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김윤정 대표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면 동물과 소통할 수 있어요

개 13마리, 고양이 3마리, 닭 5마리와 함께 자란 아이.
가족을 그리는 그림에 동물들도 빠짐없이 그려 넣던 아이에게 사람들은 물었다.
“어떻게 하면 동물과 친해질 수 있니?” 누구보다 그 방법을 잘 알지만 설명할 길이 없어 망설이던 아이는 해외에 나가 동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고, 국내 최초로 받은 국제자격증만 10개가 넘는 동물전문가가 됐다. 동물의 마음을 살피는 동물교육을 통해 사람과 동물 간의 소통을 돕는 기업 ‘폴랑폴랑’ 김윤정 대표의 이야기다.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까? “울면 안 돼!” 하며 다그칠 수도 있고, “왜 우니?” 하며 그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짖는 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두 가지 상반된 대처법이 있다. 하나는 개가 짖을 때마다 목줄을 조이는 등의 방법으로 벌을 주는 것이다. 국내에서 흔히 쓰는 방법으로, 올가미식 개 목걸이를 뜻하는 ‘초크체인 방식’이라 불린다. 초크체인 방식으로 교육받은 동물은 당장 문제가 되는 행동은 없어질지 몰라도 또 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억압된 욕구를 다른 식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개가 짖는 이유를 찾아내 고쳐주는 방법이다. 폴랑폴랑이 동물교육에 사용하는 ‘동물행동심리 교육법’으로, 아직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교육법이다. 문제행동을 일으킨 이유를 발견해 고쳐주면 문제행동은 물론, 그 이유와 관련된 다른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간의 관계에 비유한다.

“사용하는 언어를 알고 나면 그 사람의 생각이 보이듯이 동물들의 ‘보디랭귀지’를 알고 나면 동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동물을 대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의 문화를 존중하듯, 우리와 다른 동물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개와는 적당한 거리를 확보해야 해요. 쉴 새 없이 안고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기 쉽죠. 또 흔히 개를 부를 때 ‘쯧쯧쯧’ 하는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예민한 개는 오히려 그 소리에 공격 태세를 취하기도 해요.”

이외에도 개・고양이와는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이야기, 꼬리 흔드는 개에게 잘못 다가갔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동물사회’에 대한 그의 설명이 한참 이어졌다. 폴랑폴랑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행동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아준다. 의뢰받은 동물은 대부분 질병이 아닌 스트레스 때문에 문제행동을 일으킨다. 동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과 사람 사이 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긴장을 풀어주기만 해도 동물들은 별 탈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김 대표와 함께 온 슈나우저 ‘벤노’는 이전에 키우던 주인과 훈련소가 모두 포기했던 개다. 사람을 물던 사나운 개는 김 대표와 함께 지내면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을 되찾았다. 폴랑폴랑에서는 입양을 앞둔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사회성 교육을 하고 있다.

“무작정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을 벌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유기동물은 주인을 잃고 2주가 지나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공격성이 강해져요. 이런 상태의 유기동물을 입양해봐야 다시 파양되기 일쑤죠. 전문기관에서 사회성 교육과 행동평가를 거친 후에 유기동물을 입양해야 새로운 가족들과 잘 지낼 수 있어요.”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할 때부터 동물과 함께였다는 그가 본격적으로 동물공부를 하게 된 계기도 열여섯 살 때 유기견을 키우면서였다.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사람을 물던 개를 맡아 기르게 됐어요. 그 개와 함께 지내면서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클리커 스틱을 이용한 동물교육.
개의 공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와 서울 일대에 있는 동물훈련소를 모두 수소문한 끝에 한 훈련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하지만 목을 매달아 개를 훈련시키는 모습을 본 후 해외의 동물교육 자료로 눈을 돌렸다. 20대가 되면서는 수시로 해외에 나가 체계적으로 동물공부를 했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끊임없이 호기심이 생겼을 뿐,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언어학과 교육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10년이 넘도록 금융계와 경영계 직장에서 근무했다.

창업한 이유를 묻자 그는 “누군가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하더라고요” 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인색한 우리나라에서 동물 관련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반려동물의 사회성을 키우려면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건물에서 동물의 출입을 통제해요. 동물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고요.”

근육 강화, 균형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 동물 필라테스.
국제인증을 받은 동물행동심리전문가가 국내에는 김 대표뿐이어서 혼자 기업을 꾸려 나가는 일도 만만찮다. 지난해 5월 폴랑폴랑을 설립한 후 1년 남짓한 시간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하는 그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니 순간순간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을 교육하다 보면 동물뿐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들도 바뀌어요. 저로 인해 동물과 가족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동물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동물을 치유하는 동물교육법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교육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취지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에게 직접 동물교육법을 가르치는 ‘따돌림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9월부터는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유기견 훈련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이다. 재소자가 유기견을 한 마리씩 맡아 사회성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의 꿈은 한국을 동물교육 분야의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동물교육을 배웠지만, 2~3년 후에는 외국 사람들이 동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이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싶어요.”

뒤늦은 고백 하나, 기자는 어렸을 때 개에게 호되게 물린 이후로 개를 무서워한다. 처음 김 대표와 함께 인터뷰하러 온 ‘벤노’를 만났을 때 등에 식은땀이 한 줄기 흘렀다. 인터뷰 도중 개가 ‘오우’ 하는 소리를 내며 달려올 때는 겁에 질려 멈칫했다. “벤노가 기자님이랑 놀고 싶은가 봐요” 하는 김 대표의 말에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보았다. 손등을 핥는 표정에서 장난기가 가득 묻어나 그만 웃고 말았다. 언어를 알고 마음을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그의 말을 실감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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