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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오페라는 큰 무대, 작은 무대 어디에나 오르는 ‘생활’입니다

오페라 〈나비부인〉 주역 맡은 소프라노 이현숙

오페라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6월 24~26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한국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은 유럽 무대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최고의 버터플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현숙 씨가 히로인이라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이탈리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은 로마극장, 베로나 야외극장 등에서 호평을 받아온 연출가 마우리지오 디 마티아와 지휘자 지오반니 바리스타 리곤이 참여한 작품. 이현숙 씨는 이탈리아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의 오페라 〈나비부인〉에서도 주역인 쵸쵸상으로 캐스팅된 바 있다. 그는 오페라 〈나비부인〉뿐 아니라 〈랭스로의 여행〉 〈마농레스코〉 〈일 트로바토레〉 〈가면무도회〉 〈나부코〉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우리나라보다 유럽 무대에서 더 유명하다. 피아첸차 주세페 니콜리니 국립음악원, 밀라노 시립음악아카데미 오페라과와 베르첼리 상악아카데미 오페라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피아첸차 주세페 니콜리니 국립음악원 대학원 가곡연주과정에 재학 중이다. 프란체스코 마리아 마르티니 기념 국제음악 콩쿠르, 비오티 발세시아 국제음악 콩쿠르 등 각종 콩쿠르에서 열번이나 1위를 한 경이적인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에 가자마자 페루자에서 어학코스를 밟았어요. 성악 레슨 이전에 언어를 마스터해야 연극적인 표현력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콩쿠르에서 계속 1등을 한 것은 제가 대단한 승부욕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저 ‘노래를 즐기자’는 쪽이었는데….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오니, 그들과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임한 콩쿠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어요(웃음).”


그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는 동안 기차를 타고 밀라노에서 나폴리까지 샅샅이 누볐는데, 그때 그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비부인>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 목소리는 맑고 높은 편인데, <나비부인>은 깊은 소리를 내야 하거든요. 처음 레슨을 받을 때는 선생님께서 “소리를 낮게 내라”고 했는데 의미를 깨닫지 못했어요. 무려 4개월 동안이나. 그러다 우연히 세 살 정도 된 아이가 “맘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 우리말은 안으로 들어가는 반면, 이탈리아어는 밖으로 내보내는 소리예요. ‘낮게’라는 의미가 깊은 소리를 내라는 뜻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나비부인>은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배역이에요. 2막에서는 40여 분 내내 노래를 해야 합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미군과 일본 여인의 사랑과 이별, 고통과 죽음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오페라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이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이나 ‘허밍 코러스’ ‘꽃노래’ 등은 익숙하다. 〈나비부인〉은 존 루터 롱의 소설을 미국의 흥행주 겸 각색가인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각색한 희곡을 다시 각색한 것이다.


1900년 5월, 푸치니는 〈토스카〉의 런던 초연으로 런던에 머물게 되었는데, 당시 뉴욕과 런던에서 크게 성공했던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연극을 보고 밀라노에 돌아와 오페라의 대본작업을 서둘렀다고 한다.

그와 황금 트리오를 이루는 주세페 자코사, 루이지 일리카의 각색으로 오페라 대본이 완성됐다. 〈나비부인〉의 중심인물인 쵸쵸상 역은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그만큼 소화하기 어려운 배역. 이현숙 씨가 여러 작품 중에서도 유난히 아끼는 배역이기도 하단다.

“열여덟 살 소녀이자 게이샤인 쵸쵸상은 어린 소녀와 성숙한 여인을 함께 표현해야 하는 배역이에요. 안개 낀 나가사키항으로 들어오는 배를 보면서 ‘그가 돌아오면 나를 무어라 부를까. 작은 각시라 부를까, 버터플라이라고 할까’라고 노래 부르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는 여성이지요.”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했지만, 내 진짜 목표는 즐기면서 노래하기

유럽 무대에서는 그의 노래를 듣고 ‘브라보’를 외치고, 우는 사람도 있어 가슴 뭉클했다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으로부터 ‘소리가 부드럽고 심금을 울려 멀리까지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표현력과 눈빛이 좋다는 평가다. 로시니 페스티벌에서 그의 무대를 본 비평가 알베르토 자우라는 “태어나서 이토록 부드러운 소리를 만난 적이 없다”며 극찬했다.

지금은 유럽에서 프리마돈나로 한발 한발 성장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미술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은 오빠가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였다.

그의 오빠는 바리톤 이재환(중앙대 성악과 교수) 씨.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대원군 역을 맡아 대중에게도 친숙한 성악가다. 오빠가 그에게 “가곡을 한번 불러보라”고 시키더니 성악을 권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그는 노래를 좋아하긴 했지만, 성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낙천적인 성격인 데다 한번 결정한 일은 무조건 밀고 나가는 편이에요. 그때부터 오빠로부터 성악 지도를 받아 음대에 진학했습니다.”

오빠는 성악, 언니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각자 자기 하는 일이 바빠 그가 콩쿠르에서 우승한 소식도 언론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들을 때가 많다고 한다.

“한번은 오빠가 전화해서 ‘네가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하는데, 상금은 얼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는 콩쿠르 결과보다 ‘즐기면서 노래하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다고 한다. 음악 감상과 영화 관람을 좋아하는 그는 노래를 하면 할수록 ‘센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요리할 때도 나만의 감인 손맛이 중요하잖아요? 소금을 얼마나 넣을지 그건 감으로 하는 거니까요. 나만의 노래도 그런 감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는 그의 일상. 큰 무대뿐 아니라 카페 같은 작은 무대에도 올라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이탈리아에는 극장이 무척 많아요. 오페라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공연, 심지어 초등학교 학예회까지 열릴 정도로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즐비하지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냉방한 실내에 있는 것을 싫어해서 5~9월에는 야외극장에서 공연합니다.”

그는 현재 밀라노 근교도시인 피아첸차에서 살고 있다. 이번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면 〈라보엠〉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성악가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목을 단련해야 한다는 그. 그는 성실하게, 매일매일 한 걸음씩 또 다른 ‘자신’(오페라의 배역)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한국오페라단 www.kopera.co.kr
  • 201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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