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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우의 새로운 모습 심어주고 싶다

할리우드 영화 〈워리어스 웨이〉로 돌아온 장동건

“장동건은 ‘불타는 섹시남’(hunka hunka burnin’ love)이자 새로운 클린트 이스트우드이고 조니 뎁이다.”
- 미국 영화 프로듀서 마이클 파이저

“장동건을 호주 멜버른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서 전사의 후광을 느꼈다. 그는 매우 잘생겼고 눈빛이 살아 있었으며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아시아 최고의 슈퍼스타이지만 겸손하고 친절했다. 우리 영화 〈워리어스 웨이〉와 함께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 〈반지의 제왕〉 프로듀서 배리 오스본
장동건이 할리우드 영화이자 한미합작 영화인 〈워리어스 웨이〉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국내 팬들과 기자들이 던진 첫 질문 중 하나는 “장동건이 과연 할리우드에도 통할까?”였다. “서구 여성도 장동건을 좋아할까?”라는 더 노골적인 표현도 있었다. 〈반지의 제왕〉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거물급 프로듀서이자 〈워리어스 웨이〉의 공동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은 2010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동건은 서구 관객, 특히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그것이 미국 개봉(2010년 12월 3일)의 마케팅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제작자이자 〈스피드 2〉 〈U2 3D〉 〈카이로의 붉은 장미〉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 영화 프로듀서 마이클 파이저는 미국 영화업계지인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열여섯 살 된 내 딸은 친구들과 함께 본 〈워리어스 웨이〉가 벌써부터 좋다고 난리다. 소녀들은 영화 속 걸 히어로(케이트 보스워스)뿐 아니라 우리의 스타 장동건을 볼 수 있어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에서 장동건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여배우 케이트 보스워스는 “세상 어느 나라의 여성이라고 장동건을 핸섬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상대 배우와 동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인내심을 가진 열정적인 스타”라는 덕담도 덧붙였다. 같은 영화에 참여한 이들로서 일종의 ‘립서비스’, 예의를 차린 칭찬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측에선 낯선 동양의 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영어로 연기하는 이 영화에 총제작비 5200만달러(598억 원) 중 3분의 2 이상을 댔다. 말은 꾸밈이 있을 수 있지만 돈은 예의를 차리지 않는 법. 장동건은 그들이 보기에도 ‘도박’을 걸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고 근사한 카드인 것이다.


한국에서 최고로 잘생겼다는 것

장동건(38)은 10여 년간 ‘한국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로서 공인돼왔고, 한국 영화계에서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받는 남자 배우로 인식돼왔다. 1990년대 초반에 데뷔해 청춘 스타로서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는 한국 드라마의 수출과 인기를 발판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 일본, 중국 등지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리며 ‘한류’ 붐을 일으킨 첫 세대가 됐다. 일본에선 아직도 배용준・장동건・이병헌・원빈을 ‘한류의 4대 천왕’이라고 꼽는다. 청춘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장동건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와 곽경택 감독 〈친구〉(2001),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거쳐 2004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떠오른다. 특히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당시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한 작품으로 장동건은 막강한 흥행파워를 입증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인 이명세와 김기덕의 작품 출연은 배우로서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된다.

장동건이 외국 배우와 공연하거나 다국적 합작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경험은 〈워리어스 웨이〉가 처음은 아니다. 2002년 〈로스트 메모리즈〉에선 일본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와 연기를 펼쳤으며, 2005년엔 한중합작영화인 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에서 주연을 맡아 장바이즈, 사정봉(중국), 사나다 히로유키(일본) 등 과 호흡을 맞췄다. 장동건은 〈태풍〉(2005년) 이후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과 촬영에 매진하다가 지난해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로 5년 만에 한국영화에 출연했다. 현재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를 촬영 중이다.

장동건은 〈워리어스 웨이〉에서 과묵하지만 로맨틱한 동양인 남성으로 등장한다. 극중 무표정한 얼굴로 피와 살육의 삶을 살던 그는 아기로부터 웃음을 배우고, 연인과 이웃으로부터 평범한 기쁨과 행복을 깨달아간다. 장동건에겐 영어 연기와 금발 여배우와의 로맨스 연기, 활력 넘치는 검술 액션이 도전과제였다. 그는 “이제까지 한국이나 아시아에서의 촬영과 달리 나를 잘 모르는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에게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말했다. 영어 연기에 대해선 “분량이 많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면서 “지금의 현대적인 영어가 아니라 캐릭터에 맞는 억양과 말투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영화에서 또박또박한 영어를 구사하고 예를 들자면 ‘don’t’ 대신 ‘do not’이라고 하는 것처럼 다소 문어적이고 고어적인 느낌의 대사를 한다.

