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프리스타일러 전권

축구묘기로 세계 최고가 되다

세계 최고의 축구 프리스타일러 중 한 명인 전권(22·한국외대 국제스포츠학과 1)은 중학교 시절 축구 선수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어느 날 그는 브라질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 호나우지뉴가 축구공으로 묘기를 부리는 광고를 보고 흥미를 느꼈고,
이를 계기로 축구 프리스타일(축구묘기)을 시작했다.
매일 하루 8시간씩 홀로 공을 차며 연습했다. 어른들은 “축구도 아닌 공놀이로 밥 벌어 먹고 살겠느냐”며 말렸지만 그 ‘공놀이’에 미친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 그토록 동경하던 호나우지뉴의 찬사까지 받았다. 이제 청년이 된 그는 또 다른 꿈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에 축구 프리스타일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과 축구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지난 9월 3일과 4일 전권이 추진했던 축구묘기 대결 〈제1회 르꼬끄 아트사커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그가 기술감독을 맡은 축구 퍼포먼스 뮤지컬 〈하이킥〉도 많은 관심 아래 막을 올렸다. 스물두 살 청년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꿈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전권은 중학교 2학년 때 축구 프리스타일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그 길로 가자는 확신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길이 맞다’고 결정하자마자 독하게 연습하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한쪽에는 커다란 오디오 앰프, 다른 한쪽에는 축구공과 장비들을 매단 자전거 핸들을 잡고 매일같이 지하 연습장으로 향했다. 겨울에는 칼바람이 불어 얼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지하 연습장에 도착하면 고독한 연습이 시작되었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에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독학이었다. 자신이 정해놓은 연습 시간을 다 채워도 기술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연습했다.

“하루에 8시간씩 연습하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오랜시간 공에 집중하기가 어렵거든요. 지하실에서 혼자 연습하다보면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을 때도 있어요. 제가 살던 울진은 하늘이 깨끗해서 맑은 날 새벽엔 별똥별이 보이는데 연습을 마치고 별똥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랜 적이 많아요.”

그를 힘들게 한 것은 고된 연습이 아니었다. 축구 프리스타일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의 반응이었다.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은 “축구를 하려면 축구를 하고 공부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칙이나 고정관념을 깨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우울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실력을 쌓아갔고 차츰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축구 선수였던 여동생과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의 실력을 세계 무대에서 검증받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2008년 초, 프리스타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영국으로 단돈 30만원을 들고 무작정 떠났다.

“그땐 제가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영국에 가면 세계적인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과 곧바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민박집 주인은 돈이 없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고, 공연 허가가 없으니 길거리 공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쫓겨 다니며 어렵게 공연을 하던 중 의외의 곳에서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공연했을 때 관심을 보였던 경찰이 자신에게 축구 기술을 하나씩 가르쳐주는 대가로 공연을 허락한 것이다.

공과 하나가 되어 보여주는 그의 화려한 묘기에 사람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길거리 공연을 하며 번 돈으로 생활이 가능해졌고,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공연 시작 두 달 만에 스포츠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왔고, 영국의 유명한 스포츠 방송인 스카이스포츠의 프로모션 광고 촬영을 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그가 앞으로 쌓아나갈 화려한 경력을 예고하는 신고식이었다. 그 후 미국・그리스・이집트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카를로스 테베즈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함께 광고를 찍으며 축구 프리스타일 분야에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혀갔다. 2008년 나이키 프리스타일 대회에서는 그를 프리스타일의 길로 인도한 호나우지뉴 앞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꿈만 같았다고 한다. 수많은 공연과 대회 그리고 광고 촬영 가운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200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박람회의 FIFA 행사 초청 공연이다.

“그때 에우제비오와 요한 크루이프를 만났어요. 그분들은 축구에 있어 전설이잖아요. 책에서 보던 그 전설적인 할아버지들과 공도 차고 했어요. 그분들은 제 축구 기술을 좋아하셨고, 왜 축구 선수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어린 나이에 벌써 꿈을 이룬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꿈도 많다고 했다. 선수로서 대회에서 1위를 해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축구 프리스타일의 저변을 넓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축구 프리스타일 문화의 발전이 축구 발전에도 이바지할거라고 생각해요. 축구를 잘하려면 공을 잘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축구 교육은 전술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프리스타일을 잘한다고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의 공통점이 프리스타일을 하고 아트 사커(art soccer)를 해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현재 아트 사커를 배우기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전수하고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프리스타일 기술을 실전에 응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올해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에 진학했다. 학과 과제가 많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지만 자신의 포부를 말하는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지난 9월 처음 개최돼 축구와 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르꼬끄 아트사커 페스티벌>도 그가 직접 제안서를 쓰고 관계자들을 만나가며 열성적으로 추진한 일이다.

“영국에는 축구 광고도 많고 축구 영화도 많아서 무술감독처럼 동선이나 앵글을 잡는 축구감독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제 매니지먼트에서도 〈하이킥〉 같은 뮤지컬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축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꿈이 있으면 남들보다 한 발, 아니 백 발 더 뛰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쳐요. 그리고 늘 운동하면서 공부도 해야 한다고 말해요. 운동하는 사람은 머리가 비어 있으면 안 돼요.”

그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듯이 남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쉼 없이 연습하고 또 공부한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