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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옛 도심에서 인문학 강좌 붐 일으키다

인문학 강좌 여는 북카페 ‘백년어서원’ 김수우 대표

‘백년어서원’은 부산 동광동에서 전개되고 있는 원도심 문화공동 프로젝트 ‘또따또가’의 출발을 가능케 한 작은 씨앗이자 상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부산을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게 만든 ‘또따또가’는 현재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견학을 올 만큼 성공적인 원도심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백년어서원의 대표이자 시인인 김수우씨를 만났다.
‘백년어서원’이 위치한 부산 동광동은 지금도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오래된 인쇄 골목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시청과 신문사, 방송국 등이 들어선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산의 중심이 해운대 등 신도심으로 옮겨가면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김수우(52)씨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으면서도 황폐해져가는 이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인문학 카페’를 열기로 하고 1년여를 준비했다. 2009년 4월 ‘백년어서원’이 문을 열었을 때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북카페를 하려면 부산대나 경성대 등 대학로로 가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이곳을 고집한 이유는 하나다.

“어느 나라든 문화적인 도시에는 기차역 근처에 반드시 극장과 책방이 있어요. 우리가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면 구도심을 가장 먼저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도심이 가장 소외된 지역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는 잊혀가는 ‘근대 도심’을 지키면서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다.

“부산은 피난 시절 가난한 예술가들이 예술활동을 펼쳤던 곳이에요. 현재 ‘또따또가’(프랑스어 톨레랑스와 ‘따로 또 같이’ 활동한다는 우리말에 한자 가街를 합성한 말)에는 청년예술가들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어요. 2010년 부산시에서 공동화되어가고 있는 구도심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심하고 있을 때, 예술가들에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 후 부산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고, 다양한 작가들이 응모를 거쳐 입주하기 시작했지요. 연희창작촌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3억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골목을 살린 이 같은 사례는 드문 것 같아요. 지금은 개인뿐 아니라 합창단 등 단체도 들어와 있어요. 현재 300여 명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지요. 인쇄 골목은 인문정신을 살리는 곳이어서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따또가’는 고유 창작활동과 ‘시민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프리마켓 모나다展’ ‘또따또가 예술축제’ ‘직장인을 위한 문화프로그램 비타민C30’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술입주작가 전시회’ ‘국제교류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요즘은 ‘40계단’에서 매일 점심 때 판소리 공연과 시낭송을 하면서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다고 한다. 그 역시 시낭송에 참여하고 있다.

김수우씨는 1995년 〈시와 시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시인으로, 시집과 산문집 《길의 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지붕 밑 푸른 바다》 《씨앗을 지키는 서》 등을 펴냈다.

백년어서원을 연 그는 평소 듣기 어려운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열며 부산지역 인문학 운동을 주도해왔다. 고전학자 정천구의 ‘좌충우돌 맹자 읽기’ ‘백운거사 이규보 난세에 붓을 세우다’, 김문기 박사의 ‘널뛰는 기후, 춤추는 역사’, 김백준 최용석 김지곤 등 7명의 영화감독이 진행하는 ‘부산독립영화, 현재를 말하다’, 화가 강정화씨의 ‘현대미술 위를 걷다’ 등의 강좌를 진행했다. 여름과 겨울방학 때 배낭여행을 가려는 대학생 중 “그곳의 문화를 알고 가야겠다”며 강의를 들으러 오기도 한다.

“제 작품만 쓰다 북카페를 열면서 ‘사람들이 찾아주면 고맙고, 잘 안돼도 내 작업실로 활용하면 된다’고 마음을 비웠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강좌는 김영민씨의 철학강좌 ‘세속의 어긋남과 어긋남의 인문학’이었어요. 계단까지 청중으로 꽉 찼고, ‘이런 강좌를 마련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어요. 뜻을 세우면 지지하는 동행자가 생깁니다. 인문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눅 들지 않고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큰 공간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줘 고맙게 생각해요. 그건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3년여 강좌를 개최하는 동안 부산에서는 인문학 강좌 붐이 일었다. 요즘 그는 인문학 강좌를 독서와 사유, 글쓰기를 통합한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강좌를 들은 후 직접 읽고 쓰는 ‘서평 쓰기’ 등의 행사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초창기에는 30~40대가 많이 찾았는데, 요즘은 다양한 연령층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내려오기도 하고, 단체로 오기도 해요. 하지만 단지 강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사유와 실천을 끌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늘 ‘고향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1981년부터 13년간 아프리카의 모리타니, 스페인의 카나리아제도 등지에서 살다가 귀국했다. 첫아이는 모리타니 사막에서 낳았다. 미술을 전공하는 아이는 현재 뉴욕에서 공부 중이다.

“모리타니는 가도 가도 사막인 나라죠. 아침에 일어나면 모래폭풍 때문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였어요.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낙타떼뿐이어서 심심하면 바닷가에 가서 고향인 부산을 그리워했습니다. 사막에서 생활하며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생명의 원형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 사막이 몇 억 년 전에는 바다였을 텐데’라며 시간의 켜를 상상하곤 했지요.”

그런데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개발로 인해 바뀐 도시는 낯설었다.

“바다와 산, 강이 함께 있어 자연이 살아 있는 부산의 강점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한국 유일의 헌책방 거리가 있는 문화도시이기도 한데, 그것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요. 대신 해운대에 시립미술관, 센텀시티 등 새로 생긴 문화시설이 편중되어 있지요.”

1980~1990년대 한국의 격동기 때 한국을 떠나 있었던 그는 왠지 빚진 것 같았다. 가난한 시인이 부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다. 백년어서원의 벽 장식으로 활용하는 ‘목어’는 윤석정 작가의 작품.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마음을 모아 김수우씨가 글을 쓰고, 윤석정씨가 글씨와 서각을 담당했다.

“물고기는 인류 문명사의 원형적 상징이에요. 신석기시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탄생한 쌍어신앙은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고대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로 퍼져나갔지요.”

그는 앞으로도 백년어서원이 부산의 ‘인문학’ 운동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 한다. 늘 깨어 있는 물고기처럼.

사진 : 김선아
  • 201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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