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대지진으로 에너지 부족한 일본을 태양광으로 밝히는 남자

일본 최고의 장인 (60) 아라이 히데오 (주)머티리얼하우스 사장

도쿄가 어둡다. 건물도, 전철 내부도 어둡다. 심지어 방송국 내부 복도조차 10m 앞사람 얼굴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절전이 일상화되면서부터다. 조명도, 분위기도 어둑한 지금 더욱 돋보이는 사람이 있다. 인공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명을 하는 ‘제로에너지 조명’의 선구자 아라이 히데오(新井秀雄) 머티리얼하우스 대표다.

그가 개발한 태양광 조명은 2002년 일본 우주개발센터(JAXA)에 채택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08년 홋카이도에서 열린 도야코 서미트 때 그가 개발한 태양광 덕트시스템의 자연광 조명이 선진 각국의 시선을 끌며 환경선진국으로서 일본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수도권의 대표적인 공업지대 게이힌 공업단지의 중심부 도쿄 오타구 일각에 자리한 메터리얼하우스 본사를 찾았다.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본사 사옥에서는 60여 년 동안 갖은 풍파를 겪으며 견뎌낸 고진감래가 느껴진다. 그리 넓지 않은 현관에는 두툼한 알루미늄 롤 등 각종 비철금속이 진열돼 있다. 역사의 흔적이 완연한 건물인데도 침침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실내조명이 바로 제로에너지 광덕트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태양광 조명입니다.” 오래된 건물임에도 어두운 구석이 없는 것은 3층 높이의 건물 구석구석을 부드러운 자연광이 밝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본사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30분쯤. 4월인데도 겉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태양빛이 강렬했다.

“실외가 이렇게 밝아도 태양광 조명시스템은 햇볕의 강약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구름이 낄 때나 비가 올 때는 센서가 작동해 자동적으로 형광등이 점등하니 밝지요.”

태양광 덕트시스템은 자외선을 99% 차단하는 알루미늄 거울로 만들어진 특수한 관(덕트)를 통해 태양광을 실내로 도입하는 시스템이다. 이 관은 수직형, L자형, 크랭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이 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채광수준이 결정된다. 자연적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일수록 효과를 발휘하는 이 조명시스템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옥외에서 태양광을 받는 채광부, 채광부에서 받은 빛을 반사기능을 통해 원하는 부분까지 유도하는 도광부, 도광부를 거쳐 실내로 빛을 보내는 방광부로 나뉜다. 기능상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도광부다. 이 도광부에 그가 12년간 연구해온 기술이 응축돼 있다. 거울의 빛 반사율은 85~87%이다. 그런데 그가 개발한 특수 알루미늄 거울은 95%의 반사율을 실현해 소실되는 빛이 5% 이하다. 또한 인체에 유해한 자외선 UV-B를 100% 제거해준다.

이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7년 오키나와현 현민광장 지하주차장이었다. 그 후 일본 금융가의 상징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본점 빌딩, 도요타자동차 본관, 도요타자동차 쓰쓰미공장 견학실, 국회 중의원 의원회관, 우에노동물원 수생동물 전시시설, 도쿄가스 연구소 등 공공기관, 병원, 연구소, 교육기관 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기관과 민간기업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상징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옥내와 옥외의 채광이 균질하고, 단열효과가 있어서 겨울에는 난방비, 여름에는 냉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시설 등 창문이 없어 자연광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에도 외부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설비 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간단하면서도 친환경적이다. 또한 고장이 나지 않고, 청소나 관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지관리비가 제로에 가깝다.

독보적인 기술로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는 그.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며 시장을 개척해 태양광 덕트시스템 시장의 여명기를 열어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제로에너지 태양광 채광에 착수했을 당시 그는 광학에 대해 무학이었다. 그는 독학으로 전문서를 파기 시작했다. 광학을 알려면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45세의 나이에 수학책을 다시 들었다. 설계도 그리는 법도 몰랐다. 하지만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배우는 데 나이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풍전등화 같은 처지에 놓인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주저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는 28년 전인 1983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했다. 알루미늄·구리 등을 공급하는 비철금속 도매상 사업이었다. 급성장하지 못했지만 대기업을 끼고 있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 제조업체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매출도 급감한 것. 그때 우연히 접한 것이 태양광 덕트시스템이었다. 일본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한 도쿄스카이트리를 설계한 닛켄설계가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소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거울로 사용할 알루미늄을 제공했지만 닛켄설계의 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자신이 해보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본 최대 설계회사인 닛켄설계가 직원 30명의 중소기업에 그 개발을 맡길 리 없었다. 게다가 제조업이나 연구 개발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도매상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십 년간 비철금속 도매상을 하면서 비철금속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어필하며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결국 자력개발에 실패했던 닛켄설계는 그에게 공동개발을 허락했다. 당시 태양광 덕트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성공사례가 없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경험도 지식도 없는 그가 환경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뛰어든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확신했다.

“시대는 환경친화적인 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과 아이템이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고, 또 미개척 분야라는 게 흥분을 감출 수 없게 했지요.”

그는 유명 사립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도였지만 컴퓨터 동아리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이 있었다. 엔지니어로서 도전정신과 창조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타났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못 만드는 게 없었다. 특히 전자제품의 구조 파악이 빨랐다. 진공관 회로를 설계했고, 중학교 3학년 때는 무전기의 원리를 파악해 단순한 부품 조립이 아니라 부품을 사다가 무전기를 만들었다. 도쿄올림픽이 개최된 해에는 연필에 구멍을 파서 자석을 넣고 스피커 대신 라디오 이어폰으로 수업시간에 라디오 중계를 듣고 친구들에게 올림픽 메달 소식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시간을 아끼지 않은 그는 지금 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편의점 전용 광덕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공공시설과 오피스 중심인 태양광 덕트시스템을 2016년까지 주택 1만호, 빌딩 1000동에 도입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는 더욱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 온리원 기업이 되기 위해 매년 2~3개의 특허를 취득하고 있다. 이처럼 매진할 수 있는 요인을 묻자 이런 답을 했다.

“재미도 있고 가치도 있잖아요. 그것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있을까요?”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1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