이트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되던 헬로네이처를 9월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양성기업으로 선정해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매출이 무려 20배나 올랐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론칭한 것.

“CJ오쇼핑과 제휴해 남성 정장 맞춤 서비스 ‘케이크워크’를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맞춤 정장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60%를 넘는다고 해요. 반면 국내에서는 기성복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죠. 그런데 실제로 맞춤 정장을 한번 입어보면 기성복을 잘 안 입게 되거든요. 몸에 안 맞고 불편하니까요.

그래서 기성복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정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종로와 광화문에서 오래 일해오신 장인들을 발굴했어요. 저희가 직접 고객을 방문해서 신체 치수도 재드려요. 한번 잰 치수는 사이트에 입력되니까 여러 번 재는 불편함도 없죠.”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컴퍼니 빌더’라는 블루오션을 무서운 기세로 개척해가고 있지만 박 대표에게도 고민은 있다.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불확실성이 가장 큰 고민이죠. 투자한 사업이 잘 안 되는 건 두렵지 않은데, 좋은 아이디어를 놓치는 건 두렵기도 해요. 그만큼 기회비용이 크니까요. 때로는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할 때도 있어요.”

박 대표는 경직돼 있는 한국 벤처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 중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회사는 10%가 채 안 됩니다. 대기업이 들어와 있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어요. 큰 기업일수록 많은 소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시장에 스타트업이 진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 시장의 경우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일군 회사가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죠. 저희 회사가 잘되면 이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많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경제 구조도 조금은 더 다이내믹하게 바뀌지 않을까요.”

사진 : 하지영
  •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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