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지금이 내 인생의 변곡점”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상하이의 ‘나쁜 남자’로 변신한 장동건

“결과적으로 보면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제때에 했죠.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외모로 ‘까여’(비난받아)본 건 처음이었어요. 더 큰 충격이 있기 전에 백신을 맞은 격이랄까요? HDTV(고화질)도 영향이 컸죠. 오랜만에 TV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면서 선배나 동료들로부터도 ‘너 충격 좀 받을 거다’라고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내 외모가) 어디 가겠어?’라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2회 보고 아연실색했지요. 나중에는 더 늦기 전에, 수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기 전에 대중 앞에 나선 게 차라리 잘한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사실 그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연예계에서 장동건은 남자배우 캐스팅 영순위였을 뿐 아니라, 고유명사가 아닌 미남이라는 뜻의 일반명사였다. 장동건은 20대 후반부터 인터뷰에서 스스럼없이 “잘생긴 게 콤플렉스였다”고 거듭 말하곤 했다. 학창시절엔 진급할 때마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급우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고, 어느 때 어느 자리에서도 가장 먼저 시선을 받는 존재였을 테니 말이다. 20대에 그를 실제로 본 이들은 못생긴 것뿐만 아니라 잘생긴 것도 콤플렉스가 될 수 있겠거니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은 시청자들에게 ‘아, 장동건도 아저씨가 되는구나’ ‘천하의 장동건도 가는 세월은 막을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엔 악성댓글이 뒤따랐다. 드라마를 애청한 팬들조차도 장동건의 외모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너무 말랐고, 피부 상태가 안 좋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장동건은 웃으면서 변명도 덧붙였다.

“드라마를 찍을 땐 정말 잠을 못 잤어요. 촬영 스태프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A와 B팀으로 나누어 교대했거든요. 배우들은 그럴 수 없잖아요? 한 달간 거의 매일 한두 시간씩 자면서 찍었어요. 몸에서 잘 못 받아들이더군요. 체중도 2~3주 만에 5~6㎏이 빠졌죠.”

드라마가 종영하고 새 영화 〈위험한 관계〉의 개봉을 즈음해 지난 10월 초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40)은 얼굴빛이 썩 좋아 보였다. 드라마 촬영 때보다 5㎏ 이상 불면서 평소 체중을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봐온 청년의 유쾌함에 40대의 성숙함, 다섯 살배기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온기가 더해져 웃음은 더욱 밝았다. 나이 꼭 마흔. 한 시간여의 인터뷰에서 그는 유난히 ‘매너리즘’과 ‘새로운 변화’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영화 얘기부터 그랬다.

“〈위험한 관계〉는 〈신사의 품격〉 이전에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을 끝낸 작품이었어요. 중국영화였지만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죠. 무엇보다 이제 ‘피칠하고’ 죽는 역할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즐겁고 유쾌한 인물을 연기해보자는 것이었죠. 또 수년간 제 스스로에게 싫증이 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컸죠. 이번에 드라마의 반응을 보면서 저뿐만 아니라 대중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중국 측으로부터 출연제안을 받았죠. 캐릭터에 딱 꽂혔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인물도 분명하고 관심도 커졌습니다. 허진호 감독에 대한 믿음도 중요했죠.”

〈위험한 관계〉는 한국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첫 중국영화다. 18세기 프랑스 소설인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동명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이미 여러 차례 미국과 유럽에서 영화로 옮겨졌으며, 한국영화로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를 배경 삼아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장동건과 중국 톱스타 여배우 장쯔이, 장바이쯔가 호흡을 맞춘 〈위험한 관계〉는 무대를 20세기 초의 상하이로 옮겨와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로 각색됐다. 상하이의 유력자이자 플레이보이인 세이판(장동건 분)과 독립운동가의 미망인으로 단아하고 정숙한 뚜펀위(장쯔이 분), 당대 사교계와 정재계를 휘어잡은 여인 모지에위(장바이쯔 분)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장동건은 뭇 여성을 마음대로 농락해 무너뜨리는 희대의 바람둥이를 연기했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이제까지 작품 중 장동건에게 가장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을 얻을 정도로 호연을 보여줬다. 중국에선 현지 성우의 목소리로 더빙이 됐지만, 한국 개봉버전에선 장동건의 중국어 연기가 그의 음성 그대로 나온다.


장동건은 〈위험한 관계〉를 통해 배우로서 느끼는 ‘블록버스터의 딜레마’로부터 탈피하고 싶기도 했다. 장동건은 수백억 대작인 한미 합작영화 〈워리어스 웨이〉와 〈마이 웨이〉에 잇따라 출연했고, 성적과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장동건은 “대규모 제작비의 작품은 태생적으로 많은 관객이 들어야 하는 영화”라면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을 맡으면 보편적인 감정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희비와 선악의 굴곡이 큰 캐릭터를 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작이 배우에게 가져다준 ‘결핍감’을 메우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고, 〈위험한 관계〉는 그 돌파구였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톱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초호화 캐스팅의 큰 영화이지만, 합작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여서 출연하는 장동건으로선 부담이 덜했고, 캐릭터도 전작들에 비해 선이 굵고 날도 서 있었다.

