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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생각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성균관대학교 발명 동아리 ‘기상천외’

지난 5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폐막한 제21회 말레이시아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두 명의 한국 청년이 좋은 성적을 거둬 화제를 모았다. ‘N형 맞춤 다각도 블록’으로 금상을 탄 김주안 씨와 ‘이동·제동이 가능한 의자 바퀴’로 동상과 폴란드 특별상을 수상한 임종민 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모두 성균관대학교 교내 발명 동아리인 ‘기상천외’에서 기량을 닦은 발명가들이다. 이들뿐 아니라 지난 9년간 개성 있는 발명가를 배출해낸 이 발명 동아리는 발명 이외에 어린이 발명가를 키워내는 프로젝트에도 열심이다.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발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 수원 캠퍼스의 학생회관 앞에서 발명 동아리 ‘기상천외’ 회원들을 만났다. 국내 여러 발명대회뿐 아니라 국제 발명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청년 발명가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터였다. ‘기상천외’ 회장 임종민(26) 씨는 “발명대회가 많이 열렸던 2~3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이는 ‘기상천외’의 발명 아이디어가 단순히 대학생의 실험적 도전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널리 인정받았다는 증거. “오랜만의 인터뷰를 위해 동아리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는 말을 들으며 공과대학 지하 1층에 위치한 ‘기상천외’ 동아리 방으로 들어갔다.

33㎡(10평) 남짓한 공간의 한쪽 벽면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칠판이 걸려 있다. 그 양옆으로 100여개의 상장, 상패, 메달이 진열된 책장이 보인다. 공구함이나 보일러 옆에는 정체 모를 물건이 쌓여 있다. 밑창이 뚫린 축구화, 카메라같이 생긴 담배 케이스, 영문으로 작성한 발명품 설명서는 창틀에 차례로 세워져 있다. 기자가 몇몇 발명품을 보며 신기해하자 “회원들이 만든 발명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홍보부장’ 감투를 쓴 김영기(24·기계공학) 씨가 ‘기상천외’를 소개했다. 인터뷰에 모인 김주안(20·공학계열), 김현식(23·기계공학), 김지현(21·기계공학), 임종민(26·전자공학), 최종익(23·기계공학), 홍종덕(22·화학공학) 등 회원들은 홍보부장의 너스레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야단이었다.

“‘기상천외’는 9년 전 발명을 좋아하는 선배 몇 명이 모여 만든 발명 동아리예요. 그야말로 발명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발명을 좋아하던 분들이죠. 우리 동아리에 계속 나온다는 것은 ‘나는 무언가를 발명하는 중이다’라는 의미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발명대회 준비를 하지요.”

이들은 “성적 관리를 위한 공부보다 발명대회 참가 준비가 훨씬 즐겁다”고 말한다.

“전업 발명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 아니 발명가가 되겠다고 해도 학점 관리는 해야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떤 경우든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공부와 발명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큰 고민 없이 발명을 선택하는 편이에요.”(홍종덕)


물론 ‘기상천외’ 회원 중에도 발명에는 관심 없지만 선배 손에 이끌려 가입한 신입생도 더러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3~4개월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 누구보다 더 적극적인 발명가가 된다는 점이다. 김현기 씨는 “아무리 사소하고 유치해 보이는 의견이라도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것이 ‘기상천외’의 힘이자 밑천”이라고 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가 가장 긴장돼요. 그럴듯한 발명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지만, 대개 ‘과연 될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의견이 많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도 모두 머리를 맞대고 토의하고 실행에 옮기죠.”(최종익)

이렇게 떠오른 발명 아이디어는 ‘기상천외’의 체계적인 팀 시스템을 통해 구체화된다. 아이디어 고안자를 주축으로 두어 명의 회원이 한 팀을 이뤄 발명대회나 특허출원 등을 준비한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 이렇게 팀을 이뤄 만든 발명품일지라도 모든 영예는 최초 고안자에게 돌아가는 게 ‘기상천외’의 룰이다. 그걸 불공평하다거나 서운해하는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지현 씨는 “내 발명품을 만들 때 다른 회원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회장 임종민 씨는 “무엇보다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과정에서 기발한 발상을 찾는 것”이 ‘기상천외’의 노하우라고 했다. 선후배 관계가 유난히 돈독한 것도 ‘기상천외’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


‘기상천외’ 학파 만들어 노벨상 수상자 배출할 것

이번 말레이시아 국제발명품전시대회에서 ‘N형 맞춤 다각도 블록’으로 금상을 받은 신입회원 김주안 씨는 “세계적인 경영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만든 발명품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킬 기업을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다. 스무 살 앳된 청년은 발명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있다. 앞으로도 발명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고민이란다. 회장 임종민 씨는 ‘이동·제동이 가능한 의자바퀴’를 개발해 동상을 받았는데, 현재 상품화 단계에 들어가 있다.

“어린이 발명가를 길러내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발명가가 많은가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힘이 되니까요. 아이들에게 발명 기초 상식을 게임을 통해 알려주고, 모든 프로그램을 놀이처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6회에 걸쳐 발명캠프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 발명캠프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초청하기 위해 학교와 선배, 발명대회를 통해 알게 된 사회 각계각층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상천외’는 숙명여대 발명 동아리인 ‘엉뚱한 사람들’과 함께 어린이 발명캠프를 열고 있다. 동아리 회원은 캠프 기간 동안 발명 지도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이 발명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캠프 이야기가 나오자, 동아리 컴퓨터의 사진 폴더에서 지난해 캠프 사진을 찾아보던 회원들은 “올해는 선생님을 더 데려가자” 등 보완할 점을 상의하기도 했다. 그때 동아리 방문이 열리며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휴가 나왔냐?” “반갑다”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군입대 전 ‘기상천외’ 회원으로 활동했던 유승용(23·기계공학) 씨는 현재 육군에서 군복무 중인 상병. “군대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많아 발명품에 대한 생각을 더 자주 한다”고 했다. 군대에서 생각한 발명 아이디어를 들려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끝이 십자형으로 된 물파스형 모기약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여름철 모기에 물린 부위를 십자형으로 자국을 내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에게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회원들은 “그럴싸하다” “특허출원부터 검색해보라”라며 재미있어했다. 이 발명 동아리의 회원들이 가진 발명의 큰 그림은 무얼까.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발명을 하고 싶다”(홍종덕), “꼭 필요한 쓰임새가 없을지라도 삶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최종익), “현실의 불편함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는 발명을 하겠다”(김영기)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김현기 씨는 “‘기상천외학파’를 만들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고 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데, 우리는 한 명밖에 없다. 발명으로 반드시 노벨상을 수상하고 싶다”며 만세를 불렀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동아리 방을 나서기 직전,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의 원칙을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믿고 실천하는 것.”

사진 : 김선아
  • 201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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