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아쿠아리움 아쿠아리스트 김태호

성질 급한 갈치・멸치도 수족관에서 키워요

해양테마파크인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들어서자 유치원생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오전에는 유치원생, 오후에는 연인들로 붐비는 성수기를 맞은 수족관은 여름철 한낮 더위를 사냥하는 듯하다. ‘물의 여행’이라는 테마처럼 물의 흐름에 따라 강에서부터 깊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여행하는 기분이다. 거대한 수조를 관통하는 국내 최초의 아크릴 해저터널에 들어서면 양옆은 물론 머리 위까지 바다 속을 180도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총 1만4350㎡인 130개의 수조에는 650여 종 4만 마리의 수중생물이 살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식인 물고기인 피라냐,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크, 전기뱀장어, 수달 등 세계 곳곳에서 서식하는 화려한 열대어와 해마, 해룡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는 국내 최초로 ‘멸치’와 ‘갈치’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우리 밥상에도 자주 오르는 생선. 그런데 이름에 ‘치’ 자가 들어가는 물고기는 성질이 워낙 급해 잡으면 바로 죽어버리므로 수조에서 살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갈치나 멸치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아쿠아리스트 김태호(30) 씨가 처음으로 수족관에서 갈치・멸치 키우기를 시도했다 한다. 남해의 섬들로 갈치・멸치를 직접 채집하러 다니는 김태호 씨는 “채집을 가기 전에 미리 수족관의 온도와 염도를 남해의 현지 환경과 비슷하도록 맞춰놔요. 갈치와 멸치는 정말 까다로운 물고기거든요”라고 말한다. 최대한 빨리 운반해 오는 것이 관건이다.

“바위에 서서 바라보는 넓고 푸른 바다에 감동하고, 그 바닷속으로 들어가 신기한 바다 생물들을 보면 가슴 벅차게 행복해집니다.” 김태호 씨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5년째 ‘아쿠아리스트’ 로 활동 중이다. 아쿠아리스트는 흔히 수중 다이버로 착각하는데, 아쿠아리스트는 새로 들여온 물고기를 적응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수족관에 해조류를 길러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며, 관람객을 위해 전시 기획하는 일까지 하는 일이 복잡다단하다.

수족관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시 중인 멸치와 갈치.
그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첫 번째 코너인 ‘아트홀’ 도 담당하고 있다. 알록달록 색색의 물방울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물기둥. 시즌별・테마별로 전시 어종이 바뀌는 6개의 실린더 수조는 예술작품처럼 아름답다. 현재 아트홀에는 ‘피라루크’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물고기로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주로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의 아마존 강 유역에 살며 최대 5~7m까지 성장하는 대형 물고기) 가 전시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인터뷰를 하던 그가 10시가 넘자 갑자기 바빠졌다. 물고기에게 아침 먹이를 주는 시간이다. 물고기 얘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는 그의 모습에서 ‘물고기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가 느껴졌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해양생물학.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온 해양조류 매너티. 오늘의 먹이는 ‘얼갈이배추’다.
“연구를 목적으로 연산호와 여러 종류의 어류를 키우며 다이빙할 기회가 많았죠. 검푸른 바닷속으로 뛰어들며 ‘아쿠아리스트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바다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의 수족관은 코엑스 아쿠아리움, 부산 아쿠아리움, 63빌딩의 시월드 등 세 군데. 이곳에서 아쿠아리스트로 활동하는 사람은 60여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역시 아쿠아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모집 공고가 나지 않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곳곳에 수족관이 설립될 계획이라 앞으로 아쿠리아스트도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물고기에게 먹이 줄 때 가장 행복해

남해에서 직접 멸치를 채집하고 있는 김태호 아쿠아리스트.
그는 입사 후 어류의 질병과 사육에 관련된 기초적인 과정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는 13명의 아쿠아리스트는 해양생물학, 어병학(수산생명의학), 해양학, 양식학 등을 전공했다. 그러나 꼭 관련학과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어류의 다양성, 생태, 질병, 습성에 관련된 지식이 있고, 어병 기사, 양식 기사, 스쿠버다이빙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아쿠아리스트 김태호 씨는 매너티(젠틀 자이언트(Gentle giant)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온순한 거대 초식 동물. ‘바다소’ ‘해우’라고도 한다)의 아침 먹이를 주기 위해 수중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날의 메뉴는 얼갈이배추. 능수능란한 솜씨로 정성스레 손질하는 모습은 ‘물고기 아버지’ 그 자체였다. 그는 물고기들을 위해 다양한 먹이를 준비한다고 한다.

“각 물고기의 습성에 맞게 손질해주어야 해요. 껍질을 까거나 뼈를 발라줘야 하는 것도 있고, 입이 아주 작은 물고기에게는 새우를 다져주기도 합니다.” 그는 순식간에 먹이를 먹어 치우는 물고기들을 바라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아쿠아리스트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오전 8시, 물고기의 상태나 특이사항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각종 기기들을 점검하며 시작된다. 오전 9시에는 수족관으로 다이빙해 물 밖에서 발견하기 힘든 물고기의 상태를 파악한다. 질병에 걸린 개체는 검역 수조로 따로 옮긴다. 수조 속 모래나 바위 등에 낀 찌꺼기를 제거하고, 흐트러진 데커레이션을 정리하기도 한다. 관람객이 물고기를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아크릴 창 안쪽 면을 깨끗이 닦는 것도 이들의 몫. 오후에는 각자 연구 시간을 갖는다. 수질 테스트도 하고, 먹이로 공급될 미생물을 배양하기도 한다. 어병 관리 담당자는 오전에 다이빙하면서 발견한 물고기의 질병을 조사해 치료나 예방책을 구하기도 한다. 오후 5시부터는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고 남긴 껍질 등 찌꺼기를 정리하고, 사육일지를 작성한다.

수족관 관리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800볼트까지 전기를 발생하는 전기뱀장어를 옮기다 감전된 사고도 있었고, 도마뱀에게 먹이를 주다 물려 열 바늘가량 꿰맨 적도 있다. 이런 크고 작은 사고도 소중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아쿠아리스트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이렇게 말한다.

“몇 년 전, 길이가 1m나 되는 자라가 질병에 걸려 한 달가량 먹이를 먹지 않았어요. 그 자라가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했을 때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아기를 돌보는 엄마도 이런 마음이겠지요.”

‘아쿠아리스트’ 란 바다의 향기를 계속 맡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다음 주에 해양생물 전공 대학원 면접이 있어요. 일하면서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요. 모든 생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크듯이 저는 수중생물에게 저마다 특색에 맞는 먹이를 만들어 먹이고, 질병에 걸리는 생물이 없도록 할 겁니다. 수질과 수조의 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하고, 저의 작은 노력으로 아쿠아리움을 관람하는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연인에게는 값진 ‘추억’을, 그리고 모든 이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사진 : 진구
  • 201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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