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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게 반짝이는 새 별, 스마트 스타 고아라

요새 등장하는 TV CF 속 질문을 인용해보자. 스마트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배우 고아라(22)에게는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잘 아는 것일 테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같아지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반올림〉이 배우로서의 운명을 결정지은 작품이었죠. 그렇지만 제가 가야 하는 길이 맞나, 잘 가고 있나라는 의문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어요. 이제야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올 초 연이어 개봉한 영화 〈페이스메이커〉와 〈파파〉는 고아라에게 연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그녀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라는 사실을 팬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증명한 작품이 됐다. 스물두 살 여배우는 열세 살에 출연한 드라마(〈반올림〉)를 ‘운명’이었다고 했고, 20대 초반 1년을 보낸 두 작품을 ‘확신’이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겨울 추위가 매서운 지난 1월 만난 고아라는 어느 질문에나 주저 없이 막힘없이 대답하는 씩씩한 젊은이였고, 정제된 단어와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영리한 여배우였다. 편견을 갖고 보자면 여지없이 강남 출신일 듯한 이 도회적이고 세련된 여배우는 인터뷰 장소인 서울 삼청동 카페의 소박한 한옥과도 썩 잘 어울렸다.



‘미녀새’에서 ‘가수 지망생’까지, 다재다능 고아라

영화 〈페이스메이커〉에서 고아라가 맡은 역은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의 국가대표 육상선수다. 극중 ‘미녀새’로 불리며 ‘국민 요정’으로 각광받는 스포츠 스타다. 말하자면 육상계의 김연아와 같은 존재. 고아라는 무거운 장대를 감당하기 위해 5㎏이나 체중을 늘렸고, 10㎏짜리 덤벨을 들면서 근육도 키웠다. “마른 몸이 단점이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근육과 탄력이 많이 붙었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지난해 〈페이스메이커〉 촬영에 이어 쉴 틈 없이 애틀란타로 날아갔다. 〈파파〉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버린 매니저 춘섭(박용우)과 인종・피부색이 다른 다섯 동생을 거둬 먹이기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준(고아라)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다. 서로 필요에 의해 가족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극중 고아라는 동생들을 위해 상금을 목표로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여기서 고아라는 아이돌 그룹 멤버 이상의 뛰어난 노래와 파워풀한 춤 실력도 보여줬다. 특히 가창 장면에선 숨어 있는 가수에 의한 ‘목소리 대역’의 더빙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고아라는 영화에서 작곡가 김형석이 영화를 위해 작곡한 세 곡과 기존 가스펠송 한 곡을 부른다. 가스펠송에선 솔(soul)풍 노래 특유의 꺾임과 고음 처리가 돋보이고, 다른 곡에선 상큼하고 여성적인 보컬 색깔을 드러낸다. 극중에선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대목도 있다. 영화에선 다른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입혀졌지만 촬영 때에는 직접 코드를 잡았다.

춤과 노래도 대단하지만, 영화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고아라의 자연스러운 영어 연기다. 고아라는 이번 작품에서 한국어 대사는 거의 없이 오로지 영어로만 화내고 절규하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다른 한국 배우들이 보통 영어로 대사를 할 경우 외국어 구사에만 급급한 것과는 달리 고아라는 감정까지 온전하게 실어낸다.

“영어는 어머니께서 다섯 살 때부터 가르치셨어요. 그래도 영어는 사투리도 많고 똑같은 문장이나 대사도 발음과 억양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감정을 실어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죠. 두 달간 미국에서 촬영했던 게 문화와 분위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됐어요. 노래는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김형석 작곡가께서 하면서 느는 애는 처음 봤다고 하시더군요. 하하. 기타도 가장 어렵다는 F코드부터 스파르타식으로 배웠고, 춤까지 임무 수행하듯 준비했어요.”

