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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아빠 에버랜드 김종갑 사육사

에버랜드에는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가 산다. 스무 살 청년 코식이는 ‘좋아’ ‘누워’ ‘앉아’ ‘안 돼’ ‘발’ 등 일고여덟 가지 말을 한다. 말하는 코끼리의 출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 코끼리 소리를 흉내 내는 아프리카 코끼리, 트럭 소리를 흉내 내는 코끼리는 있어도 사람의 말소리를 내는 코끼리는 처음이다. 오스트리아의 코끼리 음성 의사소통 전문가 앙겔라 박사와 독일의 생물 물리학자 다니엘 박사는 에버랜드를 방문해 코식이에 대해 연구한 후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의 논문은 현재 저명한 과학저널에서 심사 중이다. 최근 코식이는 책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코식이의 말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어린이용 과학도서 《좋아 좋아 말하는 코끼리》. 책 주인공 코식이와 코식이 아빠 김종갑 사육사를 만나러 에버랜드를 찾았다.
“좋아.”

“좋아.”

코식이가 김종갑 사육사를 보며 연신 말을 한다. 울림통이 큰 중년 아저씨의 소리다. 말을 할 때마다 눈을 찡긋거리며 웃는다. 코식이의 시선은 늘 김 사육사를 향해 있다. 취재진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 김 사육사의 행동반경을 따라 몸통이 움직이고 눈동자가 움직인다. 김 사육사가 가까이 다가오면 그의 얼굴을 향해 콧바람을 내뿜고, 코로 비벼댄다. 코끝으로 김 사육사의 구두에 침을 듬뿍 묻히며 비비기도 한다. 일종의 애정표현이다.

“코끼리는 애정표현을 할 때 암컷과 수컷이 서로의 코를 상대편 입 속에 넣습니다. 상대에 따라 받아주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합니다. 코가 애정표현의 수단인 셈이죠.”

김종갑 사육사의 말이다. 코식이의 발음은 얼마나 정확할까? 뜻을 알고 말할까?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확인된 몇 가지 사실은, 코식이가 하는 말이 평소 김 사육사가 코식이를 훈련하면서 반복적으로 쓰던 단어고, 코식이의 음성과 김 사육사의 음성 분석 결과 둘의 목소리 톤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 사육사는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간절함이 코식이에게 말을 하게 했다”고 믿는다.

“코식이는 아시아 코끼리입니다. 세 살 때 이곳에 왔는데, 또래보다 굉장히 겁이 많고 소심해서 적응하는 데 힘들어했습니다. 대개 사람이 있으면 먹이를 더 잘 먹는데, 코식이는 사람이 나가야 먹이를 먹었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고, 눈을 많이 바라봐주었습니다. 6년 전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발음이 정확한 편이 아니었어요.”

코끼리는 주로 코로 바람을 세게 불어서 소리를 낸다. 성대는 있지만 입술이 없어서 사람처럼 말소리를 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코식이는 어떻게 사람 말소리를 내는 것일까? 에버랜드의 오석헌 수의사는 코식이를 연구하다 그 원리를 알았다. 코식이는 말소리를 낼 때 반드시 코를 둥글게 말아서 끝부분을 입 안의 부드러운 부분에 댄다. 콧바람을 입 안쪽 면에 부딪치게 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콧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아주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다양한 말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코식이는 뜻을 알고 말을 할까?

대부분 상황에 맞는 단어를 구사하는 편이라고 한다. 김 사육사가 “안녕” 하면 “좋아” 하는 식이다. 에버랜드에는 코식이 외에도 열세 살 암컷 코끼리 ‘하티’가 산다. 김 사육사는 하티에게도 말을 가르치려 인위적으로 하티의 코를 입 안으로 넣어보는 등 백방으로 시도해보았지만 실패했다.

코끼리는 지능이 높은 편이다. 세 살 정도 유아의 지능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식이는 다른 코끼리보다 특히 교감능력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어렵게 마음을 연 김종갑 사육사에 대한 코식이의 애정은 남다르다. 김 사육사는 “신기할 정도로 내 기분을 잘 알아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가가면 그날의 제 기분을 알아봐요. 그냥 아는 사람, 친한 사람 그 이상이죠. 제 기분이 좋아 보이면 다가와서 애정표현을 하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다가오지 않아요. 저는 코식이의 기분을 100%까지는 모르는데, 코식이는 제 기분을 100% 알아맞혀요. 코식이가 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무서워요. 집착하니까요.”

지금 코식이에게 다른 사육사가 서서히 다가가는 중이다. 6~7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다가가서 애정을 쏟지만 코식이는 마음을 열 생각도 안 한다. 먹이를 받아먹기는 하지만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김종갑 사육사는 에버랜드에 사는 초식동물을 총괄한다. 코식이와 하티 외에도 기린, 낙타, 얼룩말 등도 관리한다. 그가 관리하는 동물 중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또 있다. 바로 다산왕 기린 ‘장순이’다. 이제까지 17마리를 출산해 세계 최고의 다산왕 기린이 됐다. 경쟁자가 프랑스에 있었는데 17마리를 낳고 죽었다. 김 사육사는 “올 1월에 17번째 기린을 출산했는데, 기린의 임신기간이 14개월 정도니까 내년 하반기쯤 새 기록을 세울 것 같다”고 말했다. 1990년 7월 김 사육사가 에버랜드에 오고 한 달 지나 장순이가 첫 출산을 했으니, 김 사육사는 장순이의 모든 출산을 다 지켜보았다.

스타 동물이 배출되면서 김종갑 사육사도 스타 사육사가 됐다. 김종갑 사육사에게서 스타 동물이 많이 배출되는 비결은 뭘까? 그의 무엇이 동물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일까?

“늘 후배들에게 ‘사육사 위주로 동물을 관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동물 입장에서 생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A방식은 동물 입장에서는 좋지만 사육사로서는 힘들고, B방식은 사육사로서는 편하지만 동물에게는 불편하다면 B를 선택하는 것이 사람 심리입니다. 저는 늘 A방식을 택해왔습니다. 1년 내내 ‘어떻게 하면 동물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비결이 있다.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 “돌고래쇼 조련사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이거든요. 윽박질러서는 절대 마음을 열지 않아요. 저 역시 동물을 사육하면서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지만 그분들의 인내심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화를 내면 멀어집니다. 다른 사육도 마찬가지예요. 얼마나 마음으로 대하고, 얼마나 기다려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그저 동물이 좋아서 사육사가 됐다는 김종갑씨. 경북 상주의 시골마을에서 자란 그는 집에서 소, 개, 닭, 오리 등을 키웠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 한 잔 마시고 마루에 걸터앉아 가축과 어울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있는데, 딸의 육아도 그가 도맡았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내에게서 딸을 넘겨받아 동물 보살피듯 우유를 먹이고 재우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동물을 좋아하니 당연히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예전에는 병아리, 강아지, 햄스터 등을 키웠는데, 집에서도 동물한테 붙어 있다 보니 가족한테 소홀해지더라”는 게 이유다.

그에게는 작은 소원이 하나 있다. 코식이 2세를 보는 것. 2년 후 하티가 열다섯 살이 되면 코식이와 하티는 부부가 된다.

“에버랜드에서는 코끼리 2세가 아직 탄생하지 않았어요. 코식이 2세를 꼭 보고 싶어요. 코식이와 하티는 따로 살아왔기 때문에 합방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 방법을 고민해봐야죠. 공부도 많이 하고요.”

사진 : 김선아
  • 201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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