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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춤꾼과 소리꾼의 결합은 어떤 장르를 만들어낼까?

팝핀 현준, 박애리 부부

2009년 초연한 후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2011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퍼포먼싱 콘서트 〈뛰다, 튀다, 타다〉는 춤꾼과 소리꾼, 국악이 만나 만들어내는 젊고 경쾌한 음악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와 영상·무용·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콘서트다. 〈뛰다, 튀다, 타다〉는 작품의 중심에 있는 타악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악기의 시각화에 중점을 두었는데, 업그레이드된 무대장치를 이용해 역동적인 연주 형태로 기존의 국악관현악 공연과는 달리 살아 움직이는 공연 무대를 선보였다. 현란한 팝핀과 비보잉으로 유명한 팝핀 현준(32)과 인기 소리꾼 박애리(34)가 주인공이었던 지난해까지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불꽃 튀는 대결구도였는데 올해는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벌이는 다른 빛깔의 사랑 이야기로 대폭 수정되었다.

이 콘서트의 남녀 주역으로 처음 만나 지난 2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팝핀 현준과 박애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카메오로 등장, 후배들에게 배역을 넘겼다.

팝핀 현준은 한국을 대표하는 춤꾼으로, 박애리는 국립창극단을 대표하는 소리꾼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임을 자랑한다. 둘의 공연은 국악과 힙합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이지만 한국인의 ‘한’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한다. 팝핀 현준은 춤꾼이지만 국악과도 인연이 깊다. 2004년 조통달 명창과 한국음악에 맞춰 콘서트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김영임 명창과의 협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를 랩으로 부르는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이색적인 공연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박애리는 “힙합에서 ‘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데, 현준 씨의 춤에는 한국인의 ‘한’이 서려 있어요. 팝페라 콘서트 때 아리랑에 맞춰 한국인의 정서가 밴 서정적인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어요. 제가 노래로 말하는 것처럼 저 사람은 몸으로 말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춤에 녹아 있는 인생의 경험과 예술혼이 현준 씨를 다시 보게 했어요” 라고 말한다.

이들은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국악 퍼포먼스 형식으로 결혼식을 하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 댄스 무대로 시작한 결혼식은 박애리의 ‘사랑가’로 이어졌고, 이어 두 사람이 함께 춤과 소리를 엮어내며 데이트에서 결혼에 이르는 장면을 보여줬다. 가수 조관우와 소리꾼 남상일, ‘팝핀 현준 크루’ 등도 축하 공연을 펼쳤다. 팝핀 현준과 박애리는 “결혼식에 소리꾼과 춤꾼의 만남,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란 소재를 차용했다”며 “신랑이 신부에게 프러포즈하듯, 전통에 프러포즈하는 현대 공연물을 창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이 부부는 아직 새내기 부부지만 매일 공연하느라 신혼의 재미는 대기실과 이동하는 차 안에서 즐긴다고 한다.

현재 팝핀 현준은 조관우 콘서트, 이상봉 패션쇼 파티, 미국 동부 투어 등 공연 일정이 빽빽한데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하고 댄스아카데미까지 운영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춤은 그에게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자 운명이었다. 박남정, 마이클잭슨의 움직임에 매혹되어 음악도 하고 싶고 춤도 추고 싶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1996년에는 한참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기획사에 가서 힙합을 하고 싶다고 하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죠. 그래서 이름을 바꿨어요, 베이스음악으로. 그랬더니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스트리트 댄스라고 하면 고개를 돌리던 사람이 실용무용이라고 하면 관심 있어 하더라고요. 한국무용이건 현대무용이건 발레건 스트리트 댄스건 다 똑같은 춤인데, 유독 스트리트 댄스는 소외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대중에게 사랑받고 관심 받는 분야는 또 이쪽이거든요.”


전통과 현대가 만나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 만들고 싶어

그는 스트리트 댄스에 매혹되었지만, 비디오나 어깨너머로밖에 배울 수 없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춤을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젊은이들이 그저 열정을 불사르는 클럽문화가 아닌,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리트 댄스도 이론적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어요.”

그의 이러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아카데미는 댄스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교 같다. 교복도 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선생님에 대한 예의도 가르친다.

“힙합을 하는 애들은 껄렁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기때문에 더 바르고 예의 있게 행동하도록 가르치죠. 춤뿐 아니라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심성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의 태도도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며 부모님들도 믿고 맡기세요. 학교 성적이 떨어지면 못 오게 하지요.”

학업과의 병행을 중요시하는데, 전교 회장이 와서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릴 때는 연습을 거듭해 어려운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춤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있을 때 행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죠. 아카데미에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잖아요. 제 후배들은 저처럼 어렵지 않게, 힘들지 않게 배울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데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박애리는 소리뿐 아니라 연기·춤도 뛰어나 여러 공연에서 여주인공을 도맡다시피 했다. 판소리를 하다 창극으로 뛰어든 초창기에는 연기와 춤이 어색했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극복했다. 역할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 빈자리를 채웠다. 국악인 박애리를 대중에게 알린 건 드라마 〈대장금〉에서 주제곡 ‘오나라’를 부르면서였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박애리도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한류의 주역이 됐다.


“예전에는 판소리하는 사람 중 최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판소리를 알아갈수록 ‘저의 소리로 많은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이 바뀌더라고요. 제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꼭 저만큼 소리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이 부부의 꿈은 꿈의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아져요. 서로 다르지만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르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소리와 춤, 그 안에 음악적인 면이 더해지면 악(樂)과 무(舞)가 어우러지면서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잖아요. 각자의 길을 걷던 사람들이 함께 만들면 재미있고 신선한 또 다른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면서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진 : 김선아
  • 201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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