장동건이 연기하는 ‘세이판’은 이른바 ‘나쁜 남자’ 유형의 인물이다. 타고난 외모와 재력, 유머, 매너를 갖춰 뭇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사랑을 믿지 않고 게임으로 생각하며 여자를 농락하다 버리는 남자. 잘생긴 남자의 대명사였던 ‘젊은 장동건’은 어땠을까.

“돌이켜보면 젊었을 때는 배우로서나 남자로서나 자신감에 넘친 적이 없었어요. 배우로선 작품이 잘되고 칭찬을 얻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항상 다음을 걱정했죠. 배우로서도 연기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그건 뭐 아직도 여전합니다. 최근 들어서야 제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조그만 성공이라도 의도대로 이루었을 때는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죠. 남자로서요? 만약 지금 제 마음을 가지고 20~30대로 돌아가면 바람둥이가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하. 하지만 그때는 그게 어색했고, 성격도 내성적이었어요. 바람둥이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저에겐 자연스럽지 않은 삶이었죠.”

“후회는 안 드느냐”고 물었다.

“안성기 선배한테 제가 여쭤본 적이 있어요. 절제한 삶을 후회하지 않느냐고요.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요.”

〈신사의 품격〉과 〈위험한 관계〉를 변곡점으로 삼은 장동건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한다. 장동건 스스로는 “넥스트 스테이지”라고 표현했다. 인생의 다음 무대라는 뜻이다. 그의 변화는 크게는 한 줄기로 합쳐질 테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방향의 세 꼭지점에서 시도된다.

먼저 연기다. 그의 대표작은 여전히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이고, 한일 합작영화 〈로스트 메모리즈〉와 한중 합작영화 〈무극〉, 한미 합작영화 〈워리어스 웨이〉, 그리고 〈마이 웨이〉 같은 대작들이 필모그래피(출연영화 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 한편에 숨겨진 작품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이다. 배우로서 장동건의 변화 의지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한마디에 응축돼 있다.

“대작에 출연했을 때는 배우로서 더 넓은 관객층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 더 많은 사람에게 내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그것도 의미 있지만 지금 저에게 더 필요한 것은 적은 관객이라도 영원한 인상을 남기는 것입니다. 다수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라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죠. 지금은 그런 작품에 눈이 갑니다. 제 안에서의 변화죠.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서요.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짐이나 부담을) 많이 내려놓고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배우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는 반성도 요새 참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배우로서 감독의 뜻대로 묵묵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촬영현장 안팎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면서 연기뿐 아니라 미술・조명・촬영 등 다양한 분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나 둘 눈에도 들어오고 생각도 깊어진다. 장동건은 “구체적인 상이 잡히진 않았지만 제작이나 연출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비즈니스의 확장’이다. 장동건이 대주주인 회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월 이수만이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와 합병했다. 이로써 SM은 소녀시대・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 등 K팝의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강호동・김병만・이수만 등 개그맨과 장동건을 비롯한 에이엠엔터테인먼트의 스타 배우진을 거느린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명실상부한 초대형 그룹이 됐다. 장동건은 소속 배우로서뿐 아니라 주주로서도 유력한 SM의 일원이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저에게도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SM을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이수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이 따를 만한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 생겨서였습니다. 이수만 회장의 비전은 해외시장뿐 아니라 TV 드라마와 영화・예능 등 영상제작까지 넓고 큰 그림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지 클루니가 될 욕심일까. 조지 클루니는 할리우드의 흥행 대작뿐 아니라 독립 저예산 영화에도 출연하고, 직접 제작과 감독도 겸하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마흔 살 아저씨이자 애아빠인 장동건의 일상과 정서는 어떨까.

“저도 술 마시고 친구랑 놀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1주일에 한 번씩 하는 야구는 가장 큰 여흥거리죠. 최근에는 자전거를 많이 타요. 헤드폰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강 둔치를 달려 저녁노을을 보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아 참, 몇 달 전에 중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을 공항에서 사서 읽었는데, 정말 중년의 심리를 잘 묘사했더군요. 물론 비행기에서 누가 볼까 표지를 뜯고 읽었어요. 제목만 보고 누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요?”

하긴, 장동건이 들고 있는 책의 제목에서 ‘아내’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즉각 고유명사(고소영)로 읽힐 테니까. 여하튼 장동건은 그렇게 마흔 고개에 올라섰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