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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인기 누리는 그녀 목소리

‘남녀탐구생활’ 내레이션 하는 성우 서혜정

“먼저 TV 보는 엄마 탐구생활이에요.
대충 아침밥 올려놓고 TV를 켜요.
뉴스에서 나오는 깨알 같은 정보들. 다 필요 없어요.
드디어 7시 50분. 드라마가 시작돼요.
역시 막장은 아침 드라마가 짱이에요.
바람피고, 배신하고, 복수하고, 감금 폭행까지.
독해~ ”

(MBC FM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 ‘TV 보는 엄마와 아들’ 편)
감정을 솎아 낸 듯 냉철한 목소리가 귓가에 꽂힌다.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빼곡한 원고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데 거침이 없다. 흔들림 없는 톤과 일정한 스피드. 혹시 녹음방송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니 생방송이란다. 기계적이던 목소리는 금세 팔색조처럼 엄마와 아들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패널과 방청객의 박장대소. 이어지는 박경림 씨의 칼칼한 목소리. “지금까지 성우계의 이영애, 서혜정 씨였습니다.”

이제껏 성우라는 직업이 이렇게 부각된 적이 있던가. 시청자 게시판과 프로그램 관련 기사 댓글에는 “내레이션 덕에 프로가 산다”는 칭찬 일색이다.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 이야기다. 그 화제의 중심에 성우 서혜정 씨가 있다.

“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문의하신 번호는 XXX 국에 XXXX 번입니다.” 114 번호 안내부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대만 국립박물관의 한국어 음성 안내, 책 읽어 주는 CD까지. 이쯤이면 설명과 안내에 최적화된 목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굴지 기업들 ARS 안내 음성도 그의 입을 거쳤다. KBS 국제방송 <문화 속으로> 진행을 맡고 있고,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의 해설을 맡은 지는 7~8년 됐다.

오랜 기간 그는 KBS 외화 시리즈 <엑스파일>의 ‘스컬리 목소리’로 대중을 만났다. 요새 젊은 세대들은 “남녀탐구생활 내레이션” 하면 무릎을 탁 친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 세일러 마스 역, <란마1/2> 주세나 역, <사랑의 천사 웨딩피치> 데이지 역, <이누야샤> 금강 역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조연을 맡아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하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치와 시팍>에서는 사이코 같은 정보국장 역으로 나왔다.

KBS 한민족방송 <라디오극장> ‘허난설헌’ 편 녹음을 마치고 나온 그를 만났다. (그는 주인공 ‘허난설헌’ 역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를 찾는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힘들지 않느냐고요? 저는 정말 즐거워요. 다른 사람도 제 경우라면 즐겁지 않을까요?”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인기의 일등공신인 ‘기계음 내레이션’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이디어는 감독님 머리에서 나왔어요. 예전부터 알던 분이라 저를 잘 아니까 이런 걸 시키면 재밌겠다는 게 머릿속에 있으셨나 봐요.”

프로그램의 스타트를 끊는 것은 그다.

“제가 첫 작업을 해요. 먼저 제가 녹음하면 그걸 가져가서 촬영장에 틀어 놔요. 거기에 맞춰 연기자들이 연기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대충 감이 잡히는데 첫 회 녹음할 때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정말 감이 안 잡혔어요. 나중에 모니터하고서야 알았죠.”

그는 NG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NG는 잘 안 내는데 밖에서 자주 (녹음을) 끊으세요. 감정을 빼고 해야 하는데 자꾸 감정이 들어가거든요. 보통 그 정도 분량이면 한 시간이면 거뜬히 끝나는데 서너 시간씩 걸려요. 촬영장에서 틀어 놓고 녹화하다가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자정에도 다시 녹음했어요.”

스케줄도 늘었다.

“2009년 10월 가을 개편 때 MBC FM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제 코너인 ‘별밤 탐구생활’이 생겼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TBS 지석진의 <두 시가 좋아>에도 코너가 생겼고요.”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물으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인기를 실감하죠. 애들이 더 좋아해요. 한번은 우리 아들이 자기 친구랑 통화 좀 하래요. 엄마랑 통화하고 싶다고. 쑥스러워서 싫다고 했더니 ‘엄마, 그럼 안티 생긴다!’ 이러더라고요.”

