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사진 전문작가 장남원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 바다 속을 보여드릴게요

전문 다이버가 아니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바다 속 세계는 상상과 호기심의 공간이다. 그 궁금증을 못 이겨 직접 카메라를 메고 물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수중사진 1세대로, ‘수중사진의 교과서’라 불리는 장남원 작가가 그 주인공. 그는 지난 3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바다 속을 누비며 날것 그대로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독특하고 신비로운 수중사진, 그 일부를 전시회를 통해 공개한 그는 이번 사진전을 “내 젊음을 바친 바다에 대한 헌사”라고 표현했다.

정어리 떼.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띤 바다 사진은 영화 <그랑 블루>의 포스터를 연상시켰다. 한 무리의 정어리 떼가 유영하는 모습이 장관이고, 바다 안팎의 경계면에서 빛과 함께 막 물속으로 내려오고 있는 다이버의 모습이 신비롭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포유류로 알려진 혹등고래, 지느러미가 마치 날개처럼 생긴 가오리과의 만타 등 신기한 바다 속 생물들도 눈길을 끈다.

흔히 볼 수 없는 사진들로 가득한 이 작품전의 주제는 ‘海’. 바다와 함께 반백이 되었다는 그는 “바다에게 받기만 했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 겨우 생각해낸 것이 우리가 어울려 놀 때 찍은 기념사진을 물 밖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이번 작품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만타레이.
“바다는 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보고예요. 조물주가 만들어낸 자연 박물관이죠. 별별 것이 다 있어요.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에 빠져 바다 속을 드나든 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아낌없이 베풀어준 바다에 대해, 약소하지만 신세를 갚는 자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걱정이에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까 봐.”

중앙 일간지 사진기자였던 그는 1979년, 취재를 위해 처음 물속에 들어갔다. 그 일로 수중 세계에 매료된 그는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본격적으로 수중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국내외 바다를 찾았다. 당시만 해도 수중사진은 접사 사진 위주였지만 그는 광각 렌즈를 이용해 바다의 웅장한 이미지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미개척 분야이던 수중사진을 다큐멘터리 스타일에서 예술 사진의 한 장르로 발전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1999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수중사진학교도 열었다. 이곳을 통해 배출된 후배들이 지금 그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수중사진계를 이끌고 있다.

잠수부.
그는 기자 시절에도 소말리아, 르완다, 걸프전 등의 종군기자로 내전 현장을 누볐고, 청와대를 비롯해 수많은 출입처와 사건 현장에서 ‘호소력 있는 사진’ 한 장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년간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 수중사진 작가가 된 것은 1997년. 사람들은 그가 수중사진에 ‘미쳐’ 회사를 그만 둔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그는 당시 “전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제가 술을 좋아해요. 신문사에 다닐 때도 술로는 회사 안에서 랭킹 1~2위를 다툴 정도였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대폿집을 차리려고 했어요. 내 술값만 건져도 손해는 아니겠다 싶어서(웃음). 1년 반 동안 세계 각국 바다를 다니며 수중사진을 실컷 찍고 돌아와 정말로 집사람과 함께 가게를 냈어요. 생각보다 잘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돈이 많이 드는 수중사진을 찍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집사람에게는 미안하고 고맙죠.”



바다는 절대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되는 곳

수중사진은 바다 속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계속 움직이는 피사체들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진에 비해 훨씬 어렵다. 렌즈를 갈아 끼울 수도 없고, 스트로브가 고장이라도 나면 한 컷도 건지지 못한 채 그대로 철수해야 한다. 크고 무거운 장비에 스포츠 다이빙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의 사진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이유다. 미지의 세계를 누비는 동안 특별한 경험도 많았다. 말로만 듣던 혹등고래를, 그것도 새끼까지 업고 있는 고래를 만나 무서운 것도 잊고 셔터를 눌렀던 일은 지금도 그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동굴_ 잠수부.
난파선 다이빙의 천국으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축(chuck)’이라는 곳에서는 죽을 고비도 넘겼다. 수심 66m 해저에 가라앉은, 태평양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난파선의 모습을 찍겠다는 욕심이 화를 부른 것. 스포츠 다이버의 경우 수심 25m 이하로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바다 깊이 내려갔다. 순간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다. 물 밖으로 겨우 나와 호텔로 돌아와보니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동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렇게까지 하며 사진을 찍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모습으로는 도저히 한국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죽을 생각까지 했었죠. 동료들이 돌아오는 통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그때 죽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25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거든요(웃음). 의사 말로는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자연치유가 된 거예요. 바다란 절대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걸 깨달은 사건이었죠.”

돌고래.
그는 이번 사진전이 끝나는 대로 또 바다로 달려갈 계획이다. 두 달에 한 번꼴로 국내외 바다를 찾는다는 그는 “지겨워지거나 힘들어지면 그때 그만 둘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나이 어느덧 예순, 바다에서 젊음을 보낸 그는 전시회장 한켠에 바다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풀어냈다.

“이제는 바다가 나를 나가라 한다. 세월에 지친 내 어깨를 밀어낸다. 거친 이 바다를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돌아가라고 마음에도 없는 거센 파도로 나의 길을 막는다. 안쓰러워 보이나 보다. 그래도 나는 안다. 바다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기다린다는 것을. 더욱이 그 바다 속엔 나의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바다, 그들의 숨결이 있는 바다, 나는 그 바다로 간다.”

바다와 친구가 된 그가 이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본 바다 속 풍경은 7월 18일까지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선아
  • 201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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