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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을 바탕으로 세계인이 공감할 월드뮤직 만듭니다

데뷔 15년 기념 공연 여는 월드뮤직 그룹 공명

피리·대금·타악기 등 국악기를 전공한 남성 연주자 4인방이 큰 뜻을 품고 만든 월드뮤직 그룹 공명. 그들은 우리 음악이 가장 아름답다거나 우리 음악만이 최고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고유의 음악 어법에 제3세계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민속 음악을 적절히 배합한다. 이것이 공명이 바라는 월드뮤직의 정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 그것이 예술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왼쪽부터 박승원, 송경근, 임용주, 강선일.
올해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월드뮤직 그룹 공명(이하 공명)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수 국악 연주 단체 중 하나다. 정통 국악만을 연주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퓨전 국악 혹은 창작 국악 등 우리 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연주 단체 중에서는 독보적인 경우라는 이야기다. 1년에 한두 차례 공연을 열며, 형식상 단체를 꾸려왔거나 반짝하고 떠올랐다 사라지는 경우와 다르다. 해가 지날수록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연주 단체로서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러한 성과는 연주 횟수로 가늠해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공명은 매년 6~7회의 정기 공연을 포함해 수십 차례의 국내 공연과 해외 공연을 꾸준히 열고 있다.

오는 5월 12~13일에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여는 데뷔 15주년 기념 공연과 2012 런던올림픽 축하 공연 준비로 분주한 공명을 만났다. 단원들이 두어 달 전 새로 마련한 천호동의 지하 연습실에는 북이며 꽹과리・징 등 국악기와 신기한 형태의 이름 모를 악기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팀을 짜서 교내 연주회에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음대에 다니면 학교에서 연주할 일이 많거든요. 순식간에 선후배 7명이 모여서 ‘공명’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연주했어요. 그 후로 마음이 맞는 동기들과 장난삼아 한번 팀을 꾸려볼까 하다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고민하던 중에 팀 이름은 공명이 좋겠다 싶었습니다.”(박승원)

이것이 당시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 동기였던 피리 전공 박승원(38), 대금 전공 송경근(38), 타악기 전공인 강선일(38)과 조민수(38)씨가 1997년 말 공명을 창단하게 된 사연이다. 강선일씨는 “젊은 혈기에 국악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의지도 강했고, 공연 중에 파격적인 시도도 많이 했다”며 껄껄 웃었다. 국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한복을 곱게 차려입어야 하는 방식도 바꿔보고 싶었다고 했다.

“레게 파마하고 피리 불고, 찢어진 옷 입고 양금 치고 그랬습니다. ‘국악계의 이단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결혼도 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렇게는 못하고 있지만요. 어떻게든 튀고 싶은 마음보다는 국악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강선일)


공명 단원들은 15년 전 일을 모두 꺼내놓으려는 듯 열심히 설명했다. ‘공명’은 그들이 새로 개발한 악기 이름이기도 하다.

“북은 가죽과 테두리로 구성되는데, 보통 오동나무로 테두리를 만듭니다. 그런데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오동나무 테두리가 상하더라고요. 이런 점을 보완하려고 대나무를 달아서 쓰기 위해 북에 대나무를 설치했어요. 그리고 남은 대나무 조각들을 장난삼아 세웠는데, ‘통통’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걸 연주에 활용했죠.”(강선일)

공명의 음악적 색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악기, 공명은 북의 테두리를 수리하다 우연히 발명하게 됐다 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그들은 악기 공명을 편경처럼 음정을 갖는 악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마치 실로폰처럼 두드려 음정을 내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난 후 어느 정도 음정은 맞출 수 있었지만, 대나무의 특성상 쪼개지는 일이 많았다. 그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악기 만드는 장인을 직접 찾아가 소금물에 대나무 삶는 방법, 건조하는 방법 등 재료 다루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공명이 무려 15년간 큰 문제없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던 비결 중 하나는 단원들끼리 다니는 여행에서도 찾을 수 있다. 큰 연주회나 해외 공연, 앨범 작업 등 바쁜 일정을 마친 후에는 이곳저곳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여행지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위드 시(With Sea)’다. 바다를 보며 떠오른 공명만의 음악이 기타와 양금으로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다.

“음악적 의견이 다를 때가 더 많습니다.(웃음) 창단 초기에는 서로의 의견을 고집하면서 싸운 적도 많았죠.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더라고요. 음악적인 부분이든 그 외 부분이든 마음이 맞지 않을 때는 그저 기다립니다. 이것이 저희가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박승용)

현재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주 5일제로 근무한다. 오전 10시 연습실에 출근해 각자가 해야 할 음악 작업이나 음악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식이다. 임용주씨는 “밥 먹고 수다 떠는 일이 전부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이렇듯 규칙적인 연습과 회의는 공명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임용주(31)씨는 2년 전 조민수씨와 바통 터치 후 공명에서 활동 중이다.

“장르에 관계없이 연주자가 무대에 서는 일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극장에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줄고, 새롭게 떠오르는 연주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으니까요.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연주자가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만 달라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송경근)

공명의 창작 악기
미국・프랑스・벨기에・노르웨이・스웨덴・인도・영국 등 공명은 지금까지 35개국에서 80차례 이상 공연을 했다. 모두 초청에 의한 것으로, 박승원씨는 “처음 해외 공연 제의를 받았을 때도 최소한의 개런티를 요청했다”고 했다. 주최 측에서 연주 기회와 함께 비행기와 숙소를 제공한다고 해서 공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하는 것은 멀리 내다볼 때 결코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공명의 최대 개런티가 궁금했지만, 단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각 나라의 전통음악은 확실한 색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단체라면 해외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단골로 초대되는 일이 많아요. 저희도 그런 경우였고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설자리가 점점 줄고 있어요. 특별히 해외 활동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고민하고 연구한 음악을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러던 중 세계의 음악을 우리가 흡수하자는 월드뮤직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강선일)

그들은 해외 공연을 다닐 때마다 그 나라의 민속악기를 구입하는데, 이렇게 수집한 악기들은 대금과 피리・양금 등 국악기와 합주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월드뮤직이라는 것. 앞으로 그들은 연주 활동 이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타악 교육, 봉사 활동 등의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 음악 어법은 어느 정도 약속을 통해 연주자들이 개인의 감성이나 기량을 많이 발휘하는 독주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고, 이어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다시 풀어주는 식으로요. 이런 특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야죠.”(송경근)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들은 “음악 대신 돈 버는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또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걸어갈 길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기에 “배고픈 음악가”로 살아도 좋다고 했다.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국악을 전공했다”는 그들은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 팔자라는 푸념도 덧붙였다.

사진 : 하지영
사진제공 : 월드뮤직 그룹 공명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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