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오 조안베어뮤지엄 관장

세계적인 테디베어 아티스트가 만든 뮤지엄

1903년 독일에서 만들어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봉제 곰 인형인 ‘테디베어’. 오랜 시간 꼼꼼한 수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테디베어는 미국이나 유럽의 상류층이 애호하는 최고급 인형이었다. 이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미국・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등지로 퍼져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형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도 초창기의 전통적인 테디베어를 고수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앤티크 테디베어는 보석처럼 전문 감정을 거쳐 가격이 정해지고, 초창기 테디베어의 직조와 재료, 형태, 염색, 바느질법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복원하는 테디베어 아티스트도 등장했다. 초창기 독일의 전통적인 테디베어를 재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테디베어 아티스트 조안 오를 그의 스튜디오이자 뮤지엄인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의 ‘조안베어뮤지엄’에서 만났다.

조안 오가 손바느질로 만든 테디베어는 장인의 손길에 예술의 감성이 담긴 특별한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직접 직조하고 우리나라의 전통 천연 염료인 쪽・황연・소목 등으로 염색한 원단을 사용해 만든 작품은 현재 ‘조안베어뮤지엄’의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워싱턴DC와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테디베어는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전 이미 뉴욕 5번가에 있는 140년 전통의 장난감 백화점 에프에이오 슈워츠(FAO Schwarz)에서 1997년 베스트 아이템으로 선정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에프에이오 슈워츠는 “100년 전 앤티크 테디베어 느낌을 충분히 재현했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테디베어 매거진 〈TeddyBear AND FRIENDS〉가 그의 핸드메이드 테디베어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조선대 한선주 교수와 미국 코네티컷 주 브룩필드 아트센터Brookfield Art Center에서 직조를 공부했다.

“제 테디베어 작품을 클리블랜드 앤티크 테디베어 감정가에게 보냈는데, 그분이 감정서와 함께 ‘당신은 전생에 독일 여자였을지도 모르겠다. 100여 년 전 직접 직조하고 염색해서 만든 독일의 전통 테디베어의 모습과 같다’고 평가해주셨어요.”


그는 특정 인물을 테디베어로 만드는 등 현대인의 관심사에 맞춰 다양한 테디베어를 개발해 더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한 배용준 캐릭터로 만든 테디베어인 ‘준베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야옹이 인형, 영화 〈놈놈놈〉의 세 주인공 이병헌・정우성・송강호의 캐릭터로 만든 테디베어 등이 있고, 북극곰 테디베어를 만들어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인 ‘Save The Polar Bears’에 참여하기도 했다. 판매 수익금의 일정 금액을 PBI(Polar Bears International)에 기부하고 있다. 이 밖에 2010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우수 캐릭터 선정작인 ‘Bow Bow Town’과 제주도를 대표하는 더마파크의 캐릭터인 말 인형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의 테디베어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배용준 캐릭터인 ‘준베어’ 때문이었다. 배우 배용준과의 인연도 뉴욕의 에프에이오 슈워츠를 통해 이루어졌다.

“우연히 배용준씨가 에프에이오 슈워츠에 있는 조안 오 컬렉션을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저로서는 귀중한 인연이고, 애정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일본의 테디베어 아티스트들이 ‘배용준씨를 모델로 한 테디베어’를 만들어서 선물했다고 해요. 그런데도 특별히 저를 찾아 선택해줬다는 점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준베어가 있는 조안베어뮤지엄 전시관에는 일본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오는데, 최근엔 중국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베어를 만든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연설을 마치고 돌아서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그의 모습을 담은 테디베어를 만들어 선물했다.

“캐슬리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를 통해 인형을 전달받은 후 오바마 대통령께서 친필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발신지에서 ‘화이트하우스’를 보고 ‘웨딩숍인가’ 했을 정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어리둥절했죠. 누군가 오바마 대통령의 사적인 시간을 1분, 1초라도 쓰는 사람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작가로서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테디베어에 대해 동양과 서양,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인형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자국의 테디베어를 선물할 정도로 상징적인 가치도 높다.

그가 테디베어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한 것은 1984년 홍콩의 골동품 거리에서였다. 해외 지사장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홍콩에서 5년간 살았던 그는 앤티크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한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앤티크 테디베어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서울로 돌아와 봉제완구 수출사업을 하던 그는 간디에 관한 책을 읽다 물레 옆에 앉아 있는 간디의 사진을 보고 다시 가슴이 뛰었다. 홍콩에서 보았던 앤티크 테디베어가 떠오르면서 직접 실을 자아 테디베어를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이 생겼다.

“조선대 한선주 교수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찾아가 직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영국에서 수입한 천연 모헤어를 직조해 원단을 만들고 천연 염료인 쪽・황연・소목・홍화로 염색했는데, 처음에는 색상이 변하거나 털이 빠지는 문제가 생겼지요.”

첫 테디베어를 완성하기까지 3년이 걸릴 정도로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전통의 복원과 독창적인 작품 개발을 함께하면서 세계적인 테디베어 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10여 년 전 영국의 애든버러에서 열린 세계 테디베어 아티스트들의 모임에서 “한국의 남쪽에는 제주도라는 아름다운 섬이 있는데, 그곳에 베어뮤지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꿈이 2008년 9월 이루어져 개인 작업실인 스튜디오와 박물관의 문을 함께 열 수 있었다.

“30년 전에 제주도 여행을 처음 했어요. 외국은 많이 다녔지만 제주도는 퍽 늦게 온 셈이에요. 100여 년 된 소나무가 있고, 한라산과 바다가 보이는 이곳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그게 지금 이곳에 뮤지엄을 만드는 인연이 된 것 같아요.”

산화 처리한 동판의 독특한 외벽이 인상적인 뮤지엄 건축은 ‘월가디자인’ 박성칠 소장의 작품으로 건축문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전시관에는 프랑스・이탈리아 그리고 테디베어의 원산지인 독일을 콘셉트로 해 만든 테디베어들이 전시되어 있고, 새롭게 신축한 신관에서는 ‘오페라 베어’를 준비 중이다. 오페라 여주인공을 테마로 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사위가 오페라를 좋아하는데, 미국 링컨센터에 갔다 오페라 여주인공들이 소개된 엽서집을 발견해 사위에게 선물하면서 저도 꿈을 꾸기 시작했지요.”

조안베어뮤지엄은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원도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중국인 등 다국적이다. “손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제대로 된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그. 테디베어뮤지엄 앞에 자리 잡은 기도실에서 그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었다.

사진 : 김선아
촬영협조 : 조안베어뮤지엄 www.joannestudio.co.kr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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