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억 캠퍼스 기업 숙명여대 ‘브랜드호텔’

대학생이 월급도 받고 출장도 간다?

숙명여대 브랜드호텔의 김기영(왼쪽에서 네 번째) 지도교수와 소속 학생들.
서울 용산구 청파로 숙명여자대학 미술대학 4층 한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사무실. 5평(16㎡) 남짓한 이 사무실은 언뜻 보면 대학교 동아리방 같지만, 연매출 10억원의 중소기업 본사이자 작업실이다. 회사 이름은 ‘브랜드호텔’. 직원은 모두 숙명여대 시각디자인학과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이뤄져 있다. 교내 디자인동아리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여러 대기업과 거래하는 어엿한 독립법인이 됐다.

브랜드호텔은 롯데삼강 돼지바, 파스퇴르우유 등 30여 종의 제품 디자인을 리뉴얼해 지난 3년간 연평균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0여 명의 직원들은 매달 200만원 내외의 월급을 받고, 해외출장도 다니는 ‘디자이너’들이다. 재학생 역시 이곳에서는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학교도 다니면서 일도 하는 그들에게는 학교가 곧 직장이다. 브랜드호텔은 숙명여대 시각디자인학과의 김기영(44) 교수의 연구가 계기가 되어 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제일기획에서 7년간 일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2009년 겨울 롯데삼강 돼지바의 디자인 리뉴얼을 맡았는데, 학생 두 명이 아르바이트 삼아 저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이들과 본격적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든 게 바로 브랜드호텔이에요.”


브랜드호텔의 데뷔작인 돼지바는 김 교수와 당시 3학년이었던 김수민씨, 졸업생 이경주씨의 공동 작품이었다. 당시 돼지바는 포장에 그려진 돼지 캐릭터 때문에 여고생과 여대생에게 인기가 없었다. ‘돼지 캐릭터가 싫어 돼지바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이 ‘비호감 돼지’를 ‘호감 돼지’로 탈바꿈시킨 것이 바로 학생들이었다. 김수민씨는 2009년 겨울 아이디어 회의에서 “거무튀튀한 돼지를 사랑스러운 분홍빛 돼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이경주씨가 가세했다. 이씨는 “돼지바의 매력은 딸기잼이니, 돼지가 딸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그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돼지바의 매출은 2009년 230억원에서 2010년 270억원으로 뛰었다. 포장 하나 바꾸는 것으로 이 정도의 매출신장을 이뤄낸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른바 ‘대박’이었다. 롯데삼강은 아예 “모든 아이스크림의 디자인을 바꿔달라”고 제안했다. 이후 아맛나, 구구콘 등 롯데삼강의 전 제품은 브랜드호텔의 손을 거치며 재탄생했다.

“작업의 핵심은 디자인을 ‘사장님 와이프도 모르게 바꾸는 것’이었어요. 기존 느낌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거죠. 그렇게 해야 기존 소비자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소비자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브랜드호텔은 늘어난 작업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원을 하나 둘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 디자이너들이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현재 브랜드호텔 전속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김수민씨는 “파스퇴르우유의 ‘쾌변요구르트’를 작업할 때 특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털어놨다.

“저희는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제안했지만 파스퇴르 측은 보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원했어요. 10여 명 모두 3일 내내 집에도 못 가고 학교에서 밤을 샜죠.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다 보니 몸이 얼마나 찌뿌드드했겠어요. 몸을 이리 뒤집고 저리 꼬고, 뒤척이는 게 일이었죠. 그때 ‘스트레칭을 하는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장운동을 활성화하는 ‘스트레칭’은 기능성을, ‘캐릭터’는 감성적인 콘셉트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죠.”

디자인 시안을 100개 이상 제출하는 습관도 이때 생겼다.

“저희는 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문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치를 따라 잡으려면 열 배, 스무 배 노력해야 했어요.”


브랜드호텔과 작업한 조경수 파스퇴르우유 영업본부장은 “브랜드호텔이 손을 대면 죽었던 제품도 살아난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브랜드호텔의 작업은 외형을 바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 로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제품도 기획한다. 김 교수와 학생들은 2011년 겨울 한국도자기리빙의 브랜드 네임을 ‘리한’으로 제안하고, 양은 냄비와 찜기 등 제품기획도 직접 했다. 찜기인 ‘리한타진냄비’는 주둥이를 길쭉하게, ‘리한항공냄비’는 양은냄비의 특성을 살려 최대한 가볍게 제작하게 했다. 지난해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리한의 타진냄비와 항공냄비는 2000여개의 수량이 매진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의 MI를 제작한 것도 브랜드호텔이다. 빨강・노랑・파랑・세 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국립민속박물관의 새 MI는 2012년 2월부터 쓰이고 있다.

브랜드호텔은 현재 디자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저비용으로 디자인을 해주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1년 7월 김 교수와 학생들이 포장 디자인을 해준 아카시아꿀 300개가 순식간에 동이 난 데서 착안했다. 첫 수혜자는 김 교수 친구의 아버지였다.

“정성스럽게 채취한 꿀인데, 그 귀한 가치를 디자인이 잘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꿀병에 붙여보시라고 스티커 300개를 제작해드렸죠. 만든 이의 이름을 따 ‘윤영일의 자존심’이라고 네이밍하고, ‘국산특선’이라는 도장을 파서 찍었어요. 제품 이름 밑에는 꿀에 대한 설명도 적었습니다. ‘신중히 크는 윤영일의 꿀입니다. 사람은 벌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음식에 허용된 보존료는 물론, 설탕을 전혀 쓰지 않고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받은 꿀만을 담았습니다’라고요. 디자인을 바꾼 꿀 300개는 순식간에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브랜드호텔 디자이너들은 밀려드는 업무량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현재 문구회사 대시앤도트와 전 제품 디자인 리뉴얼 계약을 체결한 상태고, 라푸마, 닥스 등 LG패션의 그래픽 디자인 리뉴얼도 예정돼 있다. 또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아웃렛쇼핑센터를 기획하기로 해 견적을 내놓은 상태다.

“기업을 방문하면 꼭 이렇게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본 적 있느냐’고요. 이를테면 ‘아이스크림 디자인은 아이스크림 디자인을 해본 사람만 할 수 있다’ 혹은 ‘화장품 기획은 화장품을 만들어본 사람이 해야 한다’는 식이죠. 물론 경험은 확실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적고 경험이 적어도 브랜드호텔 학생들에게는 사고의 폭이 열려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일할 때 집중력도 있고요. 한마디로 새로운 것을 학습할 줄 아는 사람들이죠.”

김 교수는 제자들의 ‘독립’도 계획하고 있다. 재능이 있는 학생은 브랜드호텔에서 독립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중소 초콜릿 제조기업 ‘엘가’의 이형복 마케팅이사를 만나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고 스스로의 힘으로 계약을 따낸 박경민씨와 김윤아씨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제자들의 독립을 더욱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호텔은 학생 동아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업이 됐습니다. 모두 제자들 덕분이죠. 저는 이들이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도울 뿐입니다. 물론 제자들이 완전체로 성장할 때까지 월급은 보장할 겁니다.(웃음)”

사진 : 하지영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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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22   ( 2016-06-11 )    수정   삭제 찬성 : 84 반대 : 68
결국 교수가 만든 밴처네..
 
 이수민이 만든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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