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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만의 형상을 만들고 싶다

[이진숙이 만난 우리 시대 미술가] 조각가 김병호

김병호
1974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상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송은아트스페이스, 아라리오갤러리, 소마미술관, 터치아트갤러리, 프랑크푸르트시 문화부 등에서 8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포항시립미술관, 아틀리에프랑크푸르트 갤러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일민미술관, 금호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갤러리, 비트폼갤러리,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포스코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전시장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프랑크푸르트시 문화부, 프랑스 낭트의 멜라니리오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포스코건설, 흥국생명 등에 소장되어 있다.
조각은 단단한 몸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림자로 또한 소리로도 존재할 수 있다. 2011년 말까지 서울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조각가 김병호의 작품은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준다. 2층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 〈방사형의 분출 Radial Eruption〉은 끝이 긴 많은 나팔들이 직립하여 꽃처럼 솟아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팔 모양은 꽃을 닮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소리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작품의 완벽한 조형감각도 훌륭하지만, 설치방식 자체도 예술이다. 조명을 받은 작품은 비대칭의 섬세한 그림자를 바닥에 뿌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듯한 그림자와 나팔의 끝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리가 더해져 움직이지 않는 조각이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념은 거창하지만 거친 마무리를 개의치 않는 많은 현대 미술품과 비교해보면, 김병호의 작품은 확실히 정교함과 장인적인 완벽함이 돋보인다. 낯선 형상들이지만 불편하지 않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이유다.

“내 작품의 핵심은 확장성이다”라고 그가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오랫동안 탐색하고 더듬어온 사람 특유의 간결한 어법이다. 조각과 음악, 물질과 비물질, 예술작품과 산업제품 등 두 대립항 사이에 김병호의 작품은 존재하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김병호 하면 많은 사람이 ‘사운드 아트Sound Art’라는 용어를 떠올린다. 그는 알루미늄이나 철 등 금속 소재 조각작품에 소리를 내는 장치를 설치하여 소리를 내는 작업을 해왔다. 다양한 파장의 소리가 나게 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 말을 마치 사운드(소리/음악)를 추구하는 미술을 하는 작가로 그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는 소리를 최소화해서 사용한다. 그가 사용하는 소리는 음악적인 것이 아니라 소리 혹은 소음의 기본 단위로, 어떤 감정도 싣지 않은 소리 단위의 연속체일 뿐이다.

Sounds From The Sky_MelanieRio Galerie, Nantes, France, 2009
그의 관심사는 다양한 영상 매체가 존재하는 21세기적인 상황에서 조각의 새로운 방식,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는 예술인 조각에 보이지 않는 청각적인 요소를 결부시켜 작업을 완성하거나, 빛의 움직임, 에너지나 파장과 같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가시화하려고 노력해왔다. 〈부유하는 공간〉 〈부유하는 빛〉 같은 초기 작품은 “공간과 사운드, 빛의 움직임, 중력과 그 반작용을 자석을 이용해서 당기고 미는 힘 사이에 존재하는 날카로운 순간의 에너지들이 산란되는 장면”을 포착하려고 한 것이다. 또 〈그들의 꽃〉은 현대사회의 인간의 욕망을 식물적 증식으로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samcheong, 2011
인터뷰가 있던 날 작가 김병호의 오전 스케줄은 청계천에서 함께 작업하는 엔지니어들과의 미팅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문단이자 그의 구상을 물리적으로 실현해주는 사람들인데, 벌써 6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이제는 호흡이 척척 맞는 좋은 파트너들이 되었지만, 처음 엔지니어들을 만났을 때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를 못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김병호는 협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작가는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도면 같은 드로잉을 하고, 전문가들이 도면에 따라 작품을 완성한다. 이 과정은 철저히 세분화・전문화되어 있어 일반 제품의 생산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는 기꺼이 자신의 작품이 “제품”같아 보이길 원한다고 했다. 예술 창작을 예술가 개인의 숭고한 창작과정으로 신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상품생산 시스템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과정을 반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디테일의 완벽함, 깔끔한 마감, 세련된 카탈로그 등 그의 작업은 상품의 매혹적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제품은 생활상에서 사용되기 위한 실용성을 가지지만 작품은 아무런 실용성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사회의 구조와 체계를 반영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기존의 미술작품들이 인간의 영혼, 정신 등 유심론적인 철학에 주목하고자 했다면, 김병호는 시야를 확장해서 사회경제적인 구조를 통째로 드러내려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판화로 대학원까지 마쳤다.

“미술을 하고 싶어서 미대를 간 것이지 판화를 위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내가 추구한 것은 미술 자체였다. 현대적인 미디어를 재료로 예술과 결합시키는 것이 나의 관심사였다.” 그는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상공학을 다시 공부하며 자신의 언어를 넓혀나갔다. 새로운 미디어를 기존의 조각작품에 적용하는 그의 작업은 ‘융합’이라는 현대사회의 주요한 화두에 닿아 있었다. 2005년 첫 개인전 이래 그의 작품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포스코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포스코 스틸아트 어워드에 본선 작가로, 2008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신진 예술가 지원 작가로 선정되었다. 2009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시 문화부에서 주최하는 국제교환 작가로 초빙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프랑스 낭트의 멜라니리오갤러리 앞마당에 나팔 모양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고풍스러운 주변 건물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등 중요한 현대미술 전시에 초대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업을 할 때는 김병호만의 분명한 원칙이 있다. 미디어를 이용해서 조각・미술의 언어를 확대하고자 하지만, 그는 분명히 조각가다. 현대의 설치미술은 비영구적이고 일시적인 재료,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오브제를 사용해서 보존성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화석으로 발견될 수 있는” 견고한 예술작품, 견고한 조각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금속 재료를 쓰면서 순수 재료, 재료의 본질성과 영구성에 대해 늘 생각한다. 금속의 재료도 새롭게 해석한다. 깔끔하고 세련된 조형성을 자랑하는 작품 〈논리적 개입Logical Intervention〉이라는 작품에 쓰인 재료는 양백(german silver)이라는 금속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니라 고가구의 경첩에 쓰이는 금속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재료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Irreversible Damage_anodizing on aluminum, piezo, arduino, 200×180×80cm, 2011
“음악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커스텀custom’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만의 고유한 악기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세상에 없는 형상, 나만의 형상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디자인에서는 기능을 위해 형상이 정해지지만, 나는 기능의 제한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애매한 기능, 애매한 형상을 가진 것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새로운 형식일 가능성이 높다.”

Soft Crash_aluminum, piezo, arduino, 330×330×165(d)cm, 2011


Logical Intervention_german silver, 180×42×17(d)cm, 2011
조각가 김병호가 보여주는 형상은 분명 새로운 것들이었다. 무언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꼭 그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추상적이면서도 새로운 형상들이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지 너무 기대가 된다. 무언가 새로운 기능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들어갈 수 있다”고 젊은 작가는 자신감에 차서 말한다. 2012년에는 여의도에 신축되는 IFC 서울 건물 중정에 김병호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높이 6m, 길이 14m의 대형 작품은 여의도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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