그는 “<셰인>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한편으로는 동양의 무사가 웨스턴의 총잡이처럼 사막 아래서 미간을 찌푸린 표정을 짓는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해봤다”고도 했다. 그는 케이트 보스워스와의 키스신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인 남성과 서양 여성이 키스하는 신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며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는 흔히 액션만 잘하는 배우로 인식돼 있지만 한국 남자 배우는 연기와 액션을 모두 잘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결혼, 그리고 아빠 되기

그는 지난 2005년 〈태풍〉과 2009년 〈굿모닝 프레지던트〉 사이에 〈워리어스 웨이〉를 촬영했고, 그래서 CF 외에는 국내 관객을 만나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0년 5월 열애설에 이은 결혼발표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톱스타 여배우 고소영이 상대였다. 국내 연예매체들은 들끓었고 팬들도 놀랐다. 그리고 〈워리워스 웨이〉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장동건은 2010년 10월 얻은 2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빠가 되기 전과 후는 아주 미묘하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어요. 뭐라고 딱 꼬집어서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 세상을 보는 눈과 가치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이를 먼저 가진 선배들이 그렇게 얘기했을 때는 별로 와 닿지 않았는데, 막상 아빠가 되어보니 알겠더군요.”

아들을 막 얻고 나서는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딱 반반씩 닮았다”며 “신생아임에도 불구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해 병원에서도 근래에 보기 드문 미남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고 농담 섞어 득남의 기쁨을 말하기도 했다. 운명의 계시인지, 영화를 촬영한 것은 결혼하기 1년 전이어서 장동건은 ‘아빠수업’을 미리 받았다. 생후 10개월인 아기 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어야 했기에 합작영화인 만큼 해외(미국・뉴질랜드)의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아기 키우기 교육’을 먼저 받은 것이다.

“아기를 상대하는 동료 배우, 주요 스태프와 함께 하루 세 시간씩 이틀 동안 전문 교육기관으로부터 수업을 받았습니다. 아기를 안는 법부터 울면 달래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분유 먹이는 법을 배웠죠.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잘 써먹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특히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법은 한국과 달리 18세 미만 아역 배우의 촬영시간, 출연료 귀속, 학습권 등에 관해 엄격하고 상세한 규정을 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유아의 경우 하루 20분 이상 조명에 노출될 수 없어 영화사는 보통 쌍둥이를 캐스팅한다. 장동건이 ‘할리우드 영화’를 찍으면서 얻은 뜻하지 않은 배움이다.


배우로서의 전환점

장동건은 여전히 한국 최고의 남자 배우 중 하나고, 아시아의 슈퍼스타이며, 할리우드에 데뷔한 ‘차세대 월드스타’지만, 타이틀의 화려한 이름만큼 장동건을 둘러싼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워리어스 웨이〉는 실패라고 할 만큼 국내 흥행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얻었고, 미국에서의 반응도 나쁘지는 않지만 뜨뜻미지근한 수준이었다.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6년간 개봉한 출연작은 단 네 편이었다. 〈워리어스 웨이〉같이 촬영-제작기간만 2년 이상 걸리는 대작이나 합작영화가 대부분이기도 했다. CF와 광고로는 거의 매일같이 마주하는 얼굴이지만 배우로선 명망도와 영향력에 비해 지나치다 할 만큼 과작(寡作)이라는 점도 국내 팬들과 영화연예계 종사자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예전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요새는 나도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하면서는 이제 나도 다작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는데, 맘대로 되지 않네요. 지금 촬영중인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도 2011년 6월까지 160회차의 촬영이 잡혀 있어요.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공교롭게 대작이 돼왔어요.”


생각이 많다. 곰곰이 생각하면 지나간 시절이 아쉽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까 고민도 된다. 일종의 전환점일 터다. 장동건은 숨기지 않았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엔 일부러 피해왔던 작품들이 아쉽죠. 배우로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을 때 좋은 작품을 많이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치기 어린 마음이었어요. 훗날 경력에 비해 작품 편수가 적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90만큼 눈에 차야 선택했는데, 70~80만 돼도 나머지는 내가 메워가야 한다는 생각을 20대엔 미처 하지 못했어요.”

장동건은 인터뷰 말미에 선배의 말을 빌려 각오를 표했다.

“박중훈 선배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노배우로 현장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나이가 들어서 무슨 역할이든 좋지만 다른 배우가 아닌 장동건이기 때문에 선택받는 존재이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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