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초등학교 때 먹었던 옛날 떡볶이 맛을 되살렸습니다

(주)국대 F&B 김상현 대표

4년 전, 대구광역시 지산동. 한 남자가 골목에 숨어서 몇 시간째 떡볶이 트럭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19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떡볶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맛집이었다. 남자 역시 몇 년 전 이곳의 떡볶이를 먹는 순간, 초등학교 시절의 향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늘고 매끈한 밀가루 떡,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떡볶이를 개구리 무늬를 닮은 네모난 녹색 접시에 담아주던 바로 그 맛이었다. 남자는 간절했다. 저 떡볶이 맛의 비결을 캐내 사업하면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쌓인 빚도 갚고, 실패를 거듭하던 사업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해가 지도록 남자는 골목에 숨어 있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찾아갔다. 첫 손님이었다.

“‘저 기억나세요?’ 하고 물었어요. 단골이었으니까 아실 거라고 생각했죠. 일언지하에 ‘아니’ 하세요. 막막했죠.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했어요. 제 사정을 말씀드리고 ‘저 할 수 있습니다. 도와주시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요. 거절하시더군요. 저 같은 사람이 많이 찾아왔는데, 가르쳐줘도 안 되고, 잘하는 것도 안 된다면서요. 세상이 정지된 기분이었어요. 오전 시간이라 햇볕이 쨍쨍한데 갈 데가 없는 거예요. 눈물이 나려는 걸 꾹꾹 누르고 다시 부탁드렸어요. ‘젊은 놈 하나 구해주십시오.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그 순간 그분이 제 눈을 빤히 보셨어요. 그리고 전화번호를 주셨어요.”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이야기다. 명칭 그대로 ‘국가대표’ 떡볶이를 표방하면서 ‘옛날 떡볶이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국대떡볶이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이화여대 앞에서 포장마차로 시작한 ‘국대떡볶이’는 2년 만에 80여 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업체가 됐다. 떡볶이, 오뎅, 순대, 우동, 튀김, 그리고 아이스케키가 메뉴의 전부인 이곳은 어렸을 적 먹던 길거리표 떡볶이 맛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을 구현하되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썼다. 김상현 대표는 3년 후, 대구에 있는 국대떡볶이 원조집을 다시 찾았다.

“저도 울고, 어머님도 우셨어요. ‘서울서 온 손님이 서울에 우리 집이랑 똑같은 맛을 내는 떡볶이집이 있다카대. 내 니가 성공한지 알았대이’라고 하시면서요. 머리가 많이 쇠셨더라고요. 마음이 짠했어요. ‘나 장사 그만할란다. 몸이 너무 안 좋다’ 하시더라고요.”

김 대표는 자신을 우뚝 서게 해준 그분을 위해 ‘보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쯤 모양새를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국대떡볶이를 시작하면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잃을 게 없었어요. 밑바닥이었으니까 딛고 일어서는 길밖에 없었죠. 빌린 돈을 다 갚고 일어서겠다는 생각만 했죠. 잘될 거라고 생각하면 잘된다고 생각해요. 데일 카네기, 나폴레옹 힐, 공병호 박사도 다 그런 말을 했어요. 힘 빼고 ‘나는 백만장자가 될 것이다. 나는 위대한 사업가가 될 것이다’라며 자기 암시를 끝없이 했죠. 저는 바보같이 무작정 믿어요. 안된다고 하면 슬프잖아요. 스펙도 안 좋은 놈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걱정만 하면 걱정하던 일이 진짜 터진다니까요?(웃음)”


김상현 대표는 체육대학에서 골프를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후 진로가 달라졌다. 군대에서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어릴 때 막연히 품었던 ‘위대한 사업가’의 꿈을 다시 꺼냈다. 무역업을 하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 세네카컬리지 입학허가서까지 받아둔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사업가적 기질은 일찍 발동이 걸렸다. 부모님께 받은 첫 학기 등록금으로 중고차를 샀다. 주류 구매대행 및 배달업을 하면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겨울에는 군고구마와 오방떡 장사도 했다. 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귀국해 본격적으로 의류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자이너를 고용해 직접 생산까지 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 탓에 서서히 망해갔다. 그는 “그릇이 너무 작았다. 청사진만 컸다”고 회상했다. 빚이 늘었고, 더 이상 손 벌릴 데가 없을 지경이 됐다. 이즈음 고향 대구에 있는 한 떡볶이집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빚을 다 갚는 데 1년이 걸렸어요. 돈 빌린 사람한테 하루에 1만원씩이라도 꼭 갚으면서 ‘미안하다, 언젠가 꼭 갚겠다’ 약속했어요. 어려서부터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거짓말은 안 하려고 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믿어주셨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저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국대떡볶이를 시작할 때에도 ‘사람’이라는 가치를 가장 우선시했어요.”


국대떡볶이 매장의 점원은 대부분 젊은 남자다. 소위 스타일 좋은 젊은 남자들이 빨간 제복을 입고, 빨간 두건을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기분 좋게 맞는다. 항간에는 ‘국대는 꽃미남 직원만 채용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에이, 아니에요. 80여 개 매장 중에서 여성 점주도 7~8분 계십니다. 너무 적은가요? 하하. 20~30대 여성 손님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젊은 남성 직원을 고용하면 마케팅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죠. 직원을 뽑을 때 학력, 이력 이런 거 거의 안 봐요. 바보같이 우직한 사람이 좋아요. 머리 안 쓰고 인성 좋은 사람, 예의 바르고 밝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면 됩니다.”

국대떡볶이의 떡볶이는 ‘기분 좋은 매운맛’이 난다. 고추장은 전혀 안 쓰고, 고춧가루만으로 매운맛을 낸다고 한다. 매운맛은 국내산 청양고추, 빨간색은 국내산 영양고추를 쓰는데, 청양고추만으로 매운맛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베트남 고추(일명 땡초)도 넣는다. 김 대표는 “새로운 맛을 내는 게 아니라 19년 동안 대구에서 사랑받은 옛날 떡볶이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대떡볶이 매장 곳곳에는 김 대표의 철학과 손길이 묻어 있다. 사명은 그가 직접 지었고, 사명의 서체는 그가 인사동 필방을 다니면서 받았다. 여러 곳에서 써달라고 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서체를 골랐다고 한다. “자네 집에 밥 잡수시러 오시는 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이여”로 시작하는 장일순 선생의 글 역시 그가 고른 글귀이고, 매장마다 궁서체로 쓰여 있는 일곱 가지 ‘올리는 말씀’ 또한 그가 직접 썼다. ‘저희 국대떡볶이는 하늘이 두 쪽 나도 튀김용 기름은 매일 새 기름을 사용합니다’ 등 김 대표의 유머러스한 말투가 그대로 느껴진다.

“사람들이 저더러 ‘국대, 국대’ 하고 불러요.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죠. ‘왜 김상현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김국대라고 하지?’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고 고마워요. 제 인생과 스타일, 가치관이 국대떡볶이와 비슷해요. 무엇보다 만만하잖아요. 떡볶이만큼 만만하고 소탈한 음식도 드물잖아요. 맛없어도 덜 속상하고 문턱 낮은 음식으로 떡볶이만한 게 또 있나요?”

그는 “사랑받는 회사, 인간애가 살아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며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말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대신했다.

“인간애를 잃지 않으면서 최고 수익을 낸다는 건 이상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도 나는 그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다. 스타벅스와 내가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때에도.”

사진 : 김선아
  • 2012년 04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