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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해조를 이용해 플라스틱 만드는 기술 개발하다

일본 최고의 장인 (70) 고바야시 다카노리(小林孝紀) ‘홋카이도 도립공업기술센터’ 연구주사

얼음과 눈의 도시 홋카이도(北海道)의 남단 하코다테(函館)시. 일본 유수의 고급 다시마 산지로 유명한 이곳에 ‘해조(海藻)남’이라 불리는 연구가가 있다. 도쿄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 신칸센과 열차로 약 6시간이나 걸리지만 하코다테의 야경과 이국적인 경관을 보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바야시 다카노리(小林孝紀) 홋카이도 도립공업기술센터 연구주사는 ‘일본 중소기업의 맏형’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폐기 처분에 골머리를 앓았던 해조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드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비싼 처리비용을 지불하며 버려야 했던 해조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든다고 하니 각계의 관심이 뜨겁다.

“해조남이요…(웃음) 해조가 전공은 아니지만 그 말이 싫지는 않았어요”라며 그가 부끄러움과 기쁨이 섞인 미소 띤 얼굴로 머리를 긁적거린다. 우직하게 보이지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니 달변이다. 고분자화학이 전공인 그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년 가까이 홋카이도 도립공업기술센터에서 지역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기술적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든든한 맏형 같은 존재로 인기가 높다.

해조를 이용한 식물성 플라스틱 연구의 발단은 한 중소기업이 들고 온 고민 상담이었다. CO2 감축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바이오에탄올의 활용 가능성에 착안해 바이오마스(생물자원) 에너지 전반의 활용에 관한 정보 수집을 의뢰해온 것이다.

“방치된 해조에서 악취가 나는데, 버려진 해조를 활용할 방법이 없겠냐는 것이었지요.”

하코다테는 농업·수산업·낙농업 등 1차 산업이 중심을 이루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바다건 육지건 어디서나 가까이서 바이오마스를 얻을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었다. 해안선을 따라 고급 다시마 산지로도 유명한데, 다시마 중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부분이 연간 10만 t에 달한다.

“정기적으로 폐기 처리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게다가 여름에는 다시마의 생육을 방해하는 잡해조를 정기적으로 제거해야 하고 제거한 것을 방치하면 악취가 나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지요. 이것을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어요.”

다시마.
그는 퇴근 후 거의 매일같이 지역 기업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그 지역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찾기 위해서였다. 의견 수렴과 정보 수집을 마친 2007년, 현지 기업과 대학교, 공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공동연구회를 발족했다. 처음에는 현지 기업의 요구에 따라 바이오에너지 이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제조비용과 제조 시 투입되는 에너지에 비해 제조 후 연료로 사용되는 에너지 수지가 맞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해조는 육상식물과 달리 염분이 섞여 있는데다 수분 함량이 많아 바이오마스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까이는 홋카이도대학에서 멀리는 도쿄까지 전국의 각 분야 최첨단 연구가들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각 분야 연구가를 초빙해 2009년 드림팀을 결성할 수 있었다.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수립한 확고한 연구방향성 덕분에 공동연구팀을 결성한 지 2년여 만인 2011년, 세계 최초로 해조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소재 폴리유산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해조에서 추출해낸 재료.
그동안 식물성 플라스틱은 옥수수 등 곡물로 만들었는데 가격변동이 심했고, 식량을 사용하는 데 대한 저항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버려지는 해조로 만들어냈다고 하니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은 사용 후 잘 분해되지 않고 불에 태워서 소각 처리할 경우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그런데 식물성 플라스틱은 자연스럽게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해조에 들어 있는 섬유질 부분의 셀룰로이드와 점분 등을 효소로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들어, 포도당에 미생물인 유산균을 넣으면 유산이 나오는데 여기에 백금 등의 금속 촉매를 넣으면 유산이 서로 화학 결합해 폴리유산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설명을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해조에서 효소를 사용해 포도당을 만드는 제1단계와 포도당에 유산균을 넣어 유산을 만드는 제2단계를 따로따로 다른 용기에서 실행하면 유산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 포도당 생성에 한계가 있었다. 고민하다 착안한 것이 일본 전통술 ‘사케’ 양조법이었다. 쌀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그 포도당을 효모균이 먹으면서 알코올을 만드는 전통적인 발효방법을 응용해 다른 용기에서 해오던 두 가지 공정을 같은 용기에서 실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난관은 미생물, 효소, 고분자화학 등 전문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것을 조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일반 기업과 달리 다른 대학 소속의 연구자를 컨트롤하는 것은 쉽지 않아” 분야별로 연구자를 1명으로 한정해 분야 내 경쟁을 피하면서 대신 각자의 연구 내용을 멤버에게 모두 공개하는 연구체계를 구축했다.

또 하나의 장벽은 악취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 그동안 하코다테에서는 파래를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아 번식한 파래를 방치해두면 악취가 진동했다. 이번에는 그 민원을 해결해야 할 도립공업기술센터에서 파래 악취를 발생시켰다. 실험용으로 반입한 대량의 파래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악취였다.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요. 특별한 방법이 없어 양을 줄이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었지만요.(웃음)”

해조에는 염분이 들어 있는데, 발효 등에 사용하는 미생물과 박테리아는 염분을 싫어한다. 연구에 사용하는 기기류도 금속제품이 많아 염분으로 부식될 수 있는데, 이러한 장애를 제어하며 연구를 시작한 지 6년. “지금은 시험관에서 합성한 바이오마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는 의료용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용화되면 의료용 재료, 화장품 재료나 보습, 피부 피복재 등 활용 분야가 광범위하다.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현재 유산의 1kg당 생산 코스트는 650엔, 유산 1kg에서 플라스틱의 소재가 되는 폴리유산 800g을 생성할 수 있는데 그 비용은 2000엔 정도다. 그런데 폴리유산의 시장가격은 1kg에 수백엔이어서 비용이 3~4배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고가의 시약을 사용하는 등 실험성공을 위해 경주했지만, 앞으로는 실용화를 위해 채산성 문제를 해결해갈 생각입니다.”

그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중소기업과 연구자들의 신망이 두터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항상 현지 중소기업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생각한다. 홋카이도의 최대 제철소가 있었던 무로란의 철강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애향심이 무척 강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1주일에 3~4일은 중소기업 경영자나 기술자를 비롯해 다양한 모임에 참석해 의견을 교환하며, 항상 낮은 자세로 듣고 배움을 청한다. 듣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을 구체화해 고향에 돌려준다는 그는 아무리 바빠도 휴일에는 연구를 하지 않는다. 대신 하코다테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나 아마추어 밴드의 라이브에 스태프로 참가해 곡을 선곡하거나 효과음을 제작하는 음향감독의 업무를 전담한다. 음악과 음향이 취미이기도 하지만, 이벤트나 밴드를 지원하기 위해 스태프 등으로 참가하는 사람 가운데는 현지 중소기업 관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피드백하는 것이다. 현지 기업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세계 최초의 해조로 만든 식물성 플라스틱, 앞으로도 연구가와 중소기업의 상생효과가 기대된다.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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