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베트남과 한국의 전통 악기가 만나면 어떤 색깔의 음악이 나올까?

베트남 전통 악기 ‘단보우’ 연주자 레 화이 프엉

베트남을 ‘단보우의 고향, 단보우의 나라’라고도 부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베트남의 전통 악기인 ‘단보우’가 우리에게는 낯설기 때문이고,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단보우에 대한 관심이 조용히 일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베트남의 젊은 단보우 연주자 레 화이 프엉(29) 씨 덕분이다. 그는 2003년 베트남 단보우 콩쿠르에서 1등한 실력자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 화이 프엉 씨를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베트남 후에 음악대학교와 베트남국립음악원에서 단보우를 전공한 후 음악원 강사로 일하던 레 화이 프엉 씨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타악 전공) 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립극장 아시아 동반자 공연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공연,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공연, 서울시립국악단 연주를 통해 단보우의 존재를 알리고,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해금 연주자 강은일, 퓨전 국악그룹 ‘그림’ 등과 협연하면서 베트남 음악과 한국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단보우는 한 줄의 현만으로 연주해 영어로는 모노코드(Monochord)라 불린다. 그런데 한 줄 현에서 나오는 음색이 미묘하고 신비하며 애잔하다. 단보우의 역사는 중국 당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하나 정확하지는 않다. 수백 년 동안 베트남 사람들의 성정을 대변해오면서 베트남 문학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단다.

“‘단보우 소리는 자신밖에 못 듣는다’라는 옛 속담이 있을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합니다. 한 줄이지만 모든 음성과 사람의 정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지요.”

조용하고 낙천적인 베트남인들의 성정을 닮아서 외국에서는 단보우를 흰 아오자이 전통 의상만큼이나 베트남의 상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금처럼 서양 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퓨전 음악으로도 각광받는 악기라는 것.

그는 단보우 소리가 ‘양’보다는 ‘음’의 느낌이 강한 것 같단다. 그래서 더 신비한 느낌이 들고, 자신의 스타일과도 잘 맞아 ‘운명’이라고 느낀단다.

“호치민(제2차 세계대전 뒤 아시아의 반식민지운동을 이끈 인물)은 감옥에서 이런 시를 썼어요. ‘잠깐 나는 이곳에 있을 뿐이다’라며 ‘오늘은 비가 오지만 내일은 해가 비칠 거야’라고요. 베트남인들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낙천적입니다. 미래는 밝다고 생각하지요. 베트남인이면 누구나 따라 부르는 한국의 ‘아리랑’과 같은 민요로 ‘드럭종금’이라는 게 있어요. ‘드럭종금’은 노래 제목이기도 하고 한국의 북과 같은 악기의 이름이기도 해요. 보고 싶은 여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것인데, 매우 즐겁게 부르는 노래예요. 아리랑과는 달리 낙천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랍니다.”

단보우는 오른손에 작은 피크(pick)를 들고 왼손에는 물소의 뿔로 만든 특이한 음조절대(can dan)로 음을 만들어 연주한다. 원래는 굵은 대나무 통으로 몸체를 만들고 그 위를 실크로 감아 연주했다 한다. 그 후 단보우는 개량화 단계를 거치면서 소리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실크에서 쇠줄로 바뀌었고, 왼손의 음조절대도 대나무보다 더 유연성이 있는 물소 뿔을 쓰기 시작했다. 또 피크(pick)를 가로로 오가면서 터치하는 하모닉스(harmonics) 연주법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발전을 해왔다고 한다.

“해금 연주자 강은일 선생님과 다양한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어요. 2008년도에는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 아나야 팀과 함께 연주해 아리랑상을 받았고요.”


‘단보우’ 콩쿠르 1등한 실력자, 한국 타악기 공부하고 싶어 한예종 입학

그는 지난 2006년, 문화관광부의 아시아음악 프로그램 연주자로 초대받아 1년동안 우리나라 국립극장 단원(베트남 대표)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아시아 각국 음악가들이 한국 음악가들과 교류하면서 아시아 문화를 알리자는 문화관광부 프로젝트였는데, 요즘은 아프리카 음악까지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마친 후 한국의 타악기에 반해 아예 한국에 눌러앉은 것. 그는 한국의 젊은 국악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단보우의 전통을 잇되 21세기 월드뮤직 속에서 어떤 색깔을 내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고 말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동서양의 타악기를 모두 배우는 것도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라고.

그는 한국어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정적인 베트남의 단보우와 역동적인 한국의 타악기의 만남을 통해 그 자신도 정적이었던 내면에서 역동성을 끌어내는 등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가 단보우를 배운 것은 아홉 살 때부터. 지금 그가 사용하는 악기는 15년 전 어머니가 사준 것이다. 단보우의 몸통에는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표현한 풍속화가 자기로 새겨져 있다. 그의 고향은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고도(古都)인 ‘후에(Hue)’. 세계문화유산 도시로도 유명한 곳이다. 1945년까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300년 된 수도였던 곳으로, 하노이에서 660km 정도 떨어져 있다. 단보우를 배우게 된 계기는 어머니 때문이었단다.

“어머니가 후에의 한 예술대학교 행정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찾아갔다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배우다 단보우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그의 고향 후에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느림의 도시’로 통한다. 사람들도 순하고 조용하고 느리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점심 때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어요. 형제들과 과일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과일을 따먹고 놀던 기억이 선해요.”

공연 후 뒤풀이를 하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로 ‘이제 한국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느끼지만, 베트남에 대한 기억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단다. 흰 아오자이를 입고 단보우를 연주하는 그. 그를 통해 베트남의 음악과 한국음악이 어떻게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자못 궁금하다.

사진 : 진구
  • 2010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