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피스크래프트 대표

내가 만든 보드게임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즐겁게 할 거예요

탁자(board)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의 보드게임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다.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짧은 시간에 게임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인 체스, 그 외에도 장기, 트럼프, 부루마블 등 한번쯤 여럿이 둘러앉아 해본 놀이들일 것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게임은 약 500종류에 이르며 보드게임의 원조라 불리는 유럽에서 유래한 것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보드게임을 직접 개발하면서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게임을 출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자이너 에디션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이가 있다. 보드게임 제작자인 피스크래프트(Piece Craft)의 김형렬 대표다.

피스크래프트는 ‘함께 만들고 즐기는 것’을 모토로 하는 보드게임 제작 회사다. 카드게임, 말과 주사위를 이용한 보드게임,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게임을 제작한다. 피스크래프트에서는 ‘함께 만들기’를 통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다.

“자신만의 게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죠. 아이디어가 뛰어나면 게임 디자이너로서 저희와 함께 보드게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국내 보드게임 시장은 수요가 적기 때문에 대량생산하기 힘들다.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수익을 맞추려면 대량생산으로 가능한 한 단가를 낮추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국내 보드게임은 수요가 많은 교육용 시장에 편중돼 있다.

“피스크래프트는 취미용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곳으로, 수요와 공급에서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육용 게임에 비해 취미용 게임은 시장이 크지 않기에, 정식으로 제품을 내놓는 데에는 리스크가 많이 따르죠. 많은 제품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기획한 것이 프로젝트입니다. 디자이너의 개성이 살아 있는, 재미있는 게임을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딱지치기, 구슬치기, 카드게임, 비디오 게임 등 게임을 워낙 좋아했던 그는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보드게임을 만들어 사촌동생,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을 정도였다. 중학교 때 16비트 컴퓨터가 나오자 어렴풋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그는 게임 개발을 할지 회사에 취직할지 고민하다 LG전자에 입사해 휴대전화 단말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다.

“처음엔 재미있게 일했는데 새로운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면서 원래 하고자 했던 게임이 생각났어요.”

그는 틈틈이 디자인해둔 보드게임을 몇 군데 회사에 보냈는데, 매번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사실 창업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만든 게임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하게 됐지요.”

아스루스
아스루스(ASRUS)는 Astro-Ludus의 약자로, ‘별들의 게임’이라는 의미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행동’을 통한 게임 진행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보드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자신의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순서에 따른 이익, 불리가 존재하며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전략을 취하는 등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스루스는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행동을 취함으로써 상대방의 전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인 요소와 긴장감을 높여주어 게임을 흥미 있게 즐길 수 있다.
대기업을 뛰쳐나와 험난한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그를 부모님과 주위에서는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자신과 같은 꿈과 열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혼자 시작했지만, 전시회에 참여하고 디자이너 에디션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게임을 제작할 때마다 지원군은 점점 늘어났다. 요즘은 매번 프로젝트식으로 모여 작업한다.

그는 2010 보드게임 창작 활성화 공모전에서 두 번째 게임인 ‘피겨 그랑프리’로 자유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피겨스케이트라는 독특한 소재의 보드게임으로 상품성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평소 피겨에 관심이 많았어요.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이기도 했고요. 물론 피겨스케이팅이 대중성 있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 후 독일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보드게임 전시회인 슈필 2010(Spiel 2010)에 참가했고, 2011년 10월에는 한중 게임축제에 초청받았다.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면서 ‘내가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는 게임과 인생은 비슷한 것 같다면서 “게임은 일정한 룰이 있고, 각자 나름대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해요. 이기고 지는 순간이 계속 이어지고요. 게임은 계속되고,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게 우리 인생을 보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을 즐기는 거예요. 그 게임에 혹은 인생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죠.”

피겨 그랑프리
피겨 그랑프리는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세계 최초의 보드게임이다. 실제 피겨 룰을 게임에 적용해 마치 대회에 참가한 듯한 생생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플레이어 간의 유기적인 인터 액션과 더불어 역동적인 일러스트와 고급 콤포넌트가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가 보드게임 개발에 있어 주력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또 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재미요. 그리고 오리지널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국내 보드게임시장은 작지만 세계적으로는 엄청나거든요. 그 게임들 틈바구니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독창성과 테마 자체도 신선해야 하고, 게임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그림의 질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국내에서는 보드게임이 교육용으로 돌아서고 있는 추세인데, 취미용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그에게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사업적인 면에서는 재미있는 게임보다는 잘 팔리는 게임을 만드는 게 맞겠지만 전 회사의 아이텐티티를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장기적으로 그렇게 발전시키고 싶어요. 게임이 재미있어 이 일을 시작했고, 이 일을 계속하려면 계속 흥미를 가져야 하지요. 아직까지는 교육 쪽보다는 취미용 보드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보드게임의 매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게임이 매개체가 되어 사람들이 어울리고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제가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또 게임을 개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 낙천, 긍정’이 자신의 삶의 모토라는 그는 해맑은 표정으로 “보드게임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꿈”이라며 “허황된 소리 같지만 전 세계 사람에게 제 게임을 즐기게 하고 싶습니다. 사업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고요. 많은 사람들이 제가 만든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즐겼으면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한다.

사진 : 김선아

▣ 인터뷰 후기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 사진기자, 김형렬 대표 이렇게 셋이서 디자이너 에디션 게임을 함께 했다. 신개념의 동물 레이싱 게임인 로얄터틀과 12궁도 테마의 충돌을 피해 목적지인 별까지 안전하게 탐험하는 아스루스 별자리 탐험 게임이었다. 처음 게임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눈치싸움과 심리전이 난무하는 카드게임을 한 게임, 두 게임 하는 사이 스튜디오 안은 화기애애해졌다. 외국에서는 게임 개발자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도 많다고 한다. 게임에 피스크래프트의 마스코트 그림이 그려진 사인을 받았다. 휴대하기 편한 카드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
  • 201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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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현승   ( 2012-01-31 )    수정   삭제 찬성 : 76 반대 : 77
형렬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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