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공익 추구할 사업 아이템 찾던 대학생들,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개발하다

취업보다 창업에 뜻을 두었던 4명의 젊은이가 제조업, 그것도 쓰레기통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권순범 대표(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를 비롯해 이성구(고려대 경영학과 졸업)·이승재(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구종현(서울대 경영학과)씨 등 이큐브랩을 만든 4명이 그 주인공. 1년 남짓 준비한 끝에 최근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을 선보인 이들은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기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큐브랩이 2011년 11월 출시한 쓰레기통 ‘스마트 빈’은 디자인과 컬러감이 눈에 띌 뿐 겉보기엔 평범한 쓰레기통이다. 하지만 이름처럼 그 안에는 ‘똑똑한’ 기술이 숨어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쓰레기통이 꽉 차면 센서가 작동하고, 이때 상단에서 300~400kg의 압력을 가하며 쓰레기 부피를 최대 5분의 1까지 압축한다. 에너지원은 상부에 부착한 집열판을 통해 모은 태양광이다. 더 이상 압축되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가 차면 빨간불이 들어온다. 환경미화원들은 꽉 찬 쓰레기통만 선별해 수거할 수 있어 불필요한 출동을 줄일 수 있고 비었을 때는 초록색, 반쯤 찼을 때는 노란색 불로 바뀌어 쓰레기통에 담긴 쓰레기 양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권순범 대표는 “쓰레기 수거 차량 운행 횟수가 10% 줄어들면 연간 약 1000t의 이산화탄소가 감소된다”며, “서울시의 5000여 개 쓰레기통을 압축 쓰레기통으로 바꾸면 20% 이상 운행 횟수가 줄어들고, 이는 나무 15만 그루를 심은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라고 설명했다. 쓰레기통에 IT 기술을 접목해 센서로 측정한 쓰레기 잔량과 작동 정보를 3G망을 통해 중앙 관리 서버로 전송하는 것도 특징. 관리자들은 전송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수거 주기와 최단 경로를 확인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가격은 대당 150만~200만원선으로 50만원대인 기존 쓰레기통과 비교하면 비싸다. 하지만 “최대한 압축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5배 정도 더 담을 수 있어 효율적이고, 운영비 절감 등의 효과로 설치 후 3년 내에 초기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권 대표는 덧붙였다. 환경 보존과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하는 이 획기적인 제품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빨라 미국·유럽 등지에서 면담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권 대표는 “자체적으로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무리라 전문 에이전시나 무역 관계자 등의 도움을 빌릴 생각”이라며, “지금은 시범 설치 지역을 늘리고, 이를 통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스물네 살로, 현재 연세대 휴학 중인 권 대표는 나이는 어리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군복무를 대신해 병역특례업체에 입사해 3년간 일했고, 사회적 기업의 자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전문가들이 만든 소셜 컨설팅 그룹(SCG)에서 1년간 인턴 생활을 했다. 이성구・이승재・구종현씨 등 나머지 창업 멤버도 모두 SCG 인턴 출신. 각자 다른 팀에서 일했지만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을 접하며 이들 역시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자주 만나며 창업 관련 정보를 공유하던 이들은 어느 날 권 대표가 내놓은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이라는 아이디어에 무릎을 쳤고, ‘한번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권형석(연세대 경영학과)·윤준식(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 대학원 과정) 씨 등이 합류해 인원은 6명으로 늘었다.

“신촌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주말이면 거리에 쓰레기통이 넘쳐 주변까지 지저분한 모습을 자주 봤어요. 해결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압축 쓰레기통을 생각해냈지요.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절약형으로 방향을 잡다 보니 태양광과 IT 기술을 접목하게 되었습니다.”


청계천·구로구 공구상가에서 시제품 제작

창업에 뜻을 세운 후 이들은 청계천과 구로구 공구상가에서 살다시피 하며 실험을 거듭했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공구상 주인들이 이들의 작업을 도왔다. 환경미화원 일일 체험을 신청해 직접 현장에도 나갔다. 이른 새벽부터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재활용 분리수거 작업에도 나서며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무엇보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시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도 새삼 깨달았다. 일을 하면 할수록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는 확신은 강해졌다.

제품이 점차 모양새를 갖추어감에 따라 2011년 7월에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제작에 필요한 경비는 각종 창업 관련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충당했다. 2011년 한 해 동안만 ‘환경개선 아이디어 E-idea 공모전’ ‘청년창업 비전 코리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주최 유럽·코리아 비즈니스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영국문화원의 아시아 7개국 환경개선 아이디어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는가 하면, 중소기업청에서도 이들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 시제품 제작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쓰레기와 쓰레기통에 미쳐 산 지 1년 남짓, 모두 명문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이들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쓰레기냐”고. 권 대표는 “우리나라는 폐기물 처리 관련 산업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쓰레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이 분야는 미래 유망 업종이 될 것이며, 그런 점에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제조업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고요. 공들여 만든 제품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지자체 환경미화 관련 공무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일단 2012년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배정이 이미 끝나 거리에 설치하는 건 그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고요. 대신 사립대 캠퍼스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내 시장이 여의치 않으면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할 수도 있고요. 어쨌든 올 한 해 동안 열심히 뛰어 스마트 빈을 적극 알려야겠죠.”

사업 경험이 없는 대학생에게는 더욱 높은 현실의 벽을 패기와 열정으로 당당히 헤쳐 온 6명의 젊은이들,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더 많기에, 이들의 도전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이큐브랩·대학내일
  • 201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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