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해맞이 트레킹

언젠부터인가 사람들은 새해 첫날 갖은 고생을 감수하며 일출여행을 떠난다. 새해 첫날부터 그리 바쁘게 살아야 하나 싶지만, 그런 행위에는 소망과 염원이 담겨 있다. 먼 길 떠나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마침내 떠오르는 해를 향해 소원을 빌고, “걱정하지 마! 올 한 해도 잘될 거야~” 하며 희망을 품고 돌아온다. 최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출 트레킹을 즐긴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만나는 일출은 감동 그 자체다. 전국의 일출맞이 걷기와 트레킹 명소를 소개한다.


제주 올레 1코스, 성산 일출보다 멋진 ‘말미 일출’

추자등대에서 본 추자도 일출.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성산일출봉은 신년 해맞이 장소의 원조 격이다. 전국적으로 해맞이 축제가 유행하기 전부터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제주 동부에 자리한 성산 일대는 날이 따뜻하고 볕이 잘 들어서인지 유독 밝고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마침 제주 올레 1코스가 성산 일대를 따르기에 일출과 올레길을 엮으면 금상첨화다. 성산일출봉에 올라 감상하는 ‘성산 일출’은 제주의 열 가지 아름다움을 지칭하는 영주십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출봉에 오르면 시야가 좁아져 일출 풍광은 생각보다 별로다. 성산일출봉보다 멋진 일출이 펼쳐진 곳이 제주 올레 1코스에 속하는 말미오름이다.

제주 올레길은 2007년 9월 공교롭게도 시흥리(始興理)에서 첫 발자국을 찍었다. 시흥리는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이란 뜻. 이름 덕분인지 제주 올레는 1코스 개장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코스는 시흥초등학교 옆에서 시작해 말미오름~알오름~종달리~목화휴게소~이생진 시비~광치기 해변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15.5km, 5시간쯤 걸린다.

말미오름에서 본 일출. 영주십경 중 으뜸인 성산 일출은 말미오름에서 보면 더욱 멋지다.
출발점인 올레 시흥안내소를 어둑새벽에 출발해 40분쯤 부지런히 걸으면 말미오름 정상에 오른다. 조망이 넓게 열리는 말미오름은 지미봉~우도~성산일출봉~섭지코지로 이어지는 제주 동부의 스카이라인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해는 우도와 성산일출봉 사이에서 떠오르는데, 붉은 여명 속에서 어느 순간 바다를 뚫고 치솟는 모습이 일품이다. 따뜻한 빛을 온몸 가득 받으며 소원을 빌다 보면 몸도 마음도 훈훈해진다.

말미오름에서 내려와 무밭이 펼쳐진 분화구를 지나면 특급 전망대인 알오름에 오른다. 바다 풍경도 좋지만, 내륙 쪽 오름 1번지로 통하는 구좌읍의 다랑쉬오름, 높은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빚어내는 경관 또한 일품이다. 오름을 내려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일품인 종달리해안도로와 성산일출봉 옆구리를 따르면 1코스 종착점인 광치기 해변에 닿는다.

교통 |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선 일주버스를 타고 시흥리에서 내린다. 올레길 각 출발점은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제주공항에 내렸으면 100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숙식 | 시흥해녀의집(064-782-9230)은 1코스의 중간쯤에 있어 점심 먹기에 좋다. 조개죽이 저렴하면서도 별미다. 조개죽 7000원. 경미휴게소(064-782-2671)는 일출봉 입구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시원한 문어라면이 일품이다. 문어라면 5000원. 해녀 출신인 할망들이 운영하는 할망 민박은 깔끔한 숙소는 물론 맛깔스러운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다. 강태여 할망집(010-7755-2948). 오신생 할망집(016-9838-4773). 그 밖에 성산게스트하우스(010-9541-3342)는 젊은 사람이 선호한다.
그 밖의 일출 명소 | 1코스와 더불어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 추자도올레(18-1코스)다. 추자항~추자등대~신양항~돈대산~추자항 18.3km, 7시간 걸린다. 제주항에서 배를 타기 때문에 1박2일 잡아야 한다. 신양항에서 출발해 추자항에서 1박, 다음날 새벽에 출발해 추자등대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동선이 좋다. 추자등대는 추자도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일출은 물론 섬 조망이 일품이다.