외국어는 일본어도 능통하다. 한국 영화로는 〈페이스메이커〉와 〈파파〉가 데뷔작이나 다름없지만 이미 10대 시절 일본 영화 〈푸른 늑대〉 〈스바루〉 등에 출연해 출중한 일본어 실력을 뽐냈다.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외국어면 외국어. 이 여배우, 참 다재다능하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소녀, 운명을 만나다

춤과 노래를 잘하는 비결도 있다. 고아라는 중학교 시절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되자마자 몇 개월 후 오디션을 거쳐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하면서 일약 아역 스타로 떠올랐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던 그는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잠시 3인조 소녀그룹으로 춤, 노래 훈련을 받았다. 소속사는 연예계 최고의 파워군단이고, 고아라는 아역스타로 출발해 외국어에도 능통하며 몸매도 빼어나다. 연예계의 엘리트라고도 할 수 있고 여간해선 뼛속까지 ‘강남내기’일 것 같지만 그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전남 광주에서 자랐고 중학교 때에야 서울로 전학왔다.

“설에는 친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서 사촌들이랑 대가족들이 모여서 윷놀이도 하고 여름이면 계곡에서도 놀았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외국어에 능통하지만 지금도 초・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통화할 때면 불현듯 경상도・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올 만큼 옛 정서를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스타이기도 하다.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존경 또한 각별하다. 잇따른 영화 촬영에서 육체적・기술적 단련이 필요한 작업이 계속돼 긴장과 부담이 컸고 힘들었다. 그때마다 아버지께서 “어떤 일이 닥치든 즐기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 딸 아라”라고 응원해준 것이 버팀목이 됐다며 고아라는 활짝 웃었다. 국어 선생님이었던 엄마는 늘 길잡이가 되고 후원자가 돼주시는 멘토이자 고아라 자신을 위해 뛰어주는 1등 ‘페이스메이커’로 꼽았다. 고아라는 10대 초반부터 배우로서, 연예계 스타로서 살아왔다. 보통의 청소년과는 생활이 달랐을 것이다. 아쉬움은 없었을까.

“어릴 때부터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했지만 배우로 활동하며 일종의 사회 경험을 이른 나이에 해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돼왔죠. 이제 20대가 됐지만 나이를 자각하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더욱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지난해 미국에서 촬영하는 바람에 학교(중앙대 연극영화 전공)를 휴학했거든요. 저 학교 다닐 때는 꽤 열심히 했거든요. 일본에서 촬영할 때도 현지에서 리포트를 써서 제출하기도 했고요, 여름학기 수업도 들었어요. 첫 학기 초반에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어요. 출석률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요새는 연예활동 한다고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을 봐주지 않는 분위기예요. 좋을 때는 학점도 잘 받았어요. 지금까지 6학기를 마쳤는데 올해 1학기는 꼭 다시 등록해서 열심히 다닐 생각이에요.”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보니 일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특별한 의사를 갖거나 선택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작품 선택이나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고아라는 대학에 입학해 학업에 집중하면서 작품 활동에선 1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다른 스무 살 무렵 젊은이들이 그렇듯 고아라도 똑 부러지게 이거다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살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놓아줄 수 있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른 취미를 하나 갖게 됐다. 그림 그리기다.

하정우・김혜수・원빈 등 다른 선배 배우들이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도 받았다. 전문적인 교습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좋아하고 직접 그리기도 하는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다. 고아라는 “먼 훗날 기회가 된다면 노래나 그림으로도 내가 가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 끝에 “내 그림은 주로 ‘추상화’”라고 덧붙였다.

임진년 새해, 스물두 살이 된 고아라는 꿈도 많고 욕심도 많다.

“영화배우로 상도 받고, 연애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학교에서 공부도 잘했으면 하고요. 다양한 경험을 다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도 사극, 멜로, 액션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거예요.”

몇 년간 주연급 기대주들에 목말랐던 한국 영화계에선 지난해 〈완득이〉의 유아인, 〈고지전〉의 이제훈, 〈티끌 모아 로맨스〉의 송중기 등 20대 초중반의 차세대 스타들이 떠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비슷한 또래의 여배우 중에선 주연급 스타가 여전히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다재다능한 여배우, 고아라의 활약이 더욱 반갑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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