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하모니카대회 석권한 젊은 연주자 박종성

“하모니카를 불 때 가장 행복해요”

몸집은 작지만 다양한 음색을 가진 하모니카는 클래식, 팝, 국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분위기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주가 가능하다. 솔로, 앙상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연주 형태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악기치고는 워낙 작고 흔해 악기로서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하모니카가 한 젊은 연주자에 의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인 최초로 전 세계 주요 대회를 석권한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26)이 그 주인공. 전 세계 하모니카계가 ‘차세대 주자’로 점찍고 있는 그는 뛰어난 연주에 작곡 실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음악인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 그는 작은 가방을 품에 안고 약속장소에 들어섰다. 그것이 하모니카 가방이라는 것을 그가 지퍼를 연 후에야 알았다. 칸칸이 나뉜 가방에는 여러 대의 하모니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미니 하모니카도 보였다. 신기해하자 그는 “이렇게 작아 보여도 음이 다 들어가 있다”며 즉석에서 간단한 곡을 연주했다.

“하모니카는 크게 트레몰로와 크로매틱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트레몰로예요. 쉽게 말해 피아노의 흰건반만 들어 있는 형태라 검은건반의 음까지 연주하려면 두 개가 필요합니다.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피아노 연주를 입으로 하는 셈인데, 독주 때 주로 쓰이죠. 크로매틱은 옆에 버튼이 달려 있어서 이걸로 음을 조절하면 하나의 하모니카로 흰건반과 검은건반 연주를 동시에 할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음색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 다른 악기랑 협연할 때 유용해요. 클래식, 가요, 팝, 록, 탱고, 국악, 세계 민속음악 등 어느 음악에나 잘 어울린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이건 다이아토닉, 일명 ‘블루스 하모니카’라고 하는데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 소리 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투박하고 강렬한 사운드가 무척 매력적이라 블루스나 재즈에 잘 어울려요.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악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음색이나 연주법, 원리, 호흡법이 다 달라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저는 다 좋아해요. 요즘은 협연 기회가 많아 크로매틱을 더 많이 불고 있지만요.”

가방을 구경하다 “하모니카 종류가 이렇게 많으냐?”고 한마디 툭 던졌을 뿐인데, 그는 많은 이야기를 술술 쏟아냈다. 하모니카를 설명하는 그의 눈빛은 반짝였고, 얼굴에는 활기가 돌았다. 하모니카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가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초등학교 3학년 때 외할머니에게 하모니카를 선물 받아 서랍에 모셔 둔 지 3년 만이었다. 피아노 레슨을 하던 어머니는 그에게 일찌감치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여러 악기를 접하게 했지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자 하모니카를 권한 것이다. 큰 기대 없이 집 근처 문화센터를 찾은 소년 박종성은 그곳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어떤 악기에서도 듣지 못했던 ‘예쁜 소리’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하모니카 음색에 푹 빠진 그는 열심히 하모니카를 불었다. 게다가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최광규 선생)은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더 신나게 연습했어요. 1년 과정을 마친 후에는 레슨비도 받지 않고 무료로 지도해주셨죠. 그러다 중학교 1학년 가을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지방으로 이사하게 됐어요.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방학 때마다 선생님 댁으로 저를 불러 며칠씩 지내게 하며 하모니카를 가르쳐주셨죠. 제게는 단순한 문화센터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그런 분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2002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청소년하모니카대회에 출전을 권한 것도 스승이었다. 경비를 마련할 길 없는 제자를 위해 스승은 사비를 털었다. 그 대회에서 박종성은 한국인 솔리스트로는 처음으로 금상을 수상하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

“선생님이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하모니카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훌륭한 연주자가 되어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야겠다고요. 그 대회에서 처음 접한, 세계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이와사키 시게아키 선생의 연주도 진로를 결정하는 데 한몫했지요. 부축을 받아 입·퇴장해야 할 정도로 고령인데도 하모니카 연주만큼은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하모니카로 이런 울림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고, ‘나도 저런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하모니카 전공으로 대학 입학

그 대회 이후 그는 ‘한국인 최초’라는 기록을 이어나갔다. 2008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하모니카대회’ 때는 독주·듀오·앙상블 부문에서 모두 입상해 3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2009년 독일에서 열린, ‘하모니카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하모니카대회’에서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전통적인 하모니카 강국 일본이 주최한 ‘전일본 하모니카 대회’에서 역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심사위원이자 세계적인 크로매틱 하모니카 연주자 와타니 야수오는 그의 연주를 들은 뒤 “새 시대를 짊어질 대스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하모니카 전공으로 대학(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07학번)에 입학한 것도 국내에서는 그가 처음이었다. 비주류 악기 전공자임에도 2011년 졸업 때는 당당히 단과대 수석을 차지해 총장상까지 받았다. 그는 “하모니카로도 어떤 수업이든 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내가 뒤처지는 것은 곧 하모니카가 뒤처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하모니카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은 전문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자작곡을 수록한 앨범 도 발표했고, 지난 1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크고 작은 무대가 많아 늘 바쁘지만 그는 무대에 설 때가, 하모니카를 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작곡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악기들을 위해 만든 곡을 하모니카용으로 편곡해서 쓰곤 했는데, 그 반대의 경우를 만들고 싶어요. 카네기홀 같은 유명한 무대에도 서고 싶고, 그런 큰 무대에서 하모니카로 국악도 연주해보고 싶고, 하모니카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제 진짜 꿈은 오랫동안 ‘행복한 연주자’로 남고 싶어요.”

좋은 스승을 만나 행복하게 하모니카를 불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전문 연주자의 길로 이어진 것처럼 그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무대에 서려 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연주할 때, 그 기운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고 그는 믿기 때문이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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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7080~♡   ( 2016-11-23 ) 찬성 : 14 반대 : 17
언제 또 볼수있을가요
 기다려집나다
  8487   ( 2016-11-23 ) 찬성 : 18 반대 : 29
훌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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