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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복판에서 꿀벌 키우며 시작된 커뮤니티 회복

일본 최고의 장인 (77) 다나카 아쓰오(田中淳夫) 긴자 미쓰바치 프로젝트 부이사장

도쿄 긴자에서 양봉을 한다? 평당 지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금싸라기 땅에서 꿀벌을 키우고, 그 꿀벌이 도심 빌딩 사이를 날아다닌다면 어떨까? 꿀벌의 생육을 위해 고급 백화점이 옥상을 내주고, 그곳에서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들이 꽃을 심고 풀을 매는 모습은 보기 드문 진풍경을 연출한다.

흙과는 거리가 먼 긴자의 바텐더, 파티시에, 화과자 장인 등이 소매를 걷어올리고 도심 옥상에서 꿀과 쌀을 재배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미국·독일·프랑스 언론이 대서특필했고 BBC가 장기 취재에 들어갔다. 미국 CNN팀은 취재를 마치며 이들의 활동을 ‘소셜 이노베이션’이라고 규정했다. 2006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북으로는 홋카이도에서 남으로는 규슈에 이르기까지 일본 전역에서 100여 개의 꿀벌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홍콩·타이완에서도 자매 프로젝트가 시작했다.

‘긴자 미쓰바치(꿀벌) 프로젝트’의 주창자 다나카 아쓰오(田中淳夫) 부이사장을 만났다. 초가을의 이슬비가 촉촉이 스며드는 긴자 일본펄프회관 옥상에 빼곡히 들어선 벌통 앞에서 견학 온 고등학생들이 열심히 그의 설명을 듣고 있다.

“꿀벌은 사회성이 강한 곤충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죠. 짧게는 30일에서 길게는 40일간 짧은 생을 사는 꿀벌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속에서 환경과 공존하며 평생 동안 반 스푼의 꿀을 만들고 생을 마감합니다. 34℃의 따뜻한 체온을 가진 아주 유익한 곤충이지요.”

꿀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해에 150kg, 이듬해엔 260kg, 그리고 올해는 850kg을 수확했다. ‘긴파치’라는 이름을 가진 이 꿀은 대부분 긴자에서 소비된다. 칵테일, 비스킷, 화장품, 오일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면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 그 수익금은 대부분 커뮤니티 재생과 긴자 녹화사업 등에 재투자되고 있다.

“시작은 ‘긴자에서 꿀을 생산할 수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어요. 어른들의 장난기라고나 할까요.(웃음) 지금까지도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했다. 기업의 전무로 일하고 있던 그는 많은 사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모두 ‘쇼핑객들로 붐비는 긴자에서 양봉을 하면 벌에 물린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할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꿀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자연생태계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득했죠.”

반대하던 사람들은 “양봉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쇼핑도시 긴자의 자연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조금씩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과의 공존을 갈망하던 긴자 시민의 무의식에 불을 지핀 것이다.

다나카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후 30년 넘게 긴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긴자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지금은 고급 쇼핑가로 알려져 있지만 긴자는 원래 장인의 거리였다. 은전을 만들고 교환했던 환전상을 중심으로 번성한 긴자는 각 분야의 장인들이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곳이었다. 지금도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들은 전통기법을 고집한다. 이처럼 장인의 기질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어느 곳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의 거리이기도 하다.

“어느 노포 기업의 소유주는 ‘긴자는 교토처럼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옛날부터 특출 난 인물이 반드시 나오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생소하고 이질적인 아이디어라고 해도 긴자는 그것을 품어낼 수 있는 포용력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이죠.”

여기서 영감을 얻은 그는 긴자인의 ‘지식’과 ‘기술’을 융합시키기로 했다. 양봉 장인의 기술, 그리고 여기에 브랜드를 녹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꿀 하나로 케이크를 비롯해 비스킷이나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들을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의 사업은 긴자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삿포로 맥주와 공동으로 지역 브랜드의 맥주를 개발하더니 이번에는 화장품 회사의 방향성과 비전을 바꾸어놓았다. 그동안 천연재료를 중시한 고급 제품을 만들었던 화장품 회사와 손잡고, 긴자 꿀을 이용한 제품을 만듦으로써 환경과 지역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미지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긴자의 건물주들이 옥상을 쉽게 내줄 리 없었고, 100~200년 된 기업들이 이제 갓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의 꿀을 쉽게 사용해줄 리 없었다.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커뮤니티의 회복이라는 가치를 들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뜻이 순수하면 통한다고 하지요. 그 점에 호소했습니다.”

긴자클럽의 게이샤들(왼쪽)과 꿀로 만든 제품들.
긴자산(産)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신용’을 의미했다. 장수기업들이 브랜드를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역의 사랑을 받고, 인간과 사회에 널리 도움이 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꿀벌을 통한 커뮤니티 재생작업은 교육계에도 바람을 일으켰다. 긴자 꿀벌 프로젝트는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 실렸다. 이어 대학에서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지역별로 꿀벌 프로젝트 콘테스트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노인 복지시설에서도 양봉을 시작하는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다나카는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긴자산 화지(和紙)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빌딩 옥상에 나무를 심어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종이를 팔아서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화지는 천년을 가잖아요. 양지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운치가 있죠. 양봉을 시작했을 때처럼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 없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가치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서 또 일본적이고 긴자적인 브랜드를 창조하고 싶습니다.”

도쿄의 서민마을 에도가와구에서 평범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환경과 지역의 공생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바로 벌꿀과의 만남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삶 자체가 바뀌었다는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사회의 관심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기업 임원으로 있을 때는 주말을 대부분 접대골프로 보냈지만 지금은 환경을 공부하고, 각지를 돌며 환경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의 사건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양봉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도시에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했다.

“주변에 꽃이 없으면 꿀벌이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결과에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꿀벌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세요. 벌들을 위해 꽃과 나무를 심고, 농약을 뿌리지 않고 가꿀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십시오. 바로 그 과정이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활동인 것입니다. 이렇게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면 반드시 꿀도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양봉이 긴자가 처음은 아니다. 파리 오페라좌의 옥상에서도, 미국 백악관에서도 양봉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양봉사업과 달리 긴자 꿀벌 프로젝트는 자연과의 공존과 커뮤니티의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순수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서 꾸려나가고 있다. 이것이 긴자 꿀벌 프로젝트를 단단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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