4년째 DJ를 맡고 있는 TBN <음악살롱>은 그가 아끼는 프로 중 하나다. 교통방송이라 아저씨들이 많이 듣고 고정 팬도 많다고 했다.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예요. 두 시간짜리 음악 프로 DJ 해 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팝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팝송을 묻자 금세 소녀 같은 표정이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좋아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이제는 사회에 내놓을 때, 목소리 기부도 해요

그는 2004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음성녹음 봉사에 참여하면서 ‘목소리 기부’도 많이 한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많이 받았으니 이제는 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마침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화면 해설을 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공연 해설은 <영웅을 기다리며>가 처음이에요. 무대와 의상은 어떤지, 배우들의 동선은 어떤지 시각장애인들은 모르니까 그걸 제가 설명하죠.”

‘목소리 기부’를 함께하는 성우 배한성 씨와는 각별한 사이라고 했다.

“사실 처음 입사했을 때 선배님한테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화장실 가서 만날 울었죠. 지금은 저를 정말 아껴 주시는 ‘멘토’예요.”

1982년 KBS 공채 17기로 입사했으니 올해로 성우 생활 27년째다.

“어머니께서 라디오 드라마 듣는 걸 좋아하셨어요. 저도 어머니 무릎 베고 누워서 듣는 게 재밌더라고요. 서금옥 선배님의 <이브의 연가> <밤의 데이트> 등의 프로그램을 들으며 꿈을 키웠죠.”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하나 꼭꼭 씹듯 정확하게 발음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훈련한 결과예요. 어머니가 올해 팔순이신데, 양반은 말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다시 해보라면서 몇 번이고 연습시키셨어요.”

그는 성우 주희 씨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주희 씨는 <6백만불의 사나이>의 소머즈, <말괄량이 삐삐>의 삐삐, <달려라 하니>의 하니 역을 맡았다.

“선배님 목소리가 참 좋았어요. 모델 삼아서 흉내도 내 보고 그랬죠. 라디오극장도 같이 하고 있어요. 제가 허난설헌 역이고, 선배님이 해설하시고요.”

듣고 보니 똑 부러지는 발음과 청아한 음색이 닮았다.

특유의 목소리 톤으로, 새침하면서도 도도한 역할을 많이 맡지 않느냐고 하자, “원래 성격은 맹해요. 잘 넘어지고.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 수잔이 맹하잖아요. 그거 제 목소리인데. 하하하”라고 답한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성우 하면 목소리 이야기만 하는데, 성우도 연기자예요. 목소리로 연기하는 거지요. 연기할 때는 내가 없어지고 그 배역이 돼요.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의 스컬리를 연기하면서 10년 동안 스컬리처럼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스타일이 됐죠.”

스타 성우가 아닌 이상 한국에서 성우를 직업으로 삼아 살기는 녹록지 않다. 한 작품에 집중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과 제작비 탓에 톱클래스에 들지 않으면 생활 자체도 어렵다. 투잡, 스리잡을 뛰는 성우가 많을 정도로 힘든 환경에서도 그가 ‘톱’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열정과 집중 아닐까요. 저는 그냥 성우예요. 서혜정이 성우이고 제 삶, 제인생이 성우예요. 길을 걷다가 단풍이 든 풍경을 보면 ‘예쁘다’ 생각하고 각인해 두었다가 목소리에 묻혀 내요. 목소리를 디자인하고, 색깔을 입히고, 패션쇼도 하죠. 식사하고 잠자는 순간까지도 저는 성우예요.”

과거 라디오 드라마 세대부터 주말의 명화 세대를 거쳐 이제는 예능 세대의 중심에 서 있는 그에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기회가 되면 할 수도 있겠죠. 성우도 연기자니까 영역을 넓혀서 연극이나 영화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 막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성우할 거예요. 성우가 정말 좋거든요.”

사진 : 김진구
  • 201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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