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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제의 해법, ‘사회적 돌봄’에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 ‘성장학교 별’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김현수

정신과 의사로 오랫동안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만나온 김현수 교수(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가정이나 학교 어느 곳에도 마음 둘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성장학교 별’(이하 별학교)을 세웠다. 여러 가지 운영상 어려움 속에서도 10년간 이어온 별학교를 통해 그는 ‘사회적 돌봄’을 실천하는 동시에 도시형 대안학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성장학교 별’은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는 이미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동네의 지도가 바뀌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가난한 사람이 많은 동네였다. 김현수 교수가 당초 ‘빈곤층을 위한 학교’를 염두에 둔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발 바람이 불면서 실제 빈곤층은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고, 현재 재학 중인 60명의 학생들은 서울 전역은 물론,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통학하고 있다.

14~19세 아이들이 생활하는 별학교는 나이에 따라 학년을 구분하지 않는다. 담임도 직접 선택하고, 교과목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그렇다고 듣고 싶은 과목만 수강하는 것은 아니다. ‘3분의 1 법칙’에 따라 학생·교사·학부모가 원하는 수업을 각각 모아 교과 과정을 운영한다. 상근 교사는 8명, 일반 학교와 달리 다채롭게 운영되는 교과목은 재능기부 형태로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자들이 가르친다. 60~70명에 달하는 봉사자는 대부분 대학생들이지만 별학교의 취지에 공감해 전문 지식을 선뜻 나누는 중장년층도 10여 명이나 된다.

재학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학생 스스로 ‘여기서 더 이상 성장할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졸업을 신청할 수 있다. 최장 5~6년간 다니기도 하지만 보통 2~3년간 다니다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대안학교로 옮긴다. 졸업 신청자는 6개월간 주어지는 졸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경우 ‘졸업’이 인정되고,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수료’가 된다. 정식 학력 인정은 받을 수 없어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이처럼 별학교는 모든 학사 운영이 학생 주도로 이루어진다. 김 교수는 “빈곤이나 소외·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무기력하거나 의존하는, 다시 말해 자기결정능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며, “우리 학교는 학생이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 저절로 자기주도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 전, 별학교와 별도로 ‘스타 컬리지’를 만들었다. ‘일하는 청년’을 목표로 만든 스타 컬리지는 경계선 장애를 가지고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기관. 경도 지적장애, 고기능 자폐, 심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중증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배려가 없으면 사회생활이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한 ‘사회적응훈련’ 시설이다.


“장애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지만 비장애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들을 경계선 장애인이라고 부릅니다. 나이는 많은데 아무런 생활기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이들이 조만간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이들을 위한 정책과 관심이 절실합니다. 스타 컬리지는 3년제로 운영하는데, 첫 2년간은 기술을 배우고 나머지 1년은 인턴십을 합니다. ‘스타 숍’이라는 공동 작업장도 시도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이들이 타인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소년원에서 공중보건의 생활하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 가져

청소년 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은 뿌리가 깊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학창 시절을 모두 봉천동에서 보낸 그는 가난한 아이들이 겪는 소외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자격을 얻은 뒤 고향과도 같은 이곳으로 돌아와 병원을 낸 것은 그 때문이었다.

“소년원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어요. 부모가, 사회가 돌보지 않은 아이들이 결국 문제아가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았죠.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아이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빈곤의 늪에 빠져듭니다. 개원 후에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종종 만났어요. 이 아이들은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별학교를 만들게 됐지요. ‘아이들이 낮에 건강하게 놀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요. 처음에는 ‘치유적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어쩐지 치료받아야 할 대상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아이들과 토론을 거쳐 2년 후 ‘성장학교’로 바꾸었습니다.”

재력가도 아닌 그가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빚은 쌓여갔고, 2004년엔 집까지 날렸다.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어 집을 담보로 인근 건물을 매입했지만 ‘대안학교는 절대 안 된다’는 주민들의 반발로 입주가 무산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은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기억은 지금도 아픈 상처다. ‘청소년기에도 이렇게 설자리가 없는데,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오죽할까’ 싶은 마음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 돌봄’입니다. 돌봄이란 가르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인성지도를 담당할 가정이 해체된 경우가 많아요. 사회가 돌보아야 할 아이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죠. 왕따, 폭력, 자살 등 청소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저는 이 문제의 해법이 ‘사회적 돌봄’에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과 연대, 이에 기초한 어른들의 돌봄과 훈육의 회복만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개인병원을 접고, 현재 경기도 일산의 명지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1주일에 한두 번씩 별학교에 나온다.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 ‘교장 선생님’은 지난 10년간 별학교를 운영하며 느낀 우리 교육의 현실과 교사 연수의 경험을 묶어 최근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의사로서의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그는 마치, 성자(聖者) 같았다. 아이들이 각자 이 세상의 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지었다는 학교 이름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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