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건축가들이 제시하는 주거의 미래

<2012 한일 현대건축 교류전>을 기획한 커미셔너 임재용 건축가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만났다. 그가 안내하는 <같은 집 다른 집> 전시를 통해 현재 한일 건축가들이 지향하는 화두가 무엇인지 찾아가본다.
“집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 스스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우리의 약한 면을 보상하기 위해서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받쳐줄 피난처가 필요하다.”

알렝 드 보통이 《행복의 건축》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어떤 집을 꿈꿀까. 한일 건축가가 함께 그 답을 찾는 2012 한일 현대건축 교류전(새건축사협의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이 2012년 11월 16일부터 12월 9일까지 열렸다. 임재용(건축가, O.C.A 대표) 커미셔너와 일본의 마사시 소가베Masashi Sogabe(건축가, 가나가와대 교수) 커미셔너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새로운 주거의 미래를 모색하는 젊은 한일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2011년 일본의 요코하마(문화공간 ‘뱅크아트 1929’)에서 열렸던 <한국 건축의 새로운 지평> 연장선상에서 열린 전시로, 임재용 건축가는 요코하마 전시도 총괄 기획했다.


한국 건축가로는 에이엔디(정의엽), 와이즈건축(장영철・전숙희), 디아(DIA)건축(정현아), 디자인그룹 오즈(신승수・임상진・최재원), 사이(박창현・이진오・임태병)가 참여했고, 일본팀은 이키모노, 나루세 이노쿠마, 다이켄엠이티, 스페이스스페이스, 류지 후지무라 건축설계사무소가 참여했다.

“한국과 일본 건축가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 전시인데, 이것은 곧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5가지 소주제를 가지고 한일 건축가가 함께 팀을 이루어 건축의 미래를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이지요.”



한일 건축가들의 공통 관심사, 공유주택(shared house)과 모여살기

고령화로 1인 가구가 급증한 일본. 일본의 건축가들은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노인 가구와 1인 가구 주택을 보여줬다. 나루세 이노쿠마 팀이 찾은 해답은 ‘함께 살기’. 이들이 제시한 셰어하우스는 이제까지의 공동주택과는 개념이 다르다. 주택이 모인 단지 같은 형태지만, 공용공간을 잘 만들어 생활을 공유하는 대가족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전통을 가져오면서도 현대적인, 이런 형식의 셰어하우스가 인기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에 1인 가구 증가 등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고 있어 이런 사회 변화를 어떻게 담아낼지가 한국 건축가들의 숙제다.

묵방리 주택-2006 건축문화대상 대상(김종오).
와이즈건축은 서울 금호동에 지은 다세대주택 ‘Y-HOUSE’를 통해 ‘모여 살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건물 1층에 마을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평상을 만들어 시골마을의 정자 같은 역할을 하게 했다. 건축가 장영철씨는 재건축으로 해체되는 마을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한다.

디자인그룹 ‘오즈’는 서울 봉천동 다세대주택과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모여 살기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건축계의 핫이슈, 쓰나미 이후의 건축과 공공성

평창동 주택-2012년 서울시건축상 우수상(박완순).
일본 건축계의 최근 핫이슈는 ‘쓰나미 이후의 건축 ’이라고 한다.

“일본은 쓰나미 이후 기후와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자연재해에 맞서는 디자인, 에너지를 절약하는 제로에너지, 에코 시스템과 디자인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건축의 공공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지요.”

집은 정주하는 곳일까? 편의에 따라 이동하는 곳일까? 이런 상반된 개념을 풀어놓은 건축가가 있다. 다카시 후지노는 자신의 아틀리에 내부와 외부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귀를 기울이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많을 일을 알 수 있고, 건축은 우리의 주변 세계와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줍니다”라고 말한다.

다카시 후지노는 1년 동안 아틀리에 주변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전시했다. 그의 아틀리에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 풍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데, 더운 여름이면 천막을 쳐서 햇빛을 가리는, 자연에 노출된 공간이다. 일본 건축가들은 ‘주사위하우스’ ‘주사위오피스’ 등 모듈화해 이동할 수 있는 건축을 제시하기도 했다. 집은 한곳에 터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개념을 깨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일본의 스페이스스페이스에서 작업한 ‘20m²’는 공간의 스케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방의 폭이 2m밖에 안 돼요. U자형 집합주택으로 3층 집인데, 한쪽 면은 넓은 통로와 벽을 만들고 안쪽은 침실과 목욕탕, 부엌, 화장실을 배치해 안쪽이 보이지 않도록 했지요.”


이번 전시는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커미셔너인 임재용 건축가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학원을 졸업했고, 개성 있는 주택설계로 건축문화대상 우수상(2012), 서울시건축상 우수상(2012)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주택 작업뿐 아니라 주유소와 주택을 결합한 독특한 구조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하이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공장을 짓고 있다.

사진 : 김선아
자료제공 : 건축사사무소 O.C.A www.oca.kr
촬영협조 : 토탈미술관 www.totalmuseum
  • 201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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