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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연구에 매진한 약선요리 전문가가 만든 토종닭 요리

[Star Chef] ‘큰기와집의 토닭토닭’ 한영용 대표

최근 몇 년 사이 ‘한식의 세계화’가 중대 이슈로 자리 잡았다. 몸에 좋고,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한식이야말로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웰빙 열풍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식’ 하면 김치, 불고기, 잡채를 먼저 떠올린다. 20년 이상 한식 연구에 매진해온 약선(藥膳)요리 전문가 한영용 씨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또 다른 전략상품으로 간장게장과 토종닭 요리를 내놓았다. 청주 한씨 가문에서 300년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간장게장과 전북 정읍에서 키운 토종닭으로 만든 엄나무백숙. 각각 종로구 소격동의 ‘천년기둥 큰기와집’과 삼청동 ‘큰기와집의 토닭토닭’에서 선보이고 있다. 그의 간장게장과 토종닭 요리는 내년 초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다.
‘천년기둥 큰기와집’의 간장게장은 음식 애호가 사이에서 ‘간장게장 잘하는 곳’으로 소문이 파다하다. 청주 한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대로 만든 간장을 7년 이상 숙성시켜 사용하는 데다 주재료인 게를 고르는 데도 엄격하다. 알이 통통하게 밴 5월의 큼지막한 암게, 그것도 수심 200m 이상 심해에서 잡은 게를 이용한다. 큰기와집의 간장게장은 일단 그 크기 면에서 압도한다. 시중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큼지막한 게가 나오는데, 짜거나 비리지 않은데다 매운 홍고추를 넣어 톡 쏘는 맛이 살아 있다.

올해 초에는 신사동에 분점도 냈다. 약선요리를 주제로 특강 요청이 자주 들어오고, 청운대 식품영양학과의 강의까지 맡아 분주하지만 간장 담그기만큼은 그가 직접 한다고 한다. 그를 삼청동의 ‘토닭토닭’에서 만났다. 토닭토닭은 지난 7월에 그가 새롭게 오픈한 토종닭 요리 전문점이다. 상호는 ‘토종닭 요리 전문점’이라는 의미와 함께 엄마가 아이를 토닥토닥 재우듯이 우리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몸을 치유해주는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아 그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토닭토닭은 3층짜리 건물인데, 1, 2층은 식당이고, 3층은 사무실 겸 다도실이다. 다도실은 아담한 차 박물관 같다. 각종 찻잔과 옹기, 손때 묻어 반들반들해진 나무 찻상 등이 가득하다. 일찌감치 우리 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많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이렇게 쌓였다 한다.

토닭토닭에서 선보이는 닭 요리는 차원이 다르다. ‘닭백숙’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큰 솥에 닭과 찹쌀, 통마늘, 인삼 등을 넣고 물을 부어 푹푹 끓인 백숙. 비슷비슷하게 희끄무레한 색의 재료들이 푹푹 고아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서로 뒤섞인 백숙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토닭토닭의 백숙은 환자식이나 보양식의 이미지를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고급스런 명품 요리로 승화됐다. 전북 정읍에서 키운 토종닭에 엄나무와 황기, 녹두와 은행, 마늘, 대추 등을 넣고 푹푹 삶아 연잎 찰밥을 곁들인 엄나무 백숙. 몸보신 재료들이 통째로 들어간 이 요리는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속담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쫄깃한 토종닭의 육질은 입에 착착 감기고, 한약재의 향이 과하지 않게 감도는 육수는 깔끔하다. 연잎으로 감싼 찰밥에서는 은은한 연잎 향이 풍긴다. 우리네 옹기에 재료들을 나란히 정성스레 담은 엄나무백숙은 시각적인 충족감도 선사한다.

“닭고기는 지방이 적고 소화흡수율이 높아 아이들과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몸에 좋은 재료를 찾다 보니 닭이 보였고, 우리 몸에 가장 이로운 조리법을 찾다 보니 닭에 한약재를 넣고 삶는 것에 귀착했지요. 삼계탕을 음식문화 차원에서 새롭게 접근해보자는 게 이 요리의 시발점이었습니다.”

토종닭 공급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서 하루 100마리만 한정해서 판다. 메뉴에는 도토리묵, 낙지, 전복도 있다. ‘몸에 좋은 재료’를 고민하다 보니 양식하지 않는 재료 위주로 선정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몸에 이로운 음식만큼이나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읽은 책도 지구와 생태계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그가 음식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제철 재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자연보호와 지구 사랑에 일조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최근에 만든 닭볶음탕에는 쑥갓 대신 가지가 들어간다. “제철 재료라 값도 싸고 맛도 있는데다 항산화제도 풍부하니 일석삼조”라고 부연 설명한다.

한영용 대표는 뼛속까지 ‘우리 것’에 애착이 가득하다. 그는 늘 빳빳하게 다린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의 어머니가 손수 지어주신 것인데,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복을 입고 다녔다 한다. 6남매 중 막내였던 그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어머니와 마음이 착착 맞았다. 다른 형제들은 “창피하다”며 한복을 입고 다니길 거부했지만 그는 달랐다. “아침에 일어나 풀 먹여서 빳빳하게 다려놓은 한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 그의 옷장에는 어머니가 직접 지어주신 한복이 300~400벌에 이른다.


종갓집 잔치 돌아다니며 음식 기본기 배워

우리 것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대학 전공도 한의학을 택했다. 하지만 그가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쓰러지면서 인생의 궤도가 달라졌다. 그가 어머니 대신 한식당을 물려받아 경영하게 된 것. 주변에서는 한의대 포기를 만류했지만, 그는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만큼 소중한 게 없으니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요리가 한의학보다 앞서는 분야”라며 과감하게 요식업을 택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머니 손맛에 익숙해진 손님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 결국 그가 식당을 맡은지 한 달 만에 식당 문을 닫아야 했다. ‘우리 음식을 제대로 배워보자’고 작정한 그가 찾은 곳은 요리학원이 아니라 잔칫집이었다. 종갓집 제사나 환갑잔치를 찾아다니며 어깨너머로 한식의 기본기를 다졌다. 그리고 포장마차와 일류 호텔(신라호텔) 한식당을 두루 거치면서 충분히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시점에 ‘천년기둥 큰기와집’을 열었다.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 청주 한씨 대대로 내려오는 장맛과 몸에 이로운 음식을 추구하는 철학 등이 한데 어우러진 이 식당은 계속해서 성업 중이다.

그는 요즘에도 틈나는 대로 전국 팔도를 누비며 ‘우리의 맛’을 찾아다닌다. 얼마 전에는 전라도 목포로 맛 기행을 다녀왔는데, 민어껍질로 만든 묵을 맛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생강을 새앙이라고 하는데 심이 없는 새앙을 얹은 상큼하고도 부드러운 맛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는 수제자 일곱 명을 키우고 있다. 그중에는 제주도 농부의 아들도 있고, 호주 최고의 호텔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젊은 셰프도 있다. 그가 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리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 것의 가치’다.

“가까이에 귀한 재료와 레시피가 널려 있는데 우리는 그걸 잘 못 봐요. 봄 냉이를 간장에 박아두었다가 건져서 무쳐 먹고, 냉이 향이 밴 간장을 나물 무칠 때나 고기 재울 때 써보세요. 향미도 독특하면서 냉이의 영양소도 함께 먹을 수 있죠. 한식은 음식 재료에서 버릴 것이 없어요. 된장·고추장·간장 등 우리의 다양한 전통 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전통 장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오묘합니다. 우리가 우리 것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음식문화 차원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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