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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눈으로 본 우리 국토와 문화재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숨결》 전라도 편 펴낸 김치연 교수

김치연 교수.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문화재는 어떤 모습일까. 짙푸른 산과 연녹색 들판, 시퍼런 강과 황톳빛 흙길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문화재는 어떻게 보일까. 야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화재를 하늘에서 촬영해 엮은 문화재 백과사전이 나온다. 항공 촬영한 사진에 해당 문화재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곁들여 소개한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숨결》(이하 《한국의 숨결》)이다. 1차로 낸 전라의 숨결 1·2·3권 편에는 전라남북도와 광주광역시 총 168개소의 3000여 장의 사진을 담았다.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된 제주도 편이 네 번째로 출간될 예정이고, 2013년까지 총 15권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북 무주 적상산 사고(史庫). 《조선왕조실록》 원본을 보관하던 5대 사고 중 하나다.
수십 채의 초가집이 1384m에 이르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낙안읍성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고, 적상산 꼭대기의 투명한 적상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적상산성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명량해협의 항공 사진을 보니 강의 모양과 지류가 한눈에 보이면서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명량대첩에서 승리했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문화재뿐 아니라 그 주변 경관까지 담아낸 이 책은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문화재가 놓여 있는 지역의 산세와 지형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의 요청으로 두 권짜리 영문판도 발간할 예정이다.

전북 전주 전동성당.
《한국의 숨결》은 조경학을 전공한 상명대 김치연 교수의 집념의 산물이다. 그는 이 방대한 사전을 사비를 들여 출간했다. 1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노후 대비용으로 사둔 청주의 아파트를 팔고, 땅도 팔고, 이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도 털었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1인 다역을 했다. 4.5t 트럭에 7m짜리 무인 조종 비행선을 싣고 다니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사진도 직접 촬영하고, 자료 조사와 집필도 혼자서 했다.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차리고, 편집 디자인도 직접 다 했다. 밤을 꼬박 새운 날도 부지기수다. 책 발간에 매달리면서 조경학과 교수직을 내려놓고 산학협력단 교수 직함을 달았다.

전북 부안 채석강.
“주변 사람들이 많이 말렸습니다. ‘안 팔릴 책을 사비까지 들이면서 만들 필요가 있느냐’ ‘정부 유관 기관에서 만들어야지 당신이 뭔데 그런 책을 만드느냐’면서요. 처음에는 문화재를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한눈에 보이는 문화재,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인 문화재 서적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개발이다 뭐다 해서 지형 자체가 변하는 것을 보고 ‘더 늦기 전에 지금 현재의 모습을 담자’는 각오도 있었고요. 그런데 오류 투성이인 사료들을 보면서 바로잡아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고, 일이 커져서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전북 남원 광한루원.
그가 문화재를 근접거리에서 촬영하기 위해 택한 기구는 무인 조종 비행선. 한 대에 3500만원을 주고 주문 제작했다. 헬기로 항공 촬영할 경우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날씨가 따라주지 않으면 촬영하기 어렵고, 헬기의 떨림을 잡아줄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근접촬영 시 작은 기왓장 같은 것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데다 소음도 커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무인 비행선은 소음과 떨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큰 기술이 없어도 흔들림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비행선 아랫부분에 카메라를 장착해 카메라 렌즈가 잡아내는 풍경을 모니터로 보면서 원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원격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비행선을 한 번 띄울 때마다 주입하는 헬륨가스 비용이 40만원에 달하는데, 이제까지 1000번 정도 띄우고 촬영했다. 비행선은 거센 바람 때문에 20여 차례 추락했고, 군산에서는 기류 이상으로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전남 해남 녹우단.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하우도 생겼다. 그는 녹음이 우거진 6월부터 9월 초까지, 오후에 촬영을 시작해 일몰이 시작되기 전에 끝냈다. 단풍철부터는 문화재와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지지 않아 녹음을 배경으로 다시 촬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과 1200여 편의 논문을 꼼꼼히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은 사례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최대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의 창건 연대를 바로잡았고, 김제 관아뿐 아니라 나주에도 내아(수령이 공무를 보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살림집)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법성포가 최초의 불교 도래지로 보는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근거를 내놓았다.

전남 구례 화엄사.
그가 《한국의 숨결》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8년이지만, 구상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 시절,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의 풍경에 푹 빠지면서다.

보성 녹차밭.
“진양 벚꽃축제 때, 시범낙하 행사에 참여했죠. 낙하산을 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꼬불꼬불한 벚꽃길이 산과 어우러진 풍광이 너무 아름답더군요. ‘언젠간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을 꼭 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무인 조종 비행선이 문화재를 촬영하는 모습.
그는 비행선이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보다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올 때가 많다고 한다. 그는 “혼자 보기 아까운 풍광이 많다”며 “우리 문화재는 문화재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하나가 된 풍광으로 다가올 때 훨씬 큰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4.5t 트럭에 7m 비행선을 매달고 다녔다.
“우리 국민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조상이 남긴 건데 우리가 아끼고 보호해야지 누가 보호하겠습니까.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보입니다. 문화재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
탄광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한때는 크게 사업도 했지만 지금 그는 거의 빈털터리다. 3권까지 낸 책이 초판 2000부는 팔려야 15권까지 출간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된다며 “국민들과 문화재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책이 안 팔려도 나라를 위해 뭔가는 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은 참 좋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진 : 김동욱
사진제공 : 김치연
  • 201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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