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홍길동〉 주연 맡은 ‘슈퍼주니어’ 예성ㆍ성민

‘홍길동’이 된 아이돌 스타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조은정 TOPCLASS 인턴기자

뮤지컬 <홍길동>
www.musicalhongildong.kr
2010년 2월 18일 ~ 4월 18일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문의 : 02-523-3935
13인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일명 슈주)’의 예성과 성민이 뮤지컬 무대에 선다. 2월 중순부터 두 달간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 〈홍길동〉의 주연으로 각각 발탁된 것. 두 사람 외에도 조범준, 여운 씨가 주연을 맡아 ‘4인 4색’ 홍길동을 보여준다.

1300여 명이 몰리면서 3개월 가까이 진행된 오디션에서 이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가수들을 제치고 주연에 뽑혔다. 심사위원단은 ‘강한 내면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우선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연습이 한창인 1월 중순, 연습실 근처의 양재동 한 카페에서 이들을 단독 인터뷰했다. 연습 도중에 뛰쳐나와 편안한 점퍼 차림인 이들은 “몸에 좋은 것을 마셔야 한다”며 각각 검은콩라테와 허브티를 시켰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설 때는 실수해도 ‘이해해주겠지’ 했는데,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부담이 커요. 팬들의 기대수준도 높아졌고요.”(성민)

“고민이 많아요. 두 작품 다 창작이기 때문에 저만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게 과제예요. 선배님들이 ‘첫 번째 작품보다 두 번째 작품이, 두 번째 작품보다 세 번째 작품이 더 어렵다’고 하셨는데, 맞는 것 같아요. 연습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예성)

이들의 연습량은 하루 9시간 정도.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연습한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홍길동〉이 두 번째 뮤지컬 무대다. 예성은 김훈 원작의 창작 뮤지컬 〈남한산성〉에, 성민은 〈아킬라〉에 각각 출연했었다.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다고 소문났기 때문일까. 뮤지컬 〈홍길동〉에 대한 호응이 거세다. 티켓 오픈 첫날인 1월 25일에만 3000여 명이 예매했다. 이들은 쏟아지는 관심이 싫지는 않으면서도 두 사람만 조명되는 것에 부담스러워했다. “다른 배우들과 앙상블들이 저희보다 훨씬 고생이 많다”며 다른 배우에 대한 얘기도 넣어달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

이 뮤지컬은 홍길동의 고향으로 알려진 장성군(군수 이청)이 주최하고 (사)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 고명애)가 제작하는 민관합작 뮤지컬로, 지자체가 만든 최초의 작품이다. 허균의 국문소설 《홍길동전》의 홍길동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이라는 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홍길동과 관련된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 속 실존인물’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했다. 불의에 맞서고 유토피아를 꿈꾸던 ‘민중 영웅’보다 ‘인간 홍길동’에 초점을 두었다. 화려한 무술신이 많아 스펙터클한 전쟁의 긴장감을 표현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공연을 마친 후 상하이 엑스포, 일본,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의 공연이 계획돼 있다.

예성과 성민, 두 사람은 완전 딴판이다. 생김새도 목소리도 성격도. 리드보컬인 예성은 남성스럽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면, 선이 고운 성민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매력을 지녔다.

“성민이랑 같이 홍길동 역에 캐스팅됐다고 들었을 때, 제가 어른 길동, 성민이가 어린 길동 역인줄 알았어요. 이미지가 다르잖아요. 다른 느낌을 그대로 살렸어요. 길동의 헤어스타일도 다릅니다. 저는 머리를 길게 해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면, 성민이는 머리를 묶어서 의욕적으로 보이게 했어요.”(예성)

“예성이 형이 부러워요. 홍길동은 형의 실제 성격과 닮은 점이 많죠. 형도 홍길동처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솔직하고, 카리스마도 있거든요. 그래서 형의 연기는 자연스러워요. 저요? 저는 형과는 차별화된 캐릭터로 승부해야죠. 홍길동의 따뜻한 내면을 표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요.”(성민)

성민이 이전에 출연했던 뮤지컬 〈아킬라〉에서는 대사가 없었다. 유일한 대사가 “아킬라”였다. ‘아, 킬, 라’ 세 음절로 모든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 그만큼 감정 표현의 비중이 큰 역할이었다. 반면 예성은 〈남한산성〉에 이어 다시 역사적인 내용을 다룬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이라 한결 편하다고 한다. 예성 스스로도 “두 번째 사극이라 낯설지 않은데다 지난번에는 슬픔 가득한 37세의 악역이었지만 이번에는 평소 성격과 비슷한 작품을 연기하게 돼 한결 편하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아이돌 가수로 무대에 설 때와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설 때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가수로 무대에 설 때에는 가사에 표정을 담기 힘들잖아요. 워낙 멤버도 많고. 하지만 뮤지컬을 할 때에는 배역에 푹 빠져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킬라〉에서 친구의 죽음에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어요.”(성민)

“가수로 데뷔했지만 음악만큼 영화를 좋아해서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아마 제 주변에 저만큼 영화를 많이 본 사람도 없을 걸요?(웃음) 소장하고 있는 DVD가 2000장이 넘고, 웬만한 개봉작은 거의 다 봐요. 특히 한국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죠.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 씨 같은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예성)


‘아이돌의 미래’에 관해 고민 많아요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슈퍼주니어. 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2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같은 ‘아이돌’로 분류되지만 2PM은 평균 나이 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까마득한 후배다. 2005년 데뷔해 6년째 슈퍼주니어로 활약 중인 이들은 고민이 많다. 멤버가 많은 만큼 재능과 끼도 각기 달라, 각자의 재능을 살려 다른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슈주’의 멤버 중 기범은 영화 〈주문진〉에 출연 중이고, 이특, 은혁, 신동은 버라이어티쇼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들 스스로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슈주’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슈퍼주니어가 앞으로도 10년, 20년 계속 갔으면 좋겠어요. ‘주니어’라는 이름이 장점이에요. 데뷔한 지 6년 됐고, 나이가 찼는데도 여전히 어리게 봐주시니까요. 아직 한국에서는 장수한 아이돌 그룹이 없지만, 일본에는 스맵(SMAP)이나 아라시(Arashi) 등 인기가 식지 않는 아이돌 출신 그룹들이 있어요. 우리라고 왜 안 되겠어요?”(예성)

“멤버들끼리 ‘슈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같은 모습, 같은 멤버로 활동하지는 않더라도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은 영원히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더라도 1년에 한 번씩은 앨범 내고 공연하고 그렇게 말이에요. 음악적으로 실력이 쌓일 테니까 작곡, 프로듀싱을 우리끼리 해서 앨범을 내도 재미있겠죠?”(성민)

예성과 성민은 성장 환경도 완전 딴판이다.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예성은 어릴 적부터 자립심이 강했다. 지난해 초에는 부모님을 위해 홍대 앞에 ‘밥톨스’라는 프렌차이즈 한식당을 열어드릴 정도로 효자다. 반면 성민은 ‘부잣집 아들’이다. 성민의 아버지는 국내 1위의 전자세금계산서비스 기업 ‘센드빌’ 대표.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오빠밴드’에 고정출연했던 성민을 보면서 ‘참 해맑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려움 없이 자란 성장 환경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도, 성장환경도, 성격도 완전 딴판인 두 사람이 연기하는 뮤지컬 <홍길동>. 이들이 그려내는 같은 역, 다른 느낌의 홍길동이 기대된다.

사진제공 :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 201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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