동해 해파랑길, 흰 산, 핏빛 바다, 투명 호수 3색 절경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만난 일출. 핏빛 노을 속에 철새 떼가 날아간다.
겨울 화진포는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찰랑거리고, 드넓은 호수에 철새들이 날아들며, 흰 눈을 머리에 인 백두대간 능선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해파랑길 49구간은 거진항~화진포~금강산콘도~명파초교까지 16km, 6시간 30분쯤 걸리는 먼 길이다. 그중 핵심은 화진포~거진항으로 약 4km, 넉넉하게 2시간쯤 걸리며 일출맞이 걷기 코스로 그만이다.

화진포해수욕장의 일출은 철새들과 어우러져야 제 맛이다. 운이 좋으면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과 한 무리 철새의 힘찬 날갯짓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시나브로 날이 밝으면 물빛이 드러난다. 짙은 에메랄드빛, 물에 푼 잉크빛 등이 서로 뒤섞인 모습은 이곳이 우리나라인가 싶다.

화진포 일대는 일제강점기 외국인이 머물던 유명한 휴양지다.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면 작은 야산에 자리한 일명 ‘김일성 별장’인 화진포의 성을 만난다. 한국전쟁 후 화진포 지역이 잠시 북한 땅에 속했을 때에 김일성이 가족과 함께 이곳에 묵었다고 한다. 이곳의 진가는 옥상에서 펼쳐지는 조망에 있다. 눈을 머리에 인 백두대간 능선이 금강산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 앞으로 화진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철썩거린다. 그야말로 산・바다・호수가 어울린 화진포의 진면목이다.

연인들이 즐기는 경포해수욕장 일출.
별장에서 내려오면 울창한 송림 사이에 이기붕 별장이 있다. 김일성 별장이 호탕하다면 이기붕 별장은 평온하다. 이기붕 별장을 나오면 화진포를 만난다. 이제부터는 호수를 따라가는 길이다. 비록 도로를 따르지만 차가 뜸하고 화진포를 감상하는 맛이 괜찮다. 화진포는 호수 둘레가 16km로 동해안 석호 가운데 가장 크다. 호수를 지나면 삼거리, 거진항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접어들어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공구부대 앞이다. 여기서 오른쪽 ‘거진등대 해맞이공원’ 이정표를 따르면 산길로 올라붙는다.

옛 군부대 자리를 따르는 산길은 왼쪽으로 바다, 오른쪽에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는 멋진 길이다.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거진등대 앞에 이르고, 그 앞 명태축제비 뒤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무인등대인 거진등대는 입구가 잠겨 있어 가까이 갈 수 없지만, 뒤편으로 가면 시야가 트이면서 거진항이 펼쳐진다. 거진항은 포구 뒤편으로 웅장한 백두대간 능선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신기하다. 이어진 철계단을 내려서면 종착점인 거진항활어센터 앞이다.

교통 | 자가용은 경춘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와 진부령을 넘어 거진항에 이른다. 거진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10분쯤 가면 화진포다. 대중교통은 속초에서 1번, 1-1번 버스를 타고 거진항을 지나 대진고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학교 앞에서 900m쯤 가면 화진포다.
숙식 | 걷기가 끝나는 거진항은 포구의 정취를 느끼며 한잔하기 좋다. 거진항활어센터의 횟집들은 남편이 직접 잡은 자연산 활어를 아내들이 판다. 소영횟집(033-682-1929)은 도치알탕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숙소는 화진포해수욕장 한가운데 자리한 화진포콘도(033-682-0500)와 금강산콘도(033-680-7800)가 좋다.
그 밖의 일출 명소 | 강릉을 통과하는 해파랑길 39코스(바우길 5구간) 중에서 경포대~사천진리해변공원 코스가 좋다. 아름다운 해안과 해송 숲길이 이어진 길로 거리는 약 6km, 2시간쯤 걸린다. 경포대와 경포해수욕장은 많은 사람이 찾는 일출 명소지만, 경포대를 출발해 이름 모를 해변에서 호젓하게 맞는 일출 또한 감동적이다.


