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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테디베어 인형 발전시켜 미국 진출하다

원명희 한국테디베어협회장

고향은 독일, 이름은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테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에서 따온 곰 인형 테디베어. 크기도 표정도 다양한 테디베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한국테디베어협회의 사무실은 업무 공간이라기보다는 휴식이나 놀이 공간인 듯 아기자기하고 편안해 보인다. 이곳의 안주인인 원명희 한국테디베어협회장은 국내 최초로 테디베어를 대중화한 인형 콘텐츠 CEO다.
지난해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피겨대회에서 ‘피겨퀸’ 김연아는 쇼트와 프리 스케이팅을 각각 마치고 객석에서 던진 곰 인형을 집어 들었다. 김연아 선수의 의상과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테디베어는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이후 ‘연아테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면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인형을 제작한 이가 바로 원명희(46·한국테디베어협회장) 씨다.

“개인적으로 김연아 선수의 팬이라서 응원용으로 제작한 테디베어인데, 일본에서 대회를 관람한 지인이 대신 전달한 거예요. 애초에 상업적인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닌데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어서 판매하게 되었죠.”

스타와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탤런트 원빈의 애견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면서부터. 아끼던 강아지 ‘이브’의 죽음을 슬퍼하는 원빈을 위로하기 위해 그의 애견 인형을 제작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강아지 귀에 원빈의 친필 사인을 넣고 엉덩이에는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박아 넣은 이 인형은 2000여 점이 제작돼 일본 팬들에게 판매되었고, 남은 인형은 원빈이 후원하는 고아원에 기증됐다. 그는 이어 비, 이영애, 최지우, 이서진, 지진희, 소지섭 등 스타들의 캐릭터 인형을 연이어 출시했고, <선덕여왕>이나 <아이리스> 같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형상화한 테디베어를 출시해 한류 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캐릭터 상품은 특히 일본시장이 큽니다. 비의 콘서트에 가보면 80% 이상이 40~50대 아주머니 팬들인데, 가방에 비 캐릭터 인형을 7~8개씩 주렁주렁 달고 있어요. 일본인들은 컬렉션하는 것을 좋아해서 스타 관련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구입하거든요. 중국도 슬슬 가세하는 추세예요.”

김연아 선수를 형상화한 연아테디.
지금까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테디베어는 어림잡아 1만 개 이상. 그가 인형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인형 옷 만드는 것을 즐겨했던 그는 미대를 졸업한 후 인형회사에 취직, 11년 동안 인형 디자이너로 일했다.

“인형을 만들어 수출하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유럽에서는 테디베어가 단지 인형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더군요.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들이 좋아 보였어요. 나도 그들처럼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회사를 그만둔 그는 홍대 앞에 작은 테디베어 공방을 차렸다. 꾸준히 인형을 만들고 있으니 테디베어를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내친김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르치기 시작했다. 수강생이 늘고 인기를 끌자 그는 서울의 유명 백화점 문화센터들을 찾아다니며 ‘테디베어 만들기 강좌’ 개설을 제안했다.

“백화점 측에서는 사람들이 과연 인형을 만들려고 할까 반신반의했는데, 강좌를 개설한 지 이틀만에 수강인원이 다 찼어요. 1주일에 여덟 차례 강의하느라 서울 시내 안 가본 백화점이 없었죠.”

수제 인형에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DIY형 테디베어는 순식간에 확산되었고, 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테디베어의 패턴과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전국에 체인점을 냈다. 여자 친구에게 곰 인형을 사주겠다고 공방에 들른 남자들에게도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기쁨을 맛보라”며 작품을 만들게 했다. 직접 바느질해 테디베어를 만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져 불면증을 치료했다며 감사를 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빅뱅 롤리팝테디(왼쪽), 〈선덕여왕〉의 비담과 미실테디(오른쪽).
“오랫동안 회사 디자인실에 갇혀 있다 공방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테디베어를 만드니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계속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일했어요.”

처음에는 독일에서 고가의 원단과 재료를 수입해서 인형을 만들다 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저렴한 원단과 헌옷을 재활용해 제작한 인형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일이라 외환위기 때에는 공방을 차리려는 주부들로 더욱 번창했다.

“저에게 교육받고 재료도 공급받는 수강생들이 테디베어 만들기를 가르치는 체인점이 전국적으로 80여 곳이에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고요. 주부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는 데 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생각하면 정말 뿌듯해요.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요.”


테디베어 인형으로 박물관·테마파크 만들어

2001년 제주도에서 개관한 테디베어 박물관은 사람들이 테디베어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기획할 때는 이게 잘될까, 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영화 〈타이타닉〉을 재현할 때도 사람들에게 유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화려한 선상파티로 바꾸어 표현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유리장 안에 갇혀 있는 테디베어들을 관람객이 만져보고 체험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관람객이 인형을 만지고 탈 수 있는 어린이 테마파크를 만들었는데, 테마파크와 뮤지엄을 합해 ‘테지움’이라 이름 붙였다.

“코끼리·기린·호랑이 등 동물을 실물 크기 인형으로 만들어놓고, 테디베어가 안내하는 것같이 해놓은 사파리 형식이죠. 아쿠아리움의 물고기나 해초도 모두 봉제로 만들었습니다. 미니어처 인형으로 동화의 장면들을 재현해놓기도 했고요.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워요.”


올해 말 오픈 예정으로 경주 보문단지에 착공하고 있는 경주 테지움은 드라마 ‘선덕여왕 존’이 포함되는 등 좀 더 동양적인 콘셉트로 꾸밀 계획이다. 외국인이나 학생들이 이곳에서 테디베어로 표현한 한국 문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주)imbc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드라마 〈대장금〉 〈선덕여왕〉의 주요 캐릭터와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등의 캐릭터들을 테디베어 미니어처 세트로 제작하는 전시사업을 진행하는 등 테디베어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모두 그녀를 통해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원명희 협회장만의 감성과 스토리가 덧대어진 테디베어는 해외에 진출할 욕심을 내고 있다. 이미 미국 마이애미 어린이 박물관 안에 테디베어 박물관을 만들고 플로리다 주 정부가 인정한 비영리 법인을 설립해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한국의 테디베어를 소개한 바 있는 그는 향후 세계 곳곳에 어린이 테마파크를 건립하고 싶다고 한다.

“테디베어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친숙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홍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아직까지 테디베어를 산업화한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것으로 특화해서 해외로 진출하면 그 부가가치를 기대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5년, 나사렛 대학교에 완구디자인과를 개설하기도 한 그는 인형학교를 세워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계획에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담긴 캐릭터 개발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다.

“똑같은 패턴과 재료를 사용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인형의 표정이 달라지는 거 아세요? 기분이 우울할 때 만든 테디베어는 웃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즐겁고 감사하려 노력하죠. 테디베어는 저에게 감동과 희망의 원천이에요.”

사진 : 진구
  • 201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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