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칼럼니스트 이용재가 찾은 맛] 디저트 전문카페 ‘디저트리’ 이현희 셰프

코스로 나오는 디저트, 맛 보실래요?

무심코 던진 질문에 잊힌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반가움을 덤으로 얻었다. 1970~80년대생이라면 기억할 ‘전기오븐’ 이야기다. 명칭은 오븐이지만 둘레가 한 아름은 되는 냄비로, 그 시절 어머니들이 제과제빵 등을 하면서 요긴하게 쓰던 가재도구다. 디저트리의 바에 앉아 음식에 대한 기억을 묻자 이현희 셰프는 바로 그 전기오븐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께서 전기오븐으로 과자나 카스텔라 같은 걸 구워주시곤 했어요. 미국에 있는 언니가 제과제빵을 위한 도구나 요리책을 보내줘 고등학교 때부터 만드는 데 재미를 붙였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이라고는 하지만 비교적 한산한 골목길, 벽돌 건물의 반 층 올라앉은 1층에 유리창 너머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디저트리(Desertree),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디저트 카페지만 케이크 등이 담긴 진열장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넓다고는 할 수 없는 직사각형 평면의 공간 대부분을 긴 바가 갈라 안쪽은 셰프, 바깥쪽은 손님의 몫이다. 주문과 동시에 셰프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디저트를 만든다. 하나하나가 레스토랑의 단품 요리 같은 차림새를 띠는, 이른바 ‘플레이팅 디저트(Plating Dessert)’다. 이런 디저트는 일정 수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기술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다. 접시에 자리 잡은 모든 요소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맛의 측면에서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쁜 조각 케이크며 깜찍한 마카롱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디저트는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은행 공채에 합격했어요. 인터넷 뱅킹에 관련된 전산 지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계약직으로 입사해 2년 동안 일하면 정규직으로 발령받는 조건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2년 후 정규직이 될 수는 있었겠지만, 그 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생각해오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부모님이 섭섭해하셨지만 딱히 설득하시지는 않았어요.”

그는 3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들고 파리로 향한다. 말과 글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겪은 뒤 발을 들인 곳은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어떤 분야를 공부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리 쪽을 좋아했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취미로 남기고 싶었고, 제과 과정이 더 프로페셔널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과 과정을 택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플레이팅 디저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인턴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 잡지 등을 뒤져가며 정보를 구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끌리는 스타일의 디저트를 발견했어요.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는데, 꼭 거기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셰프들과 상담을 거쳐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요.”


일정 기간마다 뽑는 1등의 영예를 안아가며 교육과정을 이수한 그는, 더 좋은 디저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학교에 돌아가 조교로 일하며 보수 대신 프랑스 요리의 기초 과정 또한 배운다.

“생활비가 떨어져가는 와중이라 아르바이트를 찾았는데, 시간이 맞아 일하게 된 레스토랑(해산물 전문인 파리의 ‘르 디벨렉’)에 페이스트리를 총괄 담당하는 셰프가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서 역할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총괄 셰프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정식 직원 채용 제안을 받았습니다. 아주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를 하는 미슐랭 별 두 개짜리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요리가 그렇다 보니 디저트 또한 매우 클래식해서 내 가게를 차릴 때 도움이 많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셰프가 없으니 스스로 셰프가 되어야 하는 상황. 그는 스스로의 손길이 닿은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학교에서 배운 기본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한다.

“계절마다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해서 주방 식구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거기에서 나온 반응을 바탕으로 메뉴에 올리곤 했습니다. 쉬는 날을 챙길 생각 같은 것도 안 하고 일했는데, ‘너처럼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는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의 미래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에 돌아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단 열고 보자’는 생각으로 디저트리를 열었어요. 한산한 느낌의 골목길이었으면 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플레이팅 디저트의 콘셉트를 염두에 두었는데, 주변에 이야기를 하면 거의 이해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케이크는 주문을 받는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요.”

디저트리의 디저트는 탄탄하게 다진 전통의 기반에 셰프의 감각으로 더하는 변주가 돋보인다. 달걀흰자를 거품 내 공기를 불어넣어 오븐에서 풍성하게 부풀어 올라 먹기도 전에 눈에 먼저 포만감을 안겨주는 ‘수플레(Souffle)’며, 달걀노른자를 주재료로 써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커스터드 크림 위에 설탕을 솔솔 뿌린 뒤 토치로 달궈 얇고 바삭한 캐러멜의 막을 입히는 ‘크림 브륄레(Creme brulee)’ 등이 대표적이다. 크림 브륄레는 손님의 눈앞에서 설탕을 태우는 덕분에 그 냄새며 광경 또한 디저트 경험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바를 중심으로 한 열린 주방인 덕분에 얻을 수 있는 덤이다.


전통의 바탕 위에 다져진 최신 기술 또한 디저트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모든 디저트에 조연 이상의 역할을 하는 아이스크림 또는 소르베는 첨단 장비 ‘파코젯’으로 만드는데, 단단하게 얼린 원액을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이 갈아주는 동시에 공기를 불어넣어 기존의 아이스크림에서 느낄 수 없는, 고운 입자의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한다. 겉만 구워 포크로 눌렀을 때 용암처럼 초콜릿이 흘러나온다고 해서 ‘용암 케이크’라는 별명도 지닌 ‘퐁당 쇼콜라(Fondant Chocolat)’는 파코젯으로 부드러움을 더한 화이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도움으로 여느 카페 등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과 비교 불가능할 격조를 품고 손님을 기다린다.

“디저트리를 중심으로, 좀더 캐주얼한 분위기의 카페를 하나, 그리고 좀더 격식을 차리는 분위기의 또 다른 카페를 하나씩 꾸려가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키면서 기다리는 상황이고요. 월세 내고, 직원 월급 주고, 손해 안 보는 상황이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지요.”

사진 : 김선아
  • 2012년 0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