남양주시 수종사, 두물머리 위에 앉은 특급 전망대

가리왕산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감동적인 일출.
운길산의 수종사는 서울 근교의 나들이 코스로 인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새해 일출 명소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풍광이 빼어나고, 청계산・유명산・용문산 등이 그리는 첩첩 산그리메 속에서 두둥실 해가 떠오르는 모습도 일품이다. 또한 아침에 좀 서두르면 중앙선 전철을 이용해 일출 시각까지 수종사에 도착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추울수록 달빛은 환하다. 딸깍! 헤드랜턴을 끄고 달빛에 몸을 맡긴다. 더욱 짙어진 어둠 속에서 밝고 서늘한 달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운길산역이 있는 진중리에서 수종사(水鐘寺)로 이어진 시멘트 도로는 팍팍하기 짝이 없지만, 은은한 나무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제법 운치 있다. 차가운 바람 한 조각이 입속으로 들어와 폐부를 한 바퀴 돌아 허연 입김으로 솟구쳐 나온다.

진중리를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안 돼 ‘운길산 수종사’ 일주문으로 들어선다. 시멘트 도로는 흙길로 바뀌고, 쭉쭉 뻗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종사는 달빛에 푹 젖었다. 종무소 건물 마루에 스님 한 분이 앉아 계신다.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묻자 빙그레 웃으며 은행나무 쪽을 가리킨다. 어둠 속의 은행나무는 거대한 항아리처럼 보인다. 항아리 몸뚱이에 수많은 나무들이 꽂혀 있는 형상이다. 나이가 550년 넘은 은행나무 거목은 세조가 심은 것으로 전한다.

수종사 은행나무 앞에서 보는 일출. 청계산·용문산 등이 그리는 첩첩 산그리메 속에서 불끈 해가 떠오른다.
은행나무 아래에 이르자 동쪽 첩첩 산그리메 너머로 붉은 띠가 그려져 있다. 해가 뜨기 전의 팽팽한 긴장감에 마음이 설레고, 삽시간에 변하는 여명의 붉은빛은 참으로 오묘하다. 붉은 띠는 어느 순간 절정을 이루고, 또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것이 해가 뜬다는 신호다. 해는 청계산 뒤에서 붉은 머리를 불쑥 내민다. 그리고 산도에서 아이가 나오듯 거칠 것 없이 쑥~ 밀고 나온다. 막 떠오른 햇살은 아기처럼 순하다. 그 빛을 받는 얼굴의 촉감이 좋다.

여명과 일출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던 두물머리 일대는 시나브로 부예진다. 이젠 운길산으로 출발이다. 은행나무 왼쪽으로 이정표가 서 있고, 그 뒤로 산길이 나 있다. 가파른 길을 15분쯤 오르면 절상봉에 닿고, 30분쯤 더 가면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널찍한 조망데크가 깔렸고 운길산 비석이 서 있다. 비석 뒤로 멀리 한강이 반짝인다. 한강 뒤에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서울의 수호신답게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물씬 풍긴다. 하산은 다시 수종사로 내려와 삼정헌에서 그 유명한 녹차를 한잔 마시는 것이 좋다.

교통 | 수도권에서는 중앙선 전철이 편리하다. 용산발 첫차는 평일 오전 5시 12분, 토요일(공휴일) 오전 5시 45분. 1호선은 회기역, 3호선은 용산역에서 중앙선으로 환승한다. 2013년 1월 1일 첫차를 타면 운길산역에 6시 44분쯤 내린다. 일출 시각이 7시 47분쯤이므로 걸음을 빨리하면 수종사에서 일출맞이가 가능하다. 자가용은 수종사 일주문 앞과 수종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맛집 | 수종사 진입로 초입 삼거리 부근의 운길산장(031-576-5952)은 만두와 돼지고기 등을 넣은 시원한 두부전골(2만8000원)이 일품이다. 운길산역 앞에 용호수산(진중리 장어집, 031-576-4809)은 주인장이 장어 도매업을 하다 4년 전 문을 열었다. 국내산 장어와 유기농 채소만을 사용해 단골이 많다.
그 밖의 일출 명소 | 산꾼에게는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 정상에서 텐트 치고 다음날 맞는 일출을 추천한다. 가리왕산은 점봉산·방태산 등과 함께 남한에서 가장 원시적인 생태계를 간직한 산으로 겨울 설경이 유명하다. 운이 좋으면 웅장한 운해 속에서 떠오르는 감동적인 일출을 만날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장구목이골 입구~장구목이골~정상~중봉~별천지박물관(옛 숙암분교) 14km, 7시간쯤 걸린다.

글ㆍ사진 : 진우석 여행작가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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