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만화대작전 - 만화와 시대전

시대를 증언하는 한국만화 100년

국제적인 만화도시로 유명한 앙굴렘(Angouleme)은 1974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를 통해 세계에서 주목받게 된 도시다. 만화가 도시의 얼굴이 되고,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각광받는 요즘, 만화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20세기 초 한국만화는 어땠을까. 한국의 만화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세기 만화대작전-만화와 시대전>이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 열리고 있다.



20세기 만화대작전 - 만화와 시대전

제1탄 : 70년대 만화의 다양한 세계(1970~1979년) 2013년 2월 21일(목)~3월 17일(일)
제2탄 : 초창기 만화의 새로운 모험(1945~1960년) 2013년 3월 21일(목)~4월 7일(일)
관람시간 : 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장소 : 아트선재센터 라운지
<20세기 만화대작전-만화와 시대전>은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와 포스터 잡지, 신문기사 등 자료를 통해 20세기 100년 동안의 한국의 시대상과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볼 수 없던 20세기 한국만화 초창기의 희귀 만화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수다만화연구소의 기획으로 이루어졌고, 2월 21일부터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작은 모두 만화자료수집가 김현식(57)씨의 것이다. 4000여 권이나 되는 옛 만화들의 자료정리와 분석검토는 만화평론가 백정숙씨가 맡았다. 일일이 분류하고 사진 찍고 스캐닝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 전시기획은 백정숙씨가, 전시디자인은 만화가이자 삽화가인 현태준씨가 맡았다.

백정숙씨는 “이 전시는 한국만화사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그동안 만화는 허드레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어요. 만화의 유해성 논란은 외국에서도 있었지만 50년대에 정리가 됩니다. 우리도 불량만화시비 등 홍역을 치르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유럽에서는 우리 만화를 일본만화와 같은 선상에 놓고 보지만, 분명 한국만화에는 한국문화만의 특징과 미학이 녹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대중문화로서 만화가 갖는 통속성이 영화와 드라마 등 다른 매체와 어떤 연장선상에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총괄을 맡은 만화와 근대문헌수집가 김현식씨는 《삐라로 듣는 해방 직후의 목소리》와 소설 《새드무비69》를 펴낸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한 자료는 5000점으로 개인이 혼자 모은 자료라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잊힌 1945~60년대 작가들의 작품이 많아 사료 가치도 크다. ‘만화키드’인 그가 유년시절부터 30여 년 동안 수집한 만화 단행본과 잡지, 신문 등 180여 점을 공개한 것이다.

“만화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표지그림 때문이었어요. 화가 출신 만화가들의 공력이 집중되니 예쁠 수밖에요. 그런데 군대에 다녀왔더니 가족들이 제가 소장하고 있던 만화책을 모두 버렸더라고요. 다시 헌책방을 찾거나 외국으로 떠나는 소장자들에게 받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왔기에 전 수집역사를 100년이라 합니다.”

그는 그동안 모은 소장 자료를 10년에 걸쳐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어렸을 때 만화나 만화 잡지는 통속적이라고 해서 헌책방에서도 맨 구석이나 다른 책들 밑에 깔려 있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 등의 원작으로 각광받는 시대잖아요. 만화학과도 많아졌고요. 시대가 달라진 것이지요. 올해 10월에는 춘천에 상상마당이 문을 여는데 그때 열릴 만화축제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 준비를 위해 힘을 합친 김현식, 현태준, 백정숙씨(왼쪽부터).
만화키드에서 만화전시, 만화축제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그는 만화를 통해 그 시대를 함께 지나온 40~60대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 전시는 3월 17일까지 열리는 1탄 ‘1970년대 만화의 다양한 세계’와 4월 7일까지 열리는 2탄 ‘초창기 만화의 새로운 모험’으로 구성된다. 1탄은 소년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만화가 인기를 끌던 시대, 2탄은 해방 직후인 1945~60년에 이르는 한국만화의 본격적인 출발기를 보여준다.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등에 실렸던 꺼벙이, 로봇태권V, 독고탁 등 1970년대 만화는 액션, 괴담, 순정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유신시절을 견디게 하는 탈출구였다. 매년 불량만화 단속이 이루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만화잡지가 따로 없던 시절, 소년잡지의 별책부록으로 실린 만화에 열광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판대에서 통속잡지와 함께 팔리던 성인만화는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처럼 산업화의 그늘을 보여준다. 사랑과 배신, 사회적 차별로 사회 언저리로 몰린 사람들의 비극적 삶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우영의 《수호지》, 강철수 《사랑의 낙서》를 비롯해 《김일성의 침실》 시리즈 같은 반공성인만화도 등장했다.

백정숙씨는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에게는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젊은이들은 그 시대 특유의 그림체와 내용, 타이포그래피를 키치적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 시기 SF만화를 보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나 반공소년, 소련 스파이 등이 등장하는데, 항상 적을 의식하며 살았던 냉전시대를 보여줍니다.”

희귀자료인 해방 직후 만화들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초창기 만화는 모험적인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고, 해방 후 한글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한글공부를 위한 교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만화신문’도 등장했는데, 코주부 김용환 작가가 직접 발행했던 〈만화뉴스〉 〈만화주보〉 등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대표작으로는 김종래 작가의 〈엄마 찾아 삼만리〉 〈눈물의 수평선〉 등을 들 수 있다. 전후 복구시절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것은 만화였다. 만화책의 표현방식과 그림 스타일은 지금 우리 눈에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시디자인을 맡은 현태준씨(46・뽈랄라수집관, 헤이리장난감박물관 대표)는 한국의 만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수집가들의 노고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버리던 것들, 엿 바꾸어 먹던 것들을 수집가들이 어렵게 찾아낸 거예요. 개개인의 사소한 물건들, 개인사에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미술관에서 만화를 전시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어진 시대입니다. 이미 경계는 사라지고 있어요.”

1960~70년대 부흥했던 만화와 만화방은 사라졌다.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웹툰을 보는 시대가 되었다. 옛 만화를 통해 우리는 개인의 기억뿐 아니라 시대의 기억을 읽